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익명 평가 서비스, 악플러 양성소로 변질됐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서비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직 스타트업 CEO가 투고한 글로 본인을 익명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직 CEO임을 벤처스퀘어가 인증했습니다. 본 칼럼은 벤처스퀘어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소위 ‘익명성을 이용한 전현직장에 대한 리뷰’ 서비스가 대한민국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급여 수준, 노동 강도, 직장 동료와의 관계, 회사 복지 혜택 등 노동자들이 직장을 사직할 수 있는 이유는 많습니다. 그리고 퇴사하거나 이직을 결심한 순간 자신이 몸담고 사랑하던 직장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때 죽도록 사랑하던 연인사이도 헤어질 때가 되면 서로에 대한 단점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이직하려는 직장인은 오죽하겠습니까? 연인사이의 이별보다 한때 몸담았던 직장은 이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잡플**’은 회원가입 과정에 전현직 직장에 대한 리뷰를 필수항목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입력하신 정보는 익명으로 처리되니 걱정 마세요!”라고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절차가 구직자들을 익명성에 숨은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을까요?

잡플**에서 기업의 정보를 탐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직자이지만 기업의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은 이직을 고려해 새로운 직장정보를 탐색하려는 이직희망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직을 결심할 때는 전현직장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찾으려 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남기는 전,현직장에 대한 리뷰는 긍정보다는 부정의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부정의 언어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잡플**은 ‘특정인을 지목하면 안된다’는 정보작성 가이드로 명예훼손 범죄를 조심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이 아닌 기업은 맘껏 비방해도 괜찮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법적인격체, 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물론, 익명성은 사회적 약자가 진실을 이야기할 때, 언론에서 취재원을 보호하거나 기업의 내부고발자가 비윤리적인 행위를 폭로할 때 긍정의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익명성은 온라인상에서 긍정보다는 부정한 병폐를 만들어 악플로 인한 각종 조작 정보와 일방적 비난, 음모론, 가짜 뉴스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해왔습니다. 이미 각종 포털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도 본인확인과 소셜 인증을 통한 간접적 실명제를 도입해 민감한 주제에 있어서도 명확한 찬반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우리사회는 건전한 사람이 훨씬 많고, 무질서를 조장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게 팩트(K교수 성균관대 사회학과)”

보통의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일부러 남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잡플**은 구직자를 익명 뒤에 숨은 악플러로 만들고 있습니다.

회원가입을 해야만 취업하려는 기업의 정보를 볼 수 있게 유도한 후 회원가입 시 전,현직 기업에 대한 단점을 필수 입력정보로 정하여 보통의 사람들은 쓰고 싶지 않은 단점까지 적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기업리뷰’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 악성댓글을 달아본 경험이 없는 선량한 사람들을 악플러의 세계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잡플**에서는 단점과 장점을 동일하게 리뷰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별하는 연인처럼 이직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고려할 때 장점보다는 단점에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기에 이미 공정성은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또한 기업의 단점으로 기재된 상황들의 진위 확인은 진행되지 않고 책임소재 역시 가늠되지 않은 채 대중에게 공개되는 현실입니다. 물론 해당 악플에 대한 평가는 글을 보는 개인의 몫입니다. 하지만 과연 어떤 이유와 감정 속에 탄생했는지 모르는 악플로 인해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잡플**의 수익창출의 모델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얼마나 부도덕한 지 알 수 있습니다. 리뷰와 단점이라고 포장되어있는 악플이 많아져 기업 평판을 하락시킨 후, 해당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면 기업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이렇게 소개됩니다. “잡*** 페이지를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중략 – 리뷰 댓글 꿀팁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맞춤형 관리로 잡플** 유저에게 우리 기업의 호감도를 확실히 높여보세요” 즉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자면 이직하려는 직장인들과 구직자에게 악성댓글을 유도하여 기업의 평판을 낮추면 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려 사업 성장과 확장에 방해를 받게 됩니다. 피해를 본 기업들이 항의하면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해야 해결 할 수 있다고 대응하면서 시간 끌기로 작전에 돌입합니다. 피해를 입증할 수없는 기업은 법적 대응을 강구해보지만 시간낭비와 까다로운 절차의 피로감으로 기업은 결국 유료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악성 바이러스 랜섬웨어와 다를 바 없는 부도덕한 사업방식입니다. 컴퓨터를 못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악성 바이러스를 심고 해결하고 싶으면 돈을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랜섬웨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부당해고와 노동 착취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노동자의 권리가 더욱 강조되는 선진국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일할 수 있는 노동인구의 부족으로 회사가 노동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노동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자본과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혀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구직자를 선택하기보다는 구직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건전한 기업으로 성장하여 우수한 인재의 선택을 받기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능력과 자질이 훌륭한 인재를 떠나보내야 할 때, 반대로 업무능력은 부족해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키워나가는 인재가 떠나갈 때, 동료들 간의 관계 문제로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인재가 발생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이직자도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퇴사를 선택한 사람들은 남아있는 사람과 기업의 성장에 방해되는 행위를 일부러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직자들의 낮아진 자존감과 높아진 열등감을 이용하고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불건전한 사고방식을 조장, 표현하게 하는 행위를 제발 중지해 주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것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남긴 잡플**의 기업리뷰는 전직장이 아니라 현직장을 다니고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임직원의 사기저하를 초래합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작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 조차 타격을 입힙니다.

더 이상 회사를 애인처럼 사랑하고 헌신하는 직원들에게 상처주지 마세요. 전직장인이 아니라 현직장 사람들을 지키게 해주세요. 제발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이직자, 구직자의 악플러 양성소 잡플**의 일방적 기업리뷰를 중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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