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논란, 일파만파

“CES에서 3년 연속 4개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헬스케어 제품을 대기업이 투자와 협업하겠다며 접근해서 아이디어만 탈취해 자체 제품을 제작했다” (알고케어)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고 디스펜서를 활용하는 모델은 일반적인 개념. 따라한 것이 아니다” (롯데헬스케어)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가 제품 도용 의혹을 두고 맞서고 있다. 사건의 발화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스타트업 기술 이 역대 가장 많은 혁신상을 수상한 2023 CES 현장에서 발단이 됐다.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는 CES 전시관 현장에서 유사한 제품을 대기업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고 그 대기업이 지난 1년 동안 투자와 협업을 하겠다며 접근해서 여러 제품 아이디어를 요구했던 롯데헬스케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정지원 대표는 CES가 마무리된 후 귀국해 지난 18일 1년 동안 롯데헬스케어와 어떤 협의를 해오고 각 사 제품들이 어떤 유사한 면을 갖게 됐는지 상세하게 고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롯데헬스케어의 아이디어 탈취를 고발합니다 [알고케어가 올린 글]

이 글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1년 9월 알고케어가 개발 중이던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제품을 도입·투자하고 싶다며 알고케어 측과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롯데헬스케어는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 ‘캐즐’을 공개했다. 알고케어는 오는 3월 정식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 선수를 빼앗긴 셈이 됐다. 투자와 협력은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롯데헬스케어가 경쟁제품을 따로 만들어 먼저 출시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알고케어에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이 벤처스퀘어 페이스북을 비롯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통해 전파되면서 언론기사도 이어지고 있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해 캐즐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롯데헬스케어 제품의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 디스펜서 컨셉 등이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를 추천하고 개별로 토출해주는 디스펜서 방식이 일반적인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누가누구를 따라했다기 보다 전세계 제품들끼리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아이디어 탈취 의혹 제기에 적극 반박하며 독자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는 오는 3월 제품 출시를 앞두고 국내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도용해 먼저 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에 상실감과 좌절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소식에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또 터졌다”며 그동안의 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탈취 등의 사례를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CVC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와 지원을 하며 오픈이노베이션 분위기를 이번 사건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분위기가 훼손되고 있다”며 사태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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