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프로토콜 경제 ‘동력’ 될 것…정부 육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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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기 어렵지만 효과적이고 발전된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제반 기술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형주 이사장은 블록체인이 기존 플랫폼 경제가 가진 문제를 해소하고 프로토콜 경제를 구현할 핵심 기술이라면서 한국이 가진 인프라, 신속성, 폭발력 등을 통해 기술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블록체인 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그간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아시다시피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 상황이 굉장히 부침이 심했죠. 2017년부터 현재까지 다이나믹한 상황을 굉장히 많이 경험했고. 특히 블록체인의 산업화라는 부분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죠. 특히 기업들이 과거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돈을 많이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유지하고 최종적인 비즈니스로 가져가는 부분에는 결함이 있었다고 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자동차나 비행기의 엔진과 같은 것인데요.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엔진을 보고 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초창기에는 마치 엔진 하나 개발하면 바로 돈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했고, 많은 기업들이 메인넷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겪었죠. 실제로 글로벌 거대 기업 페이스북조차도 메인넷에서 리브라 도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까. 다양한 정치적 백그라운드, 국가 간의 견제가 심한 여건에서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얼마나 진척이 어려운지, 제도화가 어려운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 정부 차원에서 연구 과제 시범 사업 등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고 확산하고자 노력 중인데요.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육성은 단순히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과 같은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국가 차원에서 갖는 의미는 국제 경제적인 측면, 정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나라는 블록체인을 통해 자국의 화폐로 갖게 될 것이고, 거대 기관들은 자체 결제 수단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육성은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현재 일본이 효능성을 갖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보는 관점은 정확하다고 봅니다. 일본은 블록체인을 새로운 금융의 방법론으로 보거든요. 일본의 경우 유럽에서 나타난 큰 중상주의 흐름 속에서 금융의 기능을 제대로 갖게 됐습니다. 이미 블록체인협회, 암호화폐협회의 이사장을 증권회사 대표들이 맡고 있어요. 이게 우리나라하고의 큰 차이입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에서 은행에게 다 맡겨버리고 금융업으로서의 블록체인 산업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인데, 일본은 벌써 금융회사 대표들이 ‘다음 스텝은 여기’라고 가있는 거거든요. 현재 여러 국가들이 규제를 강화하기도 하고 완화하기도 하는 흐름에 있지만 길게 보면 육성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경쟁력은 글로벌 대비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경쟁력보다는 잠재력이 엄청나게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가 잘 깔려 있잖아요. 블록체인도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라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했을 때 미국 같은 나라는 마트가 동이 났지만, 우리나라는 물건을 다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러한 생산과정과 인프라에 블록체인을 입혀서 디지털화할 수 있다는 거고, 그런 점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이러한 비즈니스를 해낼 수 있는 나라가 독일, 중국, 한국, 일본 등 몇 안 됩니다. 인프라, 신속성, 폭발력 등의 측면에서 한국이 많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도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산업이 성장하면 정부가 기업을 잡아먹는다는 인식 때문에 창의성이 없다는 겁니다. 초창기에는 기업들이 빨리 성장해서 올라가지만 다 크고 난 다음에는 정부가 뺏는다면 기술자들이 그곳에 왜 남아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시장이 더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인프라가 없잖아요. 금융 교육, 서비스나 제도가 선진국일 뿐이지, 물건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부분이 있고요. ICO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나갔지만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연수는 한국에서 합니다.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 있다는 거죠.

◆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육성되고 글로벌화되기 위해 개선돼야 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부분이 정부 시그널이죠. 특금법은 전 세계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협력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정부가 어떤 시그널을 줍니까. 은행더러 ‘계좌 개설해주지 마라’ 이런 시그널을 주는 거잖아요. 아무 말 없이, 규제 없이 블록체인 업계를 죽이는 거예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에 대해 정부가 계속 부정적인 시그널을 하고 있는 것만 없어져도 법이 필요 없습니다. 그 다음 자율적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블록체인 산업 진흥은 저절로 되는 부분이고요. 또 한 가지는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구분해서 보는 시각이 있죠. 이 두 가지만 없어지면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천국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과기정통부의 사명은 없어져요. 제가 부산에서 특구 운영위원장이지만 특구도 없어져야 해요.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화 돼야 하는 게 맞잖아요. 과기정통부의 기능은 초기에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해주는 데, 사실 기술은 비즈니스가 잘 되면 저절로 투자가 들어오는 거예요. 정부가 계속 투자할 수 없고 지원할 수도 없는 거죠. 그 시점이 지나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금융 부문이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쉽게 투자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메리트 때문에 사람들이 산업에 들어오는 거고요. ‘금융자본주의’라는 큰 흐름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사람들이,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는 거고요. 대기업도 솔직히 관심을 가지잖아요. 정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지. 돈이 벌리면 기술 개발 투자는 저절로 따라오는 거예요. 이를테면 인터넷 발전을 위해 과기정통부가 더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똑같은 얘기죠.

