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매출 찾아드립니다 : 매출 총액과 순액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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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이번에 매출 얼마 했대?’, ‘그 회사 연 매출 XX씩 하는 엄청 큰 회사야’ 일상에서 흔히들 하는 대화이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여부를 막론하고, 사업 규모를 가장 쉽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지표가 있다면 바로 ‘매출액’이다. 규모뿐 아니라 성장성까지 알려주므로 비단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부서에서 중요하게 관리하는 숫자이며, 뿐만 아니라 주주 및 외부 투자자, 은행 등 금융기관, 입찰 공공기관도 매출액을 통해 기업 활동을 판단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매출을 ‘얼마’로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예상되는 가장 많은 답변은 ‘계좌에 입금된 돈이 곧 매출이지 않을까요?’ 또는,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끊은 숫자가 매출 아닌가요?’이다. 하지만 정답은! ‘아닌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꽤 많다.’이다.

본 글에서는 ‘입금된 돈’이나 ‘세금계산서 상 숫자’가 그대로 매출로 쓰일 수 없는, 이른바 매출 총액과 순액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회사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정리해본다.

 

1. 매출 ‘총액’과 ‘순액’의 세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예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소비자에게 100원에 물건을 판매하는데, 판매로 인해 제 3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40원인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때 매출을 100원으로 인식하고, 비용을 40원으로 각각 인식하는 방법이 ‘총액’ 인식방법이다. 그러나 100원과 40원의 차이인 ‘60원’만을 매출로 인식하며, 별도의 비용은 인식하지 않는 방법도 있는데, 이른바 ‘순액’ 방법이다.

회계기준에서는 매출 거래 과정에서 기업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따라 총액인지 순액인지를 규정하고 있다. 전문 용어로는 ‘본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면 총액,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면 순액으로 인식하게 된다.

회계기준(K-GAAP)에서 제시하는 ‘본인’역할의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요 지표
1) 회사가 거래의 당사자로서 재화나 용역의 제공에 대한 주된 책임을 부담한다.
2) 회사가 재고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을 부담한다.

나. 보조 지표
1) 회사가 가격결정의 권한을 갖는다.
2) 회사가 재화를 추가 가공(단순한 포장은 제외)하거나 용역의 일부를 수행한다.
3) 고객이 요구한 재화나 용역을 제공할 수 있는 복수의 공급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공급자를 선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갖는다.
4)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되는 재화나 용역의 성격, 유형, 특성 또는 사양을 주로 결정한다.
5) 회사가 재고자산의 물리적 손상에 따른 위험을 부담한다.

 

일견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원칙은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먼저 판단하며, 만약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보조 지표’를 보충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주요 지표만 먼저 집중하면 된다. 대부분의 상품 판매하는 회사의 경우 ‘재고책임 부담 여부’를 회사가 지면 총액, 그렇지 않고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만 한다면 순액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2. 제조나 유통, 커머스업 하는 경우 특히 주의하세요

위 지표는 대부분의 산업에 적용되지만, 특히나 상품 제조나 유통업, 커머스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영향을 크게 끼친다. 자사몰이 아닌 타 외부 채널(오픈마켓/백화점 등)을 통해 위탁 판매나 특정매입 등의 거래 형태로 판매하고, 판매된 대금에서 해당 채널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총액 순액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위탁 판매나 특정매입 거래는 재고 부담이 위탁자 또는 제조사에게 있기 때문에, 해당 위탁사/제조사가 본인으로서의 거래를 수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판매 대금을 모두 위탁사/제조사가 매출로 인식하고, 외부 채널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제조사의 비용으로 인식하여야 하는 것이다(즉 100원과 40원을 각각 매출과 비용으로). 하지만 대금을 순액으로 받고 세금계산서도 순액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므로(즉 60원으로 대금 결제 & 세금계산서 발행) 이에 맞춰 단순하게 매출도 60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히 발생한다.

물론 총액과 순액의 방법 차이로 인해 이익이 변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대외적으로 회사의 실제 규모보다 축소되어 알려질 수 있고, 회사의 성장이 경쟁사 대비 저평가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영역임은 확실하다.

 


3. 이러한 숨은 매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회계에서 정하는 기준과 세법에서 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법인세법, 부가세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칙과 회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원칙이 각각 별도로 있고, 따라서 그 두가지가 같은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 역시 많다. 일반적인 회계기장에서는 실무적인 편의를 위해 대부분 세법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회사라면 더더욱) 따라서 이를 이해하는 것이 조금 낯설고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위에서 다룬 총액/순액 판단 지표를 토대로, 회사의 매출 거래 실질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한 후, 최종 판단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에 대한 검토 및 실무 현업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정성적이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고, 거래의 복잡성에 따라 검토에 꽤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될 필요가 있으므로, 외부 회계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만약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회사라면 해당 감사인과의 사전 조율도 필요하며, 만약 거래 쌍방간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게 계약서 상 나타나있지 않은 회사라면 법률 자문을 통한 기본적인 계약 내용 역시 다시 챙겨볼 것을 추천한다.

최종적으로 회사의 실무 인식 방법이 회계 기준과 다른 것으로 판단되면, 이를 별도로 관리하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관리하여야 한다. 모든 매출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총액/순액 전환 회계처리를 수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다. 결산 기간에 한 줄의 조정 회계처리만 반영하면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 회계와 세법 간 차이를 기록하는 스프레드시트를 지속적으로 작성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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