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업비밀과 가짜 영업비밀을 구별하는 3가지 방법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이동환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중요한 기술 정보나 경영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고자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23. 4. 특허청이 발표한 ‘2022년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 10명 이상의 국내기업 중 76.8%가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영업비밀은 특허와 달리 일정 기간 경과 후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기업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출원이나 설정등록 등의 절차도 필요하지 않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특허권 침해와 마찬가지로 민사상 침해금지 또는 예방청구, 영업상 손해의 배상청구(징벌적 손해배상 포함), 형사처벌 등 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민사나 형사 소송을 진행해 보면 기업의 중요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조차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기술유출 내지 제3자의 무단 사용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억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어떠한 책임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기업은 소송 결과를 받아본 후에야 영업비밀 관련해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주로 기업 임원이나 보안담당자가 영업비밀의 3가지 성립요건(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및 비밀관리성)과 관련된 판단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무늬만 영업비밀을 아무리 잘 특정하여 주장한다 하더라도 법원은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소송에서 ‘가짜’ 영업비밀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보호해달라고 주장하면 ‘진짜’ 영업비밀에 대한 신뢰도까지 같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송 진행에 앞서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짜’ 영업비밀을 추출하여 이들에 대한 주장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비용 등 제반 사정 때문에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진짜’ 영업비밀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작년 말까지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에서 전문경력관으로 근무하며 다수의 기술유출 사건 수사 및 법원의 판단기준을 분석하였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3가지 영업비밀 구별 기준은 그 당시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영업비밀로 특정한 정보(이하 ‘대상정보’)가 종래 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에 해당하는지 (비공지성 관련)

대상정보가 종래 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을 취합한 것이라면, 그 분량이 아무리 방대하다 하더라도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종래 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인지는 각 기업 배포 자료, 관련 특허나 논문 등에 기재된 사항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 물론 사안에 따라 대상정보에 대하여 서로 밀접하게 결합된 유기적인 일체로서 공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부산지법 2016. 9. 29. 선고 2015노3718 판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6도16518 판결로 확정). 하지만 최근 법원은, 대상정보가 포함된 소정 자료의 영업비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자료가 피해회사에서 유래된 정보인지부터 특정하여야 하므로, 소정 자료의 각 페이지 또는 자료별로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였는바,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수원지법 2017. 12. 7. 선고 2016노9156 판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도51 판결로 확정).

 

2. 대상정보가 통상적인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를 통해 쉽게 입수할 수 있는 것인지 (비공지성 및 경제적 유용성 관련)

비밀유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판매 등으로 제품이 공지된 경우 역설계를 통해 대상정보의 획득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 대상정보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역설계의 수준, 난이도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만약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이지 않고 통상적인 역설계를 통해 대상정보를 획득했다면, 그 대상정보는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도 쉽게 입수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하여(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8도4794 판결) 영업비밀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3. 대상정보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 (비밀관리성 관련)

2019. 7. 9. 시행된 개정법에서는 ‘합리적인 노력’을 삭제하여 비밀관리성 요건을 완화하였다. 개정법 취지에 의할 때 향후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하여 비밀관리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요건은 충족되어야 한다. 즉 기업은 대상정보의 비밀 관리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상정보에 대한 대외비 지정 및 객관적 표시, 접근 가능 대상자 및 접근 방법 등과 같은 제한조치, 비밀준수의무 부과 등일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면 다른 기업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업 상황에 맞는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영업비밀이 되기 위하여 만족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들을 살펴보았다. 만약 소송 진행을 앞두고 있다면 적어도 위 기준들에 따라 ‘가짜’ 영업비밀을 솎아내고 ‘진짜’ 영업비밀만을 정리하기 바란다. 승소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자체적으로 정리해 본 결과 ‘진짜’ 영업비밀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냉정하게 영업비밀 소송 진행을 포기하기 바란다. 감정에 호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재정비하여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특허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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