“공간에 가치 불어넣을 스타트업 찾는다”

박유진 더인벤션랩 이사(좌) 최승관 국보디자인 기획실 홍보팀장(우)

“더 많은 사람이 공간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과 새롭게 발돋움하고자 한다” 최승관 국보디자인 기획실 홍보팀장이 말했다.

1988년 설립된 국보디자인은 업계에서는 톱 실내 인테리어 전문회사로 꼽힌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액 1위 기업이자 실내 디자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기도 하다. 헤이그라운드, 위워크 등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를 비롯해 국내 유명 호텔, 대기업 사무공간, 전시관 등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공간이 국보디자인 손길을 거친 곳들이다.

출처=국보디자인 홈페이지 갈무리

30년 이상 실내 디자인에 업력을 쌓아온 국보디자인이 올해는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더인벤션랩과 함께 라이징엑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다. 라이징엑스는 베트남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초기 스타트업 진출과 현지화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공간에 가치를 더하다’는 주제로 국보디자인과 협업할 스타트업을 찾는다. KB국민카드 등 국내 대기업과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더인벤션랩이 진행을 맡는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업력을 쌓아온 국보디자인이 스타트업과 손잡은 배경을 묻자 최 팀장은 “내부에도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답했다. 국보디자인이 주 업종인 실내 디자인 외에도 신규 사업 진출을 꾸준히 시도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가 지금 공간을 통해 기쁨을 주고 있나, 회사 이념인 ‘널리 이롭게 하자’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성찰도 있었다”

최 팀장은 “국보디자인이 보유한 디자인 노하우와 유연함과 속도를 바탕으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만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더인벤션랩과도 인연이 닿으면서 생각은 구체화됐다. 더인벤션랩은 2018년부터는 K-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육성 사업 일환으로 베트남과 태국에서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터 파트너를 발굴했다. 지난 2년 동안 16개 스타트업을 선발한 후 국내와 현지에서 멘토링과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국보디자인 또한 2004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을 시작으로 베트남 내 사업 인프라를 구축해뒀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호찌민 내 랜드마크 디자인을 맡으면서 현지에서 4위 안에 드는 인테리어 회사로 자리 잡았다. 3년 전에는 베트남 인테리어 O2O 플랫폼 ‘호빈’을 인수하면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 팀장은 “국내외 공간 디자인 전문가가 모인 국보디자인과 현지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를 쌓은 더인벤션랩이 만나면 재밌는 시너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국보디자인이 찾는 기업은 ‘빅아이디어’ 함께 실현할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이다. 국보디자인 내에서 빅 아이디어는 미래를 불러오는 생각을 통칭한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을 통해 공간 속에 빅 아이디어를 풀어냈다면 스타트업과 함께 다양한 방법, 시각으로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최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며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과 라이징엑스를 통해 만나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큰 틀은 공간이지만 공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스타트업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보디자인과 함께 했을 때 더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타트업 모두에 협업 기회를 열어뒀다. 오히려 공간에 얽매이지 않을 때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VR 등 테크 분야와 인테리어 온디맨드, 아트워크, 콘텐츠 등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스타트업이라면 환영이다. 베트남 시장을 목표로 하거나 국내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모두 협업 가능하다.

라이징엑스 3기로 선발 시 시드투자 5,000만 원과 멘토링, VC 연계, 현지 파트너 연계 등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전방위 지원이 이뤄진다. 10월엔 베트남 현지에서 로드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팀장은 “특히 국보디자인 현업 부서와 전략적 협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국보디자인은 이번 협업을 위해 디자인, 시공, 건축정보모델(BIM) 등 부서별 전담 인원을 꾸렸다. 최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스타트업 생태계도 다소 위축된 분위기가 있지만, 국보디자인 내부에서는 다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고 참여의지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보디자인은 올해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고 장기적인 윈윈(Win-Win) 모델을 디자인한다는 계획이다.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얻을 수 있는 과실이 충분하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팀장은 “인테리어에 신기술이 접목되지만 기술만 있다고 해서 생각한 걸 오롯이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혁신에 국보디자인이 쌓아온 시공력, 대,중견기업 네트워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보디자인은 또 자체 보유한 가구 공장을 통해 R&D, 제조 분야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과도 협업할 계획이다.

국보디자인과 스타트업 양자 간 장점을 버무리는 일은 더인벤션랩이 맡는다. 박유진 더인벤션랩 이사는 “서로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통역사’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는 “스타트업 선발과 데모데이 진행까지가 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며 “사업 협업과 동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게 이번 프로그램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잘 돼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기업이 나오면 좋겠다” 최 팀장은 “회사가 혼자만 잘 될 수는 없다”며 “사람들과 국가가 있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었다는 인식을 국보디자인 내에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이념인 ‘널리 이롭게 하자’ 앞에 올해는 ‘스타트업’이 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팀장은 “국보디자인과 스타트업을 통해 주변이 널리 이롭게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라이징엑스 3기 모집은 6월 14일로 홈페이지에서 지원할 수 있다. 서류와 대면 평가를 통해 5개 내외 스타트업을 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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