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루트 “서촌이 ‘핫플’ 아닌 ‘웜플’되도록”

로컬루트 로고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을 연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서울 경복궁 서촌에 뿌리내린 예비사회적기업 로컬루트는 이름부터 지역에 뿌리내리고 싶다는 토박이 김민하 대표의 마음을 담았다.

김 대표는 학업을 위해 잠시 서촌을 떠나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서촌에서 살았다. 도심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네지만 높은 건물이 거의 없고 한옥이 군데군데 자리한 골목길이 잘 보존돼 있는 특색 있는 곳이다.

성인이 된 후 서촌에서 직접 카페를 창업해 운영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서촌에 사는 주민들과 서촌을 일터 삼아 일하는 상인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이들이 모여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동네를 만드는 커뮤니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싶었다.

“사실 동네에 머무르는 시간은 주민들보다 상인들이 더 길거예요. 동네가 재미있으려면 1인 가게 사장님들이 많아지고 이분들이 하는 가게가 활력을 찾아야 합니다. 로컬루트는 상인의 소식을 주민에게, 주민의 소식을 상인에게 전달해주는 ‘레터’ 역할을 하면서 여러 재미있는 행사와 상품, 서비스를 기획하고 로컬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죠.”

김 대표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에 참여해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개방으로 서촌에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주민과 상인,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점공간과 상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다.

김 대표는 그 시도로 영국의 유명 맵메이커(Map maker)이자 일러스트 디자이너인 제니 스팍스(Jenni sparks)와 협업해 서촌 지도를 제작했다. 동네 명소를 재치있게 표기한 소장하고 싶은 지도를 만들어 서촌 곳곳의 가게에서 판매하고 서촌을 브랜드화하는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2년 여 간의 러브콜 끝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아티스트와 아시아 최초로 서촌마을 지도 제작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서촌을 상징하는 색다른 기념품도 되면서 동네 가게들이 이를 판매해 수익도 창출할 수 있고 로컬루트도 커뮤니티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을 기대합니다.”

로컬루트의 커뮤니티에는 600여명의 주민과 상인들이 모여있다. 참여한 가게만 100여곳에 달한다. 서촌 상인들은 주민들 못지 않게 동네가 가진 개성과 특색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소속감을 갖기 원한다는 게 로컬루트의 생각이다.

지도 제작뿐 아니라 비대면 디저트 가게도 내년초부터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서촌에 자리잡은 맹학교, 농학교, 푸르매재단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디저트 가게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사회적 기업은 뭔가 진부하고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로컬루트는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역 안에서 시도해볼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것들을 생각해내려고 합니다. 단순히 로컬 기업이라기보다는 뭔가 신나는 도전을 이어가는 동네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서촌이 재밌고 트렌디하면서도 특유의 따뜻함과 인간미를 간직한 동네로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을 표했다. 서촌은 땅값이 오르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해 기존 상인들이 내몰리는 아픈 경험을 세 번 가량 경험했고 청와대 오픈으로 또 한번 진통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대표는 로컬루트 활동을 통해 서촌이 단순히 ‘핫플’이 아니라 사람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웜플’이 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표했다.

“서촌지도에 이어 서울지도도 제작해 판매하는 등 소장하고 싶은 기념품을 늘려가고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로컬루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2022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수도권 로컬 맞춤혐 액셀러레이팅 지원 프로세스를 통해 로컬 기업의 역량 강화 지원과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받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국내 최대 창업지원 클러스터인 창업존을 운영하며 수도권 지역 내 유망 창업자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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