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면 월급 깎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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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로이스터 감독은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정되었을 때 선수단과 파티를 열었죠.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눈앞에 있는데, 연습을 해도 아쉬운 시점에 샴페인 파티라뇨. 우리나라 정서상 잘 맞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골프 매니아였습니다. 그래서 시즌 중에 휴일마다 골프를 치는 광경을 연출했는데, 이것도 한국정서상 잘 맞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정규시즌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한국시리즈로 불리는 단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로이스터 감독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롯데를 떠납니다. 전 롯데 팬은 아니지만, 롯데 팬들이 많이 아쉬워했죠.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에 와서 이룬 성과에 대해서 칭찬이 많지만, 한국식 야구와 궤를 달리하는 그의 야구 철학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흔히 프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프로 야구선수, 프로 축구선수, 프로 골퍼 등을 떠올리죠. 즉 프로 선수가 프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프로의 정의를 다양하게 내리겠지만, 흔히 프로라고 하면 능력만큼 대우를 받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승자독식의 법칙이 깔려 있기 때문에, 최고가 되려고 항상 노력하죠.

우리나라 사람처럼 근면성실한 국민도 없을 겁니다. 이런 근면성실함은 프로에서도 두루두루 통용됩니다. 그래서 피와 살을 태우고 깎는 노력을 들여서 연습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올해 정규시즌을 준비하면서 기아 타자들이 하루에 스윙연습을 2,000개씩 했다고 하죠. 그런데 이게 어머어마한 연습량이라고 하는군요. 하루에 1,000개만 해도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진다고 하니까요.

흔히들 프로 정도의 세계에 입문할 정도면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실력이 메꾸지 못하는 작은 차이가 승부를 결정 짓는다고 하는데요. 그것을 정신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천재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친연습감으로 경기장에서 배팅만 연습해서 배팅 머신이 되는 것보다, 적당한 배팅 연습을 끝내고 골프장을 돌아다니면서 재충전하거나 책을 다양하게 읽어서 참신한 전략을 생각해 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일개미가 판치는 한국야구 현실 속에서, 휴일이면 골프를 치고 다니고, 한국 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샴페인을 터트리고, 연습량도 그다지 많지 않던 배짱이 로이스터 감독은, 죽어라고 연습만 하는 게 팀이나 개인의 경기력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여준 듯합니다. 즉 감독이 먼저 나서서 행동을 보인 것이죠.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 야구 연습을 일정 부분 포기한 것, 조금 상황은 모순적이지만 그가 이룬 성과가 이런 노력의 효과를 입증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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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대한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야근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휴일근무는 하지 않죠. 제가 프로젝트 관리를 맡으면 이 규칙을 팀의 그라운드룰로 정합니다. 칼출근, 칼퇴근 원칙인 셈입니다. 그러니 업무강도가 높습니다. 제가 팀원으로 참여할 때도 되도록이면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을 그라운드룰로 정할 것을 주장하죠. 현실상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만, 최대한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칼출근 칼퇴근만을 하는 현상을 보는 주위 분들 가운데, 이것을 열정이 없거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다는 것을 인식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백인백색이죠. 사실 이런 칼출근 칼퇴근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할 자리가 있으면 좋은데, 그냥 현상만을 보니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끔 근무시간 준수의 철학을 이야기할 자리가 있을 때 정말 장황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대충 이런 논리입니다.

어떤 사람이 정말 열정적입니다. 이분은 아침에 출근해서 거의 업무에만 집중하죠. 일을 잘하다 보니까 일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까 퇴근이 늦어집니다. 거의 자정 무렵 녹초가 되서 퇴근했는데요. 집에 가보니 아이는 감기가 걸려서 고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하루종일 아이 간호하느라 기진맥진한 상태고요. 집안은 난장판이고,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가니 변기까지 막혀 있습니다.

하루종일 일에 치여서 집에 왔는데, 이래저래 화만 쌓이네요. 감기 걸린 아이 보느라 짜증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보니까 잠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이분은 회사에 정시에 출근했지만 정신이 혼미한 게 하루종일 어떻게 일을 할지 걱정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칼퇴근을 합니다. 약속이 없으면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하죠. 집에 가서 아내와 함께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아이와 같이 놀아 줍니다. 집안 일도 아내와 같이 하죠. 아이도 아빠를 일찍부터 봐서 그런지 10시를 조금 넘기면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고 나서 아내와 같이 이야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 이 사람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취미생활을 하죠. 그리고 11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듭니다.

8시간 정도 잠을 잤기에 아침이 개운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어제 해결하지 못한 업무를 봤습니다. 어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던 업무인데 휴식을 잘 취해서인지 금방 해결책이 보입니다. 동료들이 하나 둘씩 사무실로 들어오고 오늘도 즐겁게 일하자는 다짐을 합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예는 가상의 예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이죠. 사실 우리네 직장인은 양 극단의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겁니다. 제가 칼출근 칼퇴근의 이유를 핏대 높여서 설명하는 것은, 제 자신을 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칼출근 칼퇴근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회사 일을 잘하고 싶기 때문이죠.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고 아이는 아빠를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고 집안일은 복잡해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 근무 시간에 회사일에 전념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집안 일도 편하고 회사에 와서는 회사 일만 신경 쓸 수 있는 사람이 근무 시간에 회사일에 몰입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근무시간의 길이로 일에 대한 열정과 회사의 충성도를 평가한다면,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칼출근 칼퇴근하지만 몰입해서 일하는 사람이 더 낫겠죠. 물론 성과를 내는 것과 일반적인 조직에서 오래 가고 윗자리로 올라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서글프지만, 그건 현실이죠.


우리 사회가 흔히 이야기하는 ‘No pain, no gain’이라는 말 역시 우리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대단히 짓밟는 명제일 수 있습니다. 고통이 있어야 더 많이 얻는다니 이만큼 획일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기왕이면 과정에 고통이 적다면, 더 많이 얻으리라는 ‘Less pain, more gain’(연세대 김주환 교수님 ‘행복론’ 강의에서 인용)의 삶도 있다는…

via mrpyo.com

일개미가 시대상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죠.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하는 세상에 더 일잘하는 일개미가 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일은 비슷하게 해도 노래를 더 잘하는 배짱이가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현실을 봤을 때도 미친듯이 일을 열심히 하다고 더 잘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한때 한국야구의 변화를 준 로이스터 감독의 행보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야근을 하면 회사에서 야근 수당을 줍니다. 일한만큼 받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야근수당이 일종의 보상이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들에게 일을 더 많이 하라고 동기부여를 하기 때문이죠. 만약 야근 수당을 주지 않고 반대로 야근을 하면 월급을 깎는 회사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회사에서 아무도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야근은 보상이 아닌 일종의 징벌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요? 업무시간에 미친듯이 일할 겁니다. 그리고 업무 시간을 허비하는 쓸데 없는 업무 지시는 없겠죠. 자, 이 회사 사람들은 모두 칼퇴근하고 각자의 삶을 즐기고, 그 다음날 더 많은 창의적인 생각으로 출근할 겁니다. 그리고 회사는 더욱 발전하겠죠. 복된 자여! 더 복 되어질 것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214

About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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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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