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세이 (1)] 프롤로그 – 수많은 창업들의 숨은 이야기

한국 벤처기업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이민화입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카이스트 박사 출신인 이민화 교수는 벤처 붐이 본격화하기 15년 전인 1985년 메디슨을 설립해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1995년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코스닥 설립 등을 입안했고 2009년에는 초대 기업호민관을 맡아 중소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해소를 주도했습니다. 지금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으로, 유라시인 네트워크와 디지털병원 수출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사에서 없던 길을 개척해왔고, 또 개척하고 있는 이민화 교수의 [벤처 에세이]를 통해 벤처기업 역사의 소중한 경험과 비전을 만나 보세요.

조직도 돈도 없지만 내가 뿌린 벤처 DNA가…
벤처 효시 메디슨부터 코스닥 설립·기업 호민관 등
숨가쁘게 달려온 내 인생과 도움 준 스승·동료 이야기
이 땅의 젊은이들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아직 채 환갑도 되지 않은 사람이 회고록 비슷한 글을 쓴다는 것이 사실은 부담이 되어 기고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망설이게 되었다. 그러나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메디슨과 의료산업, 벤처업계와 청년창업, 기업호민관실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영재 기업인 육성, 유라시안 네트워크 등 나름대로 이야기 할 것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연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많이도 모자라는 이 이야기들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그 동안 창업했던 많은 조직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자 한다.

나는 길지 않은 삶의 기간 중 나름대로는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모든 생명의 탄생은 아픔으로부터 시작한다. 조직도 하나의 생명이다. 생명의 탄생은 순리가 아니라 역리다. 탄생의 환희 뒤에는 치열한 삶의 흔적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조직은 없다. 재산도 없다.

그러나 그 삶의 흔적은 유전자 코드로 전파되어 의료산업계, 벤처업계, 창업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발현되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없다고 핀잔을 주나, 나는 항상 마음이 부자라고 자부한다. 인생은 여행일 뿐 종착지가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Life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

이 연재의 주제는 일련의 창업과정의 이야기다. 최초의 학생창업으로부터 대한전선의 사내 기업가를 거쳐 카이스트 재학생으로서 1985년 한국벤처의 효시 메디슨을 창업한 이야기로 시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영원한 스승인 박송배 교수님 이야기는 별도로 다루고자 한다. 이어서 한국 의료산업을 일으키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메디슨을 근간으로 수십 개의 의료기 회사들이 창업되고 이들이 한국 의료산업을 현재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메디슨의 유전자 코드가 전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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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카이스트 재학시절 동료들과 만든 메디슨은 한국 최초의 벤처기업이었다. 창업 7인방이었던 박용헌(왼쪽부터) 박사과정, 김국진 조영신 연구원, 필자, 이승우 김영모 박사과정, 정만돌 연구원. 당시 직책도 없던 이들이 한국 벤처의 효시를 개척했 던 셈이다.

의료산업에 이어 한국의 벤처산업을 일으킨 이야기를 서술하고자 한다. 1995년 12월 벤처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된 한국벤처기업협회(KOVA)를 설립하게 되는 전후 과정을 남기고자 한다. 협회가 주도하여 벤처혁명의 양대 인프라인 코스닥을 설립하고 벤처기업특별법을 제정한 과정도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 실험실 창업제도, 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의 설립, 기술거래소 설립 등의 이야기들도 벤처이야기의 일부로 다루고자 한다. 2001년 미국 IT버블 붕괴에 따른 벤처 고난의 행군의 의미와 벤처 어게인(Venture Again)정책도 필요한 역사기록이 될 것이다. 벤처이야기는 최근의 스마트 기반의 제2의 벤처붐인 벤처 르네상스로 연결되어 한국의 새로운 발전동력이 될 것이다. 인류가 스마트폰을 아바타로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집단 생명화하여 새롭게 진화를 시작한다는 호모 모바일리언스(Homo-Mobiliance) 이야기는 벤처 르네상스를 위한 미래 스토리텔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유라시안 네트워크 이야기는 조금 생소할 것이나, 메디슨, 의료산업, 벤처산업과 연결되는 혁신의 흐름을 확산 추진하는 운동이다. 이제 한국 미래발전의 주역은 의공학에서 이공계를 거쳐 인문사회학도가 주도하는 개방된 제도의 경쟁력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개된 스토리텔링이다. 한국이 전 세계 유라시안 인종을 아우르는 네트워크 허브로 자리매김하자는 운동이다. 이미 많은 벤처인들이 참여해 유라시안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나름대로 성과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마도 사회학 미래학 역사 철학을 다루는 이 스토리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초대 기업 호민관으로 부임하여 작년 말까지 활동한 기업호민관 제도는 나름대로 매우 소중한 결실을 거두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연대보증제 패자부활제 보복금지제에 이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화두를 제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룩한 것은 단일기업 활동으로는 도저히 달성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자부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고,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참여가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이 분들의 이야기들도 다루고자 한다.

한국의 새로운 견인차로서 중견벤처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100여 개의 중견 벤처를 심층분석하고 CEO와의 대화를 통하여 미래전략을 만들어간 벤처소생태계(Viotope) 프로젝트는 수많은 긍정적인 성과로 연결되었다. 개별기업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 학술논문으로도 발표되고, 중견벤처포럼이 결성되어 벤처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고, 정부의 새로운 중견벤처정책에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되었다.

창조경제 포럼과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은 창조경제 시대에 필요한 한국의 새로운 국가정책을 형성하는데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고 보기에 이야기에 조금은 포함하고자 한다.

카이스트에서 현재 추진하는 영재기업인(IP-CEO) 과정은 미래의 한국을 이끌 창조영재를 육성하는 혁신적인 교육과정이기에 반드시 소개가 필요하다. 카이스트 이야기에는 절실히 요구되는 창업활성화 활동도 포함하고자 한다. 창업 활성화를 위하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경인TV의 ‘기업가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도 소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산업의 세계화를 위하여 2011년 3월 새롭게 창립한 디지털병원 수출조합이야기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이제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제조업 + 서비스’라는 점에서 이러한 혁신의 전파도 소중하지 않을까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하여 일련의 혁신과 창업과정이 가진 의미가 독자 여러분께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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