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업가 정신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만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0이 19일 CJ E&M 일산 스튜디오에서 막을 올렸다. 컴업 2020은 코로나 19로 인한 삶의 변화와 새로운 경제 형태를 논의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ㆍ비대면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세션의 주제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업가 정신”. 이 자리에는 현직 스타트업 종사자가 아닌 의사, 군인, 공무원, 학생 네 명의 토론자가 나섰다. 언뜻 의문이 들 수도 있는 상황. 사회를 맡은 벤처캐피털 TBT의 임정욱 대표가 곧바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 모신 네 분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사실 저는 기업가 정신이라는 게 곧 문제 해결의 정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네 분은 코로나 19라는 국가적 대위기를 기업가 정신으로 극복하고 우리나라의 방역에 큰 역할을 하신 분들입니다. 코로나 19 방역 현장에서 각각 어떤 아이디어로 문제를 극복하셨는지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임병욱 대표)

사회자 임병욱 대표의 진행 하에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허준녕 국군의무사령부 군의관, 안여현 부산 남구보건소 의무사무관, 이동훈 코로나 맵 대표가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먼저 김진용 인천의료원 과장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19 진료에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적용한 인물이다. 어떻게 이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냐는 임 대표의 질문이 나왔다. 김 과장은 사실 드라이브 스루 자체가 낯선 시스템은 아니라며, 패스트푸드나 커피 전문점 등을 통해서 많은 분께 익숙한 방식일 거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무증상 감염이라는 코로나 19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특성에 따라 신속하고 안전한 진료 방법인 드라이브 스루를 병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병원이라는 보수적인 환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합친 것이 스타트업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아이디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제가 오늘 컴업 2020 축제에 초대받은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또 본인의 아이디어였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시스템이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가는 걸 보면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고도 덧붙였다. 

혹시 이후에 창업 계획도 있느냐는 임 대표의 말에는 당장은 없지만 가능성을 닫아 놓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팬데믹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먼저 유연성을 가지고 선점하는 사람이 세계 1등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허준녕 대위는 올해 3월 코로나 19 입원 필요성을 알려주는 앱 ‘코로나 19 체크업’을 개발하여 국제 사회의 큰 반응을 얻었다. 허 대위는 코로나 19에서 가장 치명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환자의 수보다 의료 자원이 부족한 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 치료를 위해 필요한 음압 병실의 수가 부족해지면서 정부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던 바 있다. 그는 정해진 의료 자원에서 최대한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꼭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선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코로나 19 체크업 앱 개발을 통해 입원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의료정보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그의 연구 논문이 3편이 연이어 등재되는 기쁨을 누렸다.

허 대위는 “이 방법을 도입하면 정말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만 입원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병원의 수입 역시 늘어난다. 그래서 관계된 모든 수요자가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소속이 아닌 군의관인 그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는 임 대표의 말에 당시 상황에서는 누구든 돕는 게 당연한 때였다며 “제가 도움이 될 게 없을까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고, 제 위치나 신분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은 그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부산 남부보건소의 안여현 의무사무관은 지난 2월 한 기업과 함께 ‘워크 스루 검사 부스’를 만들었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개발작이다. 임 대표는 안 사무관에게 공무원 신분임에도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사업화까지 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안 사무관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방호복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생겼다며, 검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음압 텐트는 하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만들었던 게 워크 스루 검사 부스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처음 부스 제작 이야기를 했을 때는 공무원 조직 내의 위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예산 확보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때 한국발명진흥회에서 기업 연계와 특허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제품화까지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제 전공인 의학이 아닌 분야라 그동안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주변에 굉장히 훌륭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제 작은 아이디어만 드렸는데도 아이디어 이상으로 훨씬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주셨다”며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평소에도 발명에 관심이 있었냐는 임 대표의 질문에는 “사실 발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저와는 관계가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절박하니까 만들어졌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절박함에서 나오는 문제 해결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아주 잘 맞는 사례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지는 창업에 대한 물음에 관해서는 “요즘 너무 바빠서 구체적인 생각은 못 했다. 하지만 워크 스루 부스 같은 아이디어를 여기서 끝내는 게 아니라 더 발전시키고 싶다”며 앞서 이야기한 주변의 유능한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자문 관계를 맺어 제품을 더 개발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훈 코로나 맵 대표는 올해 1월에 코로나 19 확진자의 동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코로나 맵’을 개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확진자 동선 관련 무수한 거짓 정보들이 SNS에 떠돌아다니던 상황에서, 이 대표의 코로나 맵은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내 주변과 목적지 근처의 확진자 동선에 관한 정보이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제공하는 공식 정보들을 확인해보니 주로 텍스트 형태로 제공되는 정보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지도 앱을 열어서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러한 불편함을 덜고자 만든 사이트 코로나 맵은 올 1월부터 지금까지 총 1,300만 명이 이용하고 4,500만의 조회 수를 달성하면서 사용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이트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는 임 대표의 말에 그는 “공익적 목적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 사비로 비용을 충당했다. 그러다 네이버, AWS, 카카오 같은 기업에서 운영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현재는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실 코로나 맵이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에 수익은 0원이지만, 봉사자분들의 도움 덕에 계속 업데이트를 하면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탈모 진단 스타트업 모닥을 운영 중인 이 대표는 학생 창업에 대한 임 대표의 질문에 대해 “사실 창업이라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학교 차원에서도 지원을 해주는 게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도움을 받는다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K-방역의 영웅인 네 명의 토론자 모두에게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한 마디씩 부탁한다는 사회자의 요청으로 첫 번째 세션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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