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이 다닐 수 있는 세상이 왔다고 한다. 핸드폰 뒷주머니에 간단한 카드 홀더 스티커를 부착해 카드 몇 개만 들고 다니거나, 메신저를 통한 페이 서비스 혹은 아예 카드가 핸드폰에 내장된 결제 서비스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로 지갑 없이 다녀도 괜찮을까.
며칠 전 집 앞 카페에 커피를 사러 나간 적이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대부분인 우리 동네에서 몇 안되는 개인 커피점인데 라떼가 참 맛있는 집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카드 지갑을 놓고 온거다. 머리에 스친 생각은 뭐, 메신저 페이로 해야겠다였는데, 막상 가보니 안된다는거다. 계좌이체를 하려고 하다 보니 직원이 어디 계좌로 보내야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결국 안면이 있던 직원은 다크서클이 눈 아래까지 내려온채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온 내가 짠했는지, 본인 돈으로 라떼를 결제할 테니 메신저 페이로 커피값을 보내달라고 했다.
직원에게 민폐를 잔뜩 끼치고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갑이 없으면 아직도 불편한 세상이구나. 카드가 없으면 계좌 번호를 알아야 하는 세상이고, 그것도 모르면 ATM기계가 근처에 있어야 하는 세상이구나. 근데 그것도 현금 인출 카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파이어씨드 ‘딜앱’과의 인터뷰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실제로 내가 겪은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여서이다.
지급결제라는 것이 있다. 지급결제(payment and settlement)란 경제주체들이 지급결제수단을 이용하여 각종 경제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거래당사자간의 채권·채무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급결제의 3단계는 ‘지급, 청산, 결제’ 등으로, 내가 커피집에서 겪은 일은 지급에서의 오류다. 즉 청산과 결제 단계에서 은행과 카드사, 단말기 업체 등이 중간에 개입되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한 것이다.
<(좌)딜앱 서비스 사진 (우)파이어씨드 로고>
서론이 길었다. 파이어씨드의 ‘딜앱’은 지급결제를 간단하게 만들어 결제의 본질, 즉 돈을 내고 물건을 파는 행위 자체를 쉽게 만든다.
딜앱은 기존 온라인의 PG, 오프라인의 VAN(카드단말기)이라는 카드결제 솔루션을 각각 도입해야 하는 지급단계에서의 단점을 보안해 어플 하나로 온ㆍ오프라인 어디서든 카드결제를 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딜앱에서 판매자가 상품명과 금액을 입력하면 결제페이지가 생성되는데, 이 페이지를 구매자에게 링크나 QR코드 형태로 전달하면 구매자는 별도의 앱 설치나 가입 없이 결제페이지를 통해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대금은 구매확정 없이 영업일 약 5일 이후 서비스 수수료를 제한 금액이 판매자에게 자동 정산되는 시스템이다.
<파이어씨드 이문영 대표>
파이어씨드의 이문영 대표는 딜앱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필요한 순간 어느 환경에서든 어떤 거래 플랫폼에서든 카드결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이와 함께 현지화, 안전성을 장점으로 설명했다. 우선 현지화의 경우 “페이팔미 등 글로벌 유사 서비스와는 달리 한국 로컬화가 되어있는 만큼 간편결제 시스템도 붙여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2017년도 출시 이후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며, 각종 검증철자, 간편한 인증철자, 추가증빙의 빠른 대응, 산업별 판매, 거래에 필요한 인증 관련 가이드 제공을 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의 성과로 최근 DGB금융과 협업을 시작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문영 대표는 “기존의 현금거래 시장, 또는 거래 패턴상 기존 카드결제 솔루션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산업군”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거래 시장의 예로는 중고 거래 앱이 있다. 개인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개인 단위인 관계로 결제 대행 사이트에 제품을 등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자연스레 현금 위주의 거래가 이어진 것. 하지만 최근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개인간 카드결제 딜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판매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결제 방식도 유효했지만, 현금 결제가 부담스러운 소비자의 경우 딜앱 서비스를 사용하면 5만원 이상 결제 시 할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판메자의 입장에서는 구매자의 구매확정 없이도 5일 뒤 자동으로
물품 금액이 완납되고 카드 결제 시 판매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 패턴상 카드 결제 솔루션이 어려웠던 산업에는 대표적으로 임대료와 과외비가 있다. 과외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은 보통 대학생-개인 사업자가 많기 때문에 카드 결제가 어려워 학부모, 즉 고객들은 주기적으로 현금으로 과외비를 지불해왔다. 딜앱을 활용하면 정기 카드 결제도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지불을 미리 예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이문영 대표는 향후 딜앱이 진입 가능한 시장의 규모를 약 100조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SNS마켓, 중고거래, 해외직구, 교육, 임대, 프리랜서, 여행사, 광고마케팅, 디자인, 전문서비스업, 케이터링, 제조업 등 기존에 카드 결제가 어려웠던 산업에서도 계좌이체 받 듯 “딜앱”으로 편리하게 결제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향후 계획을 물었다. 이문영 대표는 “현금엔 계좌이체가 있다면, 카드 거래의 방식은 딜앱”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7년도 설립 후 지금까지는 앱의 이탈율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에 대한 학습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며, “이제는 본격적으로 초기창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기능이 보강된 딜앱PRO버전을 통해 초기창업 필수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머리 속에 거래는, 그래 이래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구입하고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충실하고, 나머지 단계나 도구는 최대한 간단하게. 즉 본질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어씨드가 그래서 앞으로 그려갈 미래의 지급단계가 기대된다. 앞으로는 본질에 입각한 더 필수적인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을까? 파이어씨드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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