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영업 비밀을 제대로 만드는 비법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이동환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 간 기술탈취 분쟁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재 및 조정을 통해 마무리됐다. 하지만 몇몇 유사 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골프장 운영 플랫폼 1위인 스마트스코어와 후발주자 카카오VX 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올해 2월 카카오VX를 상대로 자사 골프장 운영 솔루션 모방, 영업비밀 침해 등을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 및 본안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가처분 재판부는 2023. 9. 7. 해당 신청을 기각했다(본안 소송은 진행 중).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스마트스코어의 솔루션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의한 성과 등에 해당하지 않고, 골프장에서의 경기 운영 및 관리 규칙 등을 전자화한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재판부는 카카오VX가 스마트스코어의 데이터를 부정사용했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가처분 결정문을 확보하여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카카오VX의 부정사용 여부까지 판단한 것에 비추어볼 때 스마트스코어의 데이터가 적어도 영업비밀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스마트스코어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특허청의 2020년 법원 판결문 분석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각 사건 중 약 70%가 영업비밀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여 기각되었다. 기술분쟁이 일어났을 때 특허권, 저작권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영업비밀이라도 미리 제대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영업비밀을 만든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특허권을 생각해 보자. 발명 완성 – 명세서 준비 – 출원 – 심사 – 등록의 과정을 거쳐 특허권이 만들어진다. 영업비밀도 특허권처럼 만들어지는 대상이다. 법원 판결에서 제시하는 영업비밀 요건 관련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기준에 맞는 문서들을 준비 및 관리함으로써 영업비밀을 만들 수 있다. 필자는 검찰 전문경력관으로 근무하면서 다수의 기술유출 사건을 경험하였다. 검사에 의해 기소된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법원에 의해 영업비밀로 인정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래 소개할 3단계를 거친다면 어떤 기업이든지 영업비밀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충분히 영업비밀을 만들 수 있으니 3단계에 따라 준비해 보자.

[1단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 선정하기
‘비공지성’ 요건과 관련되는 단계이다. R&D 결과물, 제품·공정·신약 개발자료 등과 같은 기술 정보뿐만 아니라 영업 정보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반드시 회사의 핵심기술과 관련된 정보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개된 정보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허(공개된 것), 논문, IR deck, 회사 소개서 등에 포함된 정보라면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과감히 제외하자. 다만 대상 정보의 공개 여부 판단 시 특허법 요건 중 하나인 신규성과 달리 상대적인 측면이 고려된다. 즉 공개 여부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자 등 이를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정보인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8278 판결 등).

[2단계] 선정된 정보의 가치 정량화하기
‘경제적 유용성’ 요건과 관련되는 단계이다. 사업과 연계하여 선정된 정보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마련한다. 예를 들어 대상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 이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혹은 대상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노력이 투입되었는지 등이 나타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도6223 판결 등). 한편 사업상 성공한 것이어야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실패한 연구데이터 등의 경우 경쟁자가 이를 입수하여 사용할 경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 데이터를 기초로 단시간 내에 개발을 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충분히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정량화된 자료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자.

[3단계] 선정된 정보 관리하기
마지막으로 ‘비밀관리성’ 요건과 관련되는 단계이다. 선정된 정보를 관리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선정된 정보 등급 분류, 등급별 접근 권한 부여, 보안 책임자 지정, 영업비밀 운영지침 마련, 비밀유지서약서 등 서식 정비, 정기적인 보안 교육, CCTV 등 보안장비 설치 등이 있다. 또한 DLP 등 보안프로그램이 회사 전체적으로 설치되어 있다면 정보 관리에 유리하다. 하지만 보안프로그램이 필수는 아니다. 현행법상 비밀로 관리되면 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따라서 임직원이 10명 이하의 소규모 회사,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 상황 및 여건에 맞추어 선정된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상과 같이 기업이 영업비밀을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였다. 여기서 가장 주의할 사항이 있다. 문제 발생 시 만들어 놓은 영업비밀이 법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그 영업비밀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법원으로부터 영업비밀이라고 인정받지 못한 사건이 상당수이다. 부디 이 점을 명심하고 기업의 영업비밀을 제대로 만들어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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