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홍보팀에서 토투컴퍼니 대표로···창업에 ‘늦은 나이’란 없다

 

창업에도 시기가 있으니까?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15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토투컴퍼니’ 남수미 대표를 만났다. 그녀의 창업 스토리와 첫번째 프로젝트인 ‘여성을 위한 생리대 ‘피아(Pia)’에 대해 들어보자.

◆ 여성을 위한 생리대 피아(Pia) “월경일에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불어로 거북이를 뜻하는 ‘토투’를 사명으로 정한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남수미 대표가 여성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거북이가 바다에서 100년 살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 ‘토투컴퍼니’라고 이름을 지었다. 현재, 토투컴퍼니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여성을 위한 생리대 ‘피아’를 론칭해 운영 중이다.

토투컴퍼니는 남수미 대표의 의지를 담아 여성과 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 ‘피아’는 여성에 더 집중한 제품이다. 여성으로써 겪는 생리에 대한 불편함과 쉬쉬하는 문화, 그리고 기존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기존 생리대는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면, 피아는 활동적인 현대 여성을 위해 만들고 있다. 생리대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생각했다. 좋은 성분은 기본이고, 어디서나 편하게 꺼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패키지와 흡수력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얇지만 높은 흡수력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반복했고, 1.25mm라는 가장 얇은 형태로 제작했다. 또 민감한 피부를 위해 성분과 안정성 부분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남수미 대표는 피아를 통해 ‘생리대’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자 한다.

생리대 시장에 막연하게 퍼져 있는 공포 마케팅은 제품을 구현할 때 가장 큰 장벽이기도 했다. 고분자 흡수체(SAP)는 여성들의 활동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하지만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인식처럼 유해하지 않고, 유럽산 유기농 기저귀에도 사용될 정도로 안전하다. 미국 환경 보호청(EPA) 기준에 따르면 오히려 일상에서 먹는 설탕보다도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생리대 성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여성의 활동에 저해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연구 중이다.

또한 월경에 대해 부끄럽거나 쉬쉬하지 않는 인식 변화를 도울 수 있고자 패키징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일본에서는 생리용품 구매 시 내용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봉투에 담아 주는 것을 거부하는#NOBagForMe 해시태그 프로젝트도 있었다.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비슷한 인식이 많은 것 같아 아시아 시장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0년 5월에 출시한 피아를 중심으로 건강관리 플랫폼까지 나아갈 계획이다. 피아에 집중하면서 시장 확대를 하고, 올해에는 여성과 환경을 생각하는 토투컴퍼니 철학에 맞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올해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새로운 도전 창업, 대기업 홍보팀에서 토투컴퍼니 창업자로 

“홍보 업무를 오래 한 만큼 홍보 관련된 일을 프리랜서로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친한 친구가 1년 정도 먼저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창업을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2019년도 예비 창업자 패키지에 선정되고 친구인 김지영 대표와 함께 토투컴퍼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수미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15년 간 대기업 홍보팀으로 회사 생활도 잘 해 왔던 그녀였지만, 결혼과 출산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되었다고.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고 회사 일로 인해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인생을 사회가 정해준 사지선다만 선택하면서 객관식으로 살았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잘 맞는게 무엇인지 본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회사를 다니는 게 훨씬 좋겠지만, 더 늦으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고 이제는 정말 승부수를 걸어봐야겠다는 마음에 창업을 시작하게 된 남수미 대표. 힘들 때도 물론 있었지만, 마음 맞는 친구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들이 돈보다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토투컴퍼니 남수미 대표 & 김지영 대표

남수미 대표의 절친이자 공동 창업자인 김지영 대표는 프랑스에서 MBA 마치고, 외국에 본격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김 대표 역시 도전과 열정으로 열심히 했지만, 육아휴직 후 회사에 돌아오니 상사가 해고된 상황이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퇴사를 결심하고, 비슷한 상황이었던 남수미 대표와 함께 창업을 시작했다.

남 대표는 더 빨리 창업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마음의 근육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내공이 밀레니얼 세대 창업자와 다른 본인만의 장점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지금보다 어릴 때 창업을 했더라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망하거나 위축될 때가 많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나 실패에 마주하더라도 위축되지 않고 유연하게 다른 방법을 모색할 줄 안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이 아직 주변에 있어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 정도로 끌고 가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남수미 대표는 창업의 장점으로 내 일을 한다는 것, 나의 열정이 있는 지점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무엇보다도 엄마로서 일과 육아의 밸런스를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는 크다.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지만, 창업을 시작하고 최근에 새로운 팀원들이 합류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모든 의견을 수렴할 수는 없지만, 의견을 잘 취합해서 발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팀원 모두 추진력 있게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4050 예비 여성 창업가에게

스여일삶과 인터뷰 중인 남수미 대표

남수미 대표는 늦은 나이에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 창업가에게 ‘늦은 나이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회사에서 경험한 많은 일들이 큰 자산이 되기에 4050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하기에는 절대 늦지 않은 나이이며, 또 2030보다 ‘나’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한 만큼, 사업이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도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남수미 대표 역시 본인이 직접 겪은 결혼-임신-출산과 사회 생활의 경험이 ‘피아’의 시작이었다. 여성이 겪는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싶었고, 그 중 선택한 것이 ‘생리대’였다.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당당한 생리대를 만들고 싶었던 남 대표는 어디서나 자유롭게 꺼내 놓고,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을 기획했다. 피아가 앞으로도 자유롭고 당당한 여성의 삶을 위해 ‘월경’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토투컴퍼니의 제품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더 많은 여성에게도 알려져서 용기와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남수미 대표. 회사 책상 위에 생리대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놓고, 아프면 월경 휴가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여성들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 남 대표가 바라는 미래다. 피아는 세계 월경의 날(5월 28일)에 맞춰 론칭을 했다. 매년 이 시기에 맞춰 이러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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