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도산,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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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22년은 대부분의 사업가나 경영자들에게 참 드라마틱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몇 년 동안 이어졌던 유동성 활황의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돌변, 미국발 금리 인상 등 여러 거시 경제의 변화로 인해 시장 내 불확실성이 끝없이 높아졌다. 연초만 해도 1,200원 수준이었던 USD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은 적도 있고, 대출 이자율이 끝도 없이 오르는 등,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제 환경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돈맥경화’ 등의 신조어까지 생기게 됐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 역시 당분간은 유지될 전망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흑자도산’. 용어의 의미가 어찌 보면 상당히 역설적인데, 기업이 회계상으로는 흑자 or 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적 위험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산하는 것이다. 어떡하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해당 개념에 친숙하지 않은 분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과거 국내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통해 흑자도산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체계적, 합리적 일 것만 같은 회계상 지표의 일부 맹점, 그리고 경영자와 CFO가 집중해서 살펴야 될 부분에 대해 다룬다.

 

◆ 흑자 도산 사례 :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의 갑작스러운 부도 처리, 그리고 상장폐지
바야흐로 2008년 2월, 코스닥 상장사였던 ‘주식회사 우영’이라는 회사가 약 91억원의 어음 상환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되었음이 공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결국 그해 3월, 해당 회사는 안타깝게도 상장 폐지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DART 부도발생 및 상장폐지 공시>

당시 이 회사의 부도에 대해 시장에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회사는 업력만 약 30년이 넘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고정 납품처로 하는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매년 2~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 100억원대 이상은 꾸준히 기록하는 등 손익계산서 상 수치도 이러한 회사의 재무적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2007년 3분기 기준 손익계산서 주요 수치>

 

과연 이런 회사가 갑작스럽게 부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업의 유동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유동비율’이다. 이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유동부채’로 계산되는데, 회계에서 유동자산이란 빠르게 현금화 시킬 수 있는 자산을 말하며, 유동부채란 주로 단기간(주로 1년)내에 지급해야 할 돈을 말한다. 즉 해당 비율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급능력/신용능력을 뜻하는 지표인 것이다. 주식회사 우영의 2007년 3분기 기준은 117%였다. 100%가 넘는다는 뜻은 채무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돈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화 가능 자산이 더 많고, 그래서 재정건전성에 큰 의문점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본 결과는 달랐다. 아래는 당시 회사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세부내역이다.

 

<유동자산 내역>

 

<유동부채 내역>

앞서 말했듯이, 겉으로 보이는 유동비율은 117% 로 어떻게 보면 양호한 편에 가깝지만, 실제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재고자산이 크게 누적되는 등(전체 유동자산의 약 60% 차지) 현금 유입이 다소 불분명한 유동자산이 많았다. 그에 비해 유동부채의 대부분은 현금 유출이 확실시되는 내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결국 ‘흑자도산’이라는 대참사의 이유는 이러했다. 회계적으로는 유동자산이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부채 상환 능력의 의문이 있는 상태였고, 이러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매출 수주량이 감소하여 재고 판매가 부진하자 어음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꾸준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어떻게 보면 사소한 실수 하나가 매년 매출 3,000억원, 100억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30년 업력의 상장사를 무너뜨렸고, 그 트리거가 된 것은 단돈(?) 91억원의 어음 상환기일 도래였다.

 

◆ 시사점 : 세밀한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
본 사례는 비록 15년 전의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투자 유치나 대출 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규모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잡은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등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회사일수록 경영자, 그리고 CFO라면 항상 회사의 현재 보유 현금 및 예상 지출이 어떠한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계 정보의 세밀한 분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앞선 우영의 케이스는 결국 수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이에 따라 재고가 점점 증가하였음에도, 단순히 유동비율 등 주요 지표만 봤을때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세부 회계 계정 뿐 아니라 재고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 등 다양한 지표를 보완적으로 분석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회사 내 복잡한 프로세스에서 이슈나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클리어하기 위한 전사적 접근이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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