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컬쳐랩 안태양 대표, “꿈 많은 여성들에게 살아있는 예시가 되고 싶어”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안태양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어학연수를 위해 떠난 필리핀에서 ‘서울시스터즈’로 떡볶이 장사를 해 그야말로 대박. 필리핀 최대 식품 유통 업체 GNP 트레이딩의 회장의 눈에 들어 글로벌사업 본부장으로 합류, 한국식 치킨집 ‘오빠치킨’과 고깃집 ‘K펍 바비큐’를 론칭 해 또 대박. GNP에서 독립한 이후 푸드컬쳐랩을 설립, 뿌리는 김치 가루인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을 개발해 아마존 칠리파우더 부분 1위(2020년 11월 기준) 등극!

안태양 대표의 성공 신화는 이미 많은 기사에서 다뤘고, 최근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할 정도였다. 스여일삶은 그보다 조금 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다.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안태양은 어떤 사람일까.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은 안태양 대표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노력의 결실

세계 최초로 김치 유산균이 들어있는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을 개발한 푸드컬처랩 대표 안태양. 그는 ‘전 세계인의 부엌 찬장에 우리 제품이 있도록 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K푸드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 현재는 가격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고유한 브랜드로 성장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안태양 대표는 한국에서는 시즈닝이 잘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국내 조미료 시장은 규모가 작고, 파우더 형태의 조미료는 MSG를 연상시켜 몸에 안 좋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 출연 이후 20~30대 고객의 구매가 늘고, 좋은 구매평으로 재구매율도 올라갔다.

[출처: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 상품페이지]
안태양 대표는 처음부터 미국 아마존에 진출하고자 했다. 식품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뢰가 높은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생전 처음 보는 지구 반대편 브랜드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 쉽지 않은 일이기에 너무 많은 채널에 발을 들이지 말고 하나의 확실한 시장에 집중했다. 인력도 시간도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다양한 채널의 CS, 물류 등을 일일이 관리할 여력이 없기에 귀한 시간과 노력을 분산시킬 수 없었다. 작은 카테고리라도 무조건 ‘1등’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1등을 해야 고객에게 더 신뢰를 주고, 일하는 당사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안 대표가 장사를 하면서 배운 건 ‘하늘 아래 새로운 제품은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더 좋은 제품이 필요한 시대다. 스스로가 트렌드의 선구자가 되려면 막대한 비용을 소모해야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트렌드에 올라타서 함께 성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았다. 경쟁 제품, 해외 언론, 푸드 트렌드 및 논문 등 샅샅이 분석하며 연구하던 중 건강기능식품과 일상 음식 간 경계가 모호해질 것을 예측하는 내용을 재차 발견하였다. 이전에도 안 대표는 ‘밥과 유산균을 굳이 따로 챙겨 먹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고, 이에 착안하여 양념 소스 안에 유산균을 넣는 식품 개발을 시작했다. 김치 양념을 가루로 만든 유사 제품은 많지만, 식품 안에 유산균이 직접 들어간 제품은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이 최초이고 유일하다.

특히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의 ‘비건’은 중요한 차별점이 되었다. 비건 식품은 허가 절차도 몹시 복잡하고 까다로워 대기업조차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 부분인데, 안 대표는 비건이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필수(must)가 되어가는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Non-GMO, 글루텐프리 등 미국 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요소들도 무조건 포함했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대가 원하는 요소로 무장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푸드컬처랩은 앞으로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plant-based) 제품들을 개발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올봄 출시를 목표로, 파우더가 아닌 액상형 ‘고추장 핫소스’(가칭)를 개발 중에 있다. 현지 공장을 갖지 않아 비용을 낮출 수 없는 대신 푸드컬처랩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했다. 결국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결론을 내리며, 우리나라 발효 기술에서만 나오는 감칠맛에 집중했다. 기존 고추장의 사용성은 개선하고 고추장 특유의 맛과 향을 잘 담아내기 위해 테스트 중이다.