◆ 기존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대안으로 프로토콜 경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프로토콜 경제가 사회를 혁신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요?

예컨대 BTS가 해외로부터 유튜브를 통해 1조 정도의 수익을 발생시키면 BTS가 실제 받아오는 포지션이 27%밖에 안 됩니다. 70%로는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쿠팡이 대기업이 됐는데 그 수익이 물류센터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는 겁니다. 배민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영업자를 살리기는커녕 서로 경쟁시켜 죽이고 있다는 것이죠. 플랫폼 경제가 초기에는 아마 산업 성장에 의미 있는 집중을 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이 프로토콜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거라고 보입니다.

최근에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인터넷기자협회와 함께 뉴스 포탈을 만들겠다고 밝힌 부분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이 언론 광고 수익에 대한 합리적 산정 기준을 밝힙니까? 밝히지 않고 있잖아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도입되면 어떤 매체가 어느 지역,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광고를 노출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를 통해 계산된 광고 수익을 기자들, 댓글 단 사람, 보팅한 사람에게 리워드로 줄 수 있는 거죠.

소위 건전한 의미에서의 토큰 이코노미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블록체인의 장점 중 하나가 토큰 이크노미인데, 토큰 이코노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 잘했어요’거든요. 블록체인이야말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분야에서 차츰 자연스럽게 플랫폼 경제의 독소를 프로토콜 경제로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아마 가장 빨리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저는 스포츠라고 봅니다. 예컨대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축구 리그에는 협동조합이 많죠. 연회비를 내고 회원에 가입하면 구단이 얻는 수익을 회원이 분배받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보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뭡니까. 이기면 이기는 자체로도 좋지만 많은 관객이 들어오면 수익 배당이 더 온다는 생각을 가지니까 더 흥분하는 거고요. 향후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트레이딩에도 회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있고요.

결국 프로토콜 경제란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 과정에서의 민주주의를 더 확보하는 거거든요. 최근 협동조합론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죠. 주식회사가 대주주 중심으로 가다 보니 재벌이 3%, 4%의 지분만 가지고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된 거잖아요. 심지어 최근에는 청년들이 대기업 CEO와 직원 연봉의 격차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 수준이 그만큼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보입니다. 주권 의식이 높아졌다는 거죠. 이러한 시대에 맞는 기재로서 블록체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올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재현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할까요?

저는 디지털 예탁 결제원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코인을 개별 거래소에 두지 말고 국가가 관리하자는 거죠. 거래소에 맡겨놓고 코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거래소가 문 닫아 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집중화의 피해가 또 있는 거예요. 은행 부도난 거하고 똑같잖아요. 그런 부분을 정부가 뒷짐지지 말고 자연스럽게 유도하라는 부분이고요.

또 하나는 사전에 상장하는 과정을 투명화하기 위한 공공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신용평가사와 같은 기술 평가사 말이죠. 프로젝트팀이 A거래소에 상장할지 B거래소에 상장할지는 팀의 결정에 따르면 되는 부분이지만, 상장하기 전의 프로세스는 일정 정도의 화이트 페이퍼 10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승인되면 공공영역이든 준공공영역이든 공동으로 사전 승인 신청을 통해 상장이 진행된다고 하면 소위 ‘잡코인’이 상장되는 경우가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 현재 대부분의 거래소가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유가 상장피에 대한 부분 때문이지 않습니까. 백서에 대한 검토도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피 받아서 상장시켜놓고 은행이 압박하니 마음대로 폐지시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죠. 소위 마케팅 비용이라고 불리는 상장피는 불과 며칠 가격을 펌프질하는데 활용된 게 전부라는 거고요. 그런 부분이 치명적인 거예요. 거래소나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을로 만들어 금융당국과 국세청이 푸시하면 맞아 죽을 수밖에 없는 위치로 스스로 만들어 갔다는 거죠.

그렇다면 정부도 한 발 양보해서 위에 말한 심사기구를 금융위, 금융감독원 아래에 두거나 디지털 예탁 결제원을 새로 만들든지, 지자체에 민간기구를 만들든지 해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문턱이라고 과제라고 봅니다. 그래야 상장된 이후 폐지시켰을 때 증권처럼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입증 자료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들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본 인터뷰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8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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