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트렌드가 아닌 일상’이 되다

2014년까지만 해도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 또는 그런 서비스를 하는 회사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일컫던 말이었다. 그리고 6년 뒤 금융감독원이 2020년 6월 펴낸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는 IT와 금융 시장 사이의 벽이 사라지며 양 산업 모두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변화하는 속도도 빠를 터. 그만큼 데이터의 안전성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의 중요성도 증가했다.

해외 사례: IT 기업 그랩(Grab), 차량 공유를 넘어 금융 시장에 진출하다

사진 출처_[Grab 공식 홈페이지]

동남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 그랩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우버와의 경쟁에서 이기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확대된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메신저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서비스인 그랩푸드 자체 핀테크 서비스인 그랩페이 등을 선보이며 18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KPMG가 선정한 ‘글로벌 핀테크 100대 기업’ 중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보였다. 이와 같은 성과에 기반을 두어 그랩은 지난 9월 13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2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 전자상 결제 ‘그랩페이’를 통한 그랩푸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맹점 서비스를 강화했다. 또한 동남아 지역의 소비자와 그랩 파트너,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솔루션과 자산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도 출시, 금융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얻는 유저 데이터와 가입자 수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가능했다는 평이다.

해외사례: 프리비타(Privitar),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곧 생명인 핀테크

전통적인 금융 강국 영국은 핀테크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등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런던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에 유럽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 ‘레벨 39’를 조성해 HSBC와 바클레이즈 등 대형 금융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간에 협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도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는 금융계의 핀테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영국계 글로벌 은행인 HSBC는 핀테크와 공존하는 은행 모델을 위해 투자와 연구를 해왔다.

사진 출처_[Privitar 공식 홈페이지]

최근 투자를 한 기업은 정보보안 및 프라이버시 전문 업체인 프리비타이다. 프리비타는 기업들이 자사의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HSBC는 프리비타의 초기 클라이언트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프리비타가 핀테크 시대에 필요한 개인 정보의 적법한 사용 기술 및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HSBC는 700만 달러(한화 약 82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후속주자이나 빠르게 성장 중

어니스트영(EY)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핀테크 도입률은 2019년 기준 67%다. 세계 평균이 64%임을 감안했을 때 그다지 높지 않은 수치다. 중국과 인도는 87%, 영국은 71%에 달한다. IT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했을 때 핀테크는 후속 주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제2벤처붐, 그리고 그린 뉴딜 정책의 부상으로 그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발전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다면 지금 지갑을 열어보자. 현금이 얼마나 있는가? 아니, 지갑을 들고는 다니는가? 카드의 보편화로 현금 없는 결제가 일반화되어가던 세상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온라인 비대면 쇼핑이 급증, 이제는 실제로 카드로 결제하는 대신 플랫폼을 통한 ‘ㅇㅇ페이’나 전자결제를 통한 지불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에게 생소한 ‘핀테크’라는 단어도 어느 정도 대중성을 띄기 시작했다.

대중성을 띄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편의성과 혜택을 준다. 이러한 장점은 곧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고 시장성과 대중성이 있는 기술은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핀테크 시장의 경우 2019년 4월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23개 핀테크 기업에서 225명의 채용이 이뤄지고, 11개 핀테크 기업이 약 1,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더욱 적극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 바 있다. 최근 핀테크 기술의 투자 방향성은 크게 세 개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편 결제와 송금 시장, ▲AI 기술 등을 통한 보고서 작성 툴 등 핀테크 관련 인프라 시장, 그리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적용한 보험 서비스 인슈어테크(InsureTech) 부분이다.

더 쉽게,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안전하게 – 간편 결제와 송금 시장

사진 출처_[토스 홈페이지]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20년 8월 주요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1억 7천 3백만 달러(한화 약 2천 6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참여한 투자사는 에스펙스 매니지먼트, 세콰이어 차이나,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그레이하운드 캐피탈 등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토스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LG유플러스의 전자지급결제사업(PG) 부문에 집중해 기술 중심의 페이먼츠 전문 회사로 도약할 예정이다. 또한, 토스는 온라인 쇼핑 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토스 간편 결제 탑재와 토스와 연계한 가맹점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사진 출처_[와이어바알리 공식 홈페이지]

국내를 벗어난 해외 송금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와이어바알리’의 예다. 와이어바알리는 모바일 및 웹 플랫폼을 이용한 100% 비대면 금융 서비스 제공사로, 은행 대비 약 80% 수수료에 빠른 송금 시간으로 이용자의 편의성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5개의 송금 국가와 21개국 총 80개의 글로벌 송금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해외 누적 송금액 4억 불 이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송금 서비스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전성과 신속성이다. 기존 유학생, 이민자들의 송금을 해왔던 노하우에 기반, 와이어바알리는 B2B 시장에도 진출해 해외 거래처와의 신속한 거래가 필요한 기업을 위해 외화의 빠르고 간편한 송금을 가능케 했다. 해당 서비스는 한국, 호주, 미국, 뉴질랜드 금융 당국의 허가와 은행 수준의 보안 솔루션, 24/7 온라인 서비스로 보안성 및 신뢰도를 높였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핀테크 관련 인프라 시장

투자, 송금, 환율 등 금융 생활이 디지털화되어가며 이에 따른 리서치 및 결과 측정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7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 AI Research)‘를 개발하는 등, 유관 기관들은 앞 다투어 인프라 시장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_[딥서치 로고]

스타트업 산업은 어떨까. 주목할 만한 투자 유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딥서치가 있다. 딥서치는 경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로, 기업이나 금융에 대한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다.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에 앞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기계적으로 바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와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딥서치는 2020년 기준 약 10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에는 시리즈C 투자를 유치 중으로, 투자금으로 기존 기업과 금융 데이터 이외에도 커머스 데이터까지 융합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사의 역공, 인슈어테크 시장의 성장

사진 출처_[보맵 홈페이지]

포털, 메신저 등 플랫폼을 앞세워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에 맞서기 위해 금융권은 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 유치로 플랫폼 점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보맵이 있다. 보맵은 기존의 보험 가입 패턴인 지인 영업에 반기를 들어 소비자 본인이 스스로 자기가 필요한 보험상품을 알아보고 골라 가입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행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력으로 인해 보맵은 하나금융그룹 계열 3사로부터 85억 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2015년 설립 후 총 215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국내 인슈어테크 기업 중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비대면 사회와 건강에 대한 경각심 격상도 보맵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보맵은 메리츠화재, 교보라이프플래닛,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와 제휴를 맺으며 그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다날 김종철 팀장은, “언택트 시대,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 등을 담은 일명 ‘데이터 3법’이 개정됨에 따라 핀테크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시대 이후는 비대면 금융이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절호의 시대일 수 있다. 특히 금융사들이 예대마진 경쟁에서 벗어나 보험과 신탁 등 금융투자 파생상품과 개인들의 비상장주식 투자 시장, 그리고 다양한 직접 금융 상품들이 연이어 시장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과 신규 기업들이 일시적인 금융 규제 완화 흐름을 타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핀테크라는 용어가 생긴 뒤 수많은 기업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그리고 기술은 더 세분화되고, 고도화되며, 계속 변해간다. 공통점은 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포착해낸 기업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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