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분, 자문가에게 쉽게 나눠주지 말자

첫 단추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잘못된다. 스타트업의 지분 이야기다.

창업팀은 처음부터 지분 구조를 잘 짜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되면 뒤의 모든 것들이 다 잘못된다. 창업 경험이 없는 창업자들이 창업할 때 지분 구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낙천적으로 만들었다가, 나중에 큰 고민하는 것을 너무 자주 본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특히 대학병원 창업이나 교수, 의사가 관여하는 경우에는 지분 구조가 잘못 짜인 경우가 흔하다.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업이 아닌 자문 역할(본업은 따로 있으면서, 가끔 코멘트만 하는 역할)을 하는 교수, 의사들이 지분을 5%, 10% 씩 갖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그런 구조에서 어느 대표가 일을 열심히 하고 싶겠으며, 어느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하겠는가.

물론 초보 창업가, 혹은 사업을 잘 모르는 자문가들은 지분 10%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벤처캐피털이 투자계약을 맺을 때 스톡옵션 한도를 보통 10% 정도로 잡는다. 팀에 필요한 최고 경영진(C-level)의 전업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전체’ 스톡옵션이 총 10% 정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말 회사의 주축이 될 핵심적인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특별히 빼둔 여분의 지분이 다 합해서 10%라는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아무리 유명한 교수나, 의학적인 전문성이 뛰어난 의사라고 해도, 외부에서 가끔 자문 정도의 역할을 하면서 지분 5%, 10%를 가져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례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어느 스타트업이 상장 준비를 위해 특별히 영입한 CFO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  1% 정도였다.

액셀러레이터인 DHP가 시드 투자를 집행하면 보통 지분의 5% 내외를 취득한다. 사실 더 낮은 경우도 많다. 즉, 수억 원의 투자금과 함께 필자를 포함한 20명에 가까운 파트너가 상시 커뮤니케이션하며, 수십 명의 자문가가 (즉, 수십 명의 의사가) 지원하며, 오피스아워, 외부 초청 강연, 데모데이, 뉴스레터, 내부/외부 네트워킹 행사 등의 리소스를 쓰고, 후속 투자를 위한 VC 소개, 임상 연구나 테스트베드를 위한 병원 연결 (빅 5와 수도권 주요 2, 3차 병원을 포함한다), 심지어 보도자료까지 대신 써주면서 받는 지분이다. 근데 아무리 전문가라도 가끔 일 봐주는 한 명이 자문가라며 지분 10%를 가져간다고?

외부인에게 지분을 많이 주면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에 분명 도움이 되는 외부 자문가에게 지분을 얼마나 줘야 할까? 모든 상황에 맞는 정답은 없겠지만, 보통은 0.5%, 아무리 많아도 1% 정도면 된다. 필자 생각에 1%면 정말 충분하고도 남는다. 나머지 지분은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방어하고, 정말 실무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전업’ 공동창업자와 최고 경영진에게 가야 한다. 그래야 일단 회사가 돌아간다. 대표자가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고, 경영권도 확실하며, 책임에 대한 보상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는 지분을 얼마나 보유해야 할까? 창업할 때 기준으로 100% 에 가까울수록 깔끔하다. 공동창업자가 있어도 최소 대표이사의 지분이 80%는 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여러 번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분이 희석돼도 대표가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 매번 투자받을 때마다 외부 투자자들이 10~20% (때로는 그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감안하면, 초기에 대표의 지분이 높을수록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 특히 현실적으로, 상장 심사 시에도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낮은 것은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참고로, 같은 이유로 공동 창업자들 사이에서 지분을 균등배분(1/n)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모든 투자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지분 구조는 대부분의 투자사에서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 필자도 얼마 전 지분을 25% 씩 나눠가진 회사와, 33% 씩 나눠가진 회사를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투자하지 않았다. 지분 구조가 투자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으나, 주요한 이유는 되었다.

최근에 만난 한 팀도 처음에 잘못 짜놓은 지분 구조 때문에 곯머리를 앓고 있었다. 외부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의사, 교수들이 지분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탓에, 창업 시부터 이미 대표이사가 의사결정권을 온전히 가지지도 못한 상태였다. 심지어 이 주주들 중에 자신의 지분이 낮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 외부 주주들이 악의가 있거나, 탐욕스러워서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주주들은 지분 10%가 회사에서 얼마나 큰 지분인지 모를 수 있다.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지분 구조에 대해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외부  주주의 지분율은 낮을수록 외부 주주들에게도 더 큰 보상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분구조가 합리적으로 싸여져야 회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투자자들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주주가 지분율에 욕심을 내기보다 지분율 전체의 합인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협조해주어야 한다. 외부 자문가들이 들고 있는 지분이 많을수록 회사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고 모든 주주들의 지분 가치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자, 외부에 자문으로 참여하시는 교수, 의사들은 이 부분을 필히 숙지해야 한다. 엔젤로 참여하는 초기 투자자들 역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pelexus/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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