 

끊임없이 개선하고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인간 안태양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 이름처럼, 푸드컬처랩은 안태양 대표와 동생 안찬양 이사가 함께 하고 있다. 둘은 자매이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었다. 안찬양 이사는 물류와 운영 전반을, 안태양 대표는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이끌고 있다. 회의할 때면 서로 전투적으로 변하지만 항상 두 가지 전제를 잊지 않는다. 싸우는 것은 개인적인 게 아닌, 회사의 발전을 위한 다는 것, 그리고 싸움이 끝나면 서로의 상황과 직책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푸드컬처랩은 2인 체제였다. CS, 물류, 통관, 마케팅, 영업을 전부 두 명이서 해왔던 것. 아직은 회사의 구조가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받거나 사람을 채용하거나 할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올해 초, 새로 합류한 직원 역시 모든 업무를 다 하고 있다. 현재는 인턴이지만 리더가 될 인재가 필요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이 죽을 만큼 힘들지만 일하는 게 즐거워서 내일 또 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안태양 대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걸 만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중이다. 현재 함께하는 외부 협력사 역시, 모두 본인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주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어 즐겁게 해내고 있다.

다만, 안 대표는 눈치 보느라 할 말 못 하는 문화를 지양하려 한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회사도 빠르게 커야 하는데, 그 와중에 윗사람의 기분을 살피다 중요한 결정을 늦추게 되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하게 되는 것은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안 대표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걸 물어보고 도움 요청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회사가 망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실력은 좋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해서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많이 묻고, 도움을 요청하다 보니 이제는 주변에서 먼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 도움 덕분에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앞으로도 함께 하려고 한다.

 

 “저처럼 돈도, 인맥도 없이 시작하는 여성들에게 ‘봐. 안태양도 했잖아.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안태양 대표는 필리핀에서 ‘서울시스터즈’ 간판을 내걸고 떡볶이 장사를 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적으로 장사를 하던 중 그는 화교 회사(GNP)로 들어갔다. 사람들 눈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당시 운영하던 떡볶이 회사는 그야말로 매일 전쟁이었다. 장사도 경영도 처음이었고, 스스로 리더 역할에 대한 확신도 없고, 구성원들에게 비전도 보여줄 수 없고 동기부여도 할 수 없었다. 회사는 성장하는데, 안 대표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스트레스가 심했던 상황.

그때 우연히 GNP 회장님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따라갔다. 돈을 벌기보다는 제대로 된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책으로 사업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GNP에서 5년 반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고 매일 혼났다. 무서운 분이었지만 정말 작은 디테일까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기였다. 그때 가장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고, 그 모든 것이 지금의 회사를 키우는 토대가 되었다.

안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 1000명만 있어도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구매자나 사용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진심을 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 부족한 예산으로 영업을 하는 동안에도 진심이 통하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다.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면 안 돼. 우리는 꼭 잘 되어야 해. 우리가 그들의 살아있는 예시가 되자.”

페이스북 CEO 셰릴 샌드버그는 “꿈과 열정만 있는 소녀들에게 살아있는 예시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이처럼 안 대표 역시 돈도 인맥도 없는 친구들에게 “봐, 안태양도 됐잖아.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예시가 되려 한다.

목표가 세계 1등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전부 “장난해?” “한국에서 1위 하고 말해.”라고 했었다. 그런데 아마존 시즈닝 부문 1위를 하면서 그 꿈에 조금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그의 꿈을 점점 믿어주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안 대표 역시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내가 꿀 수 있는 최대한 큰 꿈을 꾸길 바라요. 그럴 때 내 비전과 계획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어요. 어차피 경쟁 상대는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잖아요?”

안 대표는 주변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말고 더 큰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은 내가 질투하는 영역보다 훨씬 더 넓다. 만약 주변 회사만을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면 아마존에 갈 생각도, 스리라차나 타바스코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

여성 창업가, 인간 안태양은 끊임없이 스스로와 상황을 분석하고 회고하며 개선점을 찾는 사람, 어딘가 기록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내면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내 마음에 아쉬웠던 일은 절대로 타인에게 행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치열하게’ 그리고 ‘최선’이었다.

출시될 신제품도, 그의 집요한 노력이 만들어갈 더 나은 미래도,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가는 여성들의 가슴에 피어날 불꽃까지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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