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경기도에서 전통주의 부활을 꿈꾸다, 여주 로컬 크리에이터 술아원

◆ 유럽의 포트와인, 셰리와인보다 백 년 앞선 과하주를 빚다 

물 좋고 쌀 좋은 경기도 여주 연하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양조장 술아원은 강진희 대표가 운영하는 지역특산주 양조장이다. 2023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 수상 및 2023년 경기주류대상 에서 약주부문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술의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술아원”이라는 독특한 브랜드는 “술과 나를 한데 부른다”, “술과 나는 하나”라는 뜻으로 강진희 대표가 지은 이름이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될 만큼 세련되고 모던한 술아원 양조장에서 강진희 대표를 만났다.

술아원 강진희 대표

◆ 경력 전무 여성의 도전

이른 결혼과 출산, 육아가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경력이 단절된 채로 지냈다. 그 후 강진희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하면서 제2의 삶에 도전할 준비를 시작했다.

“저는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 전무에 가까워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정작 사회생활은 거의 하지 못했으니까요. 일찍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키운 다음에는 늦게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가족의 응원이 있었습니다.”

40대에 시작한 도전을 두고 과연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는 시선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강 대표는 뚝심 있게 평소 관심 있던 다양한 분야를 배우면서 도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가양주(家釀酒:집에서 직접 빚는 전통주) 수업을 받다가 전통주에 마음을 쏟게 되었다.

“전통주를 그대로 만들려면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작업이에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빚고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주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술아원 ‘술아 국화주’

◆ ‘여름을 지나는 술’ 과하주와 운명적 만남

“전통주에 대해 깊이 파고들다 보니, 과하주가 눈에 띄었어요. 스페인의 셰리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등이 도수 높은 과실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나라의 과하주는 그보다도 백 년이나 앞서서 만들었더라고요. 고문헌을 뒤져가며 최대한 전통과 같은 방법으로 술을 재현하려고 애썼어요. 처음에는 힘들게 완성한 술이 맛이 없더라고요. 실망하고 그냥 두었죠. 그런데 몇 개월 후에 숙성된 맛을 다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다른 술이었어요. 천천히 기다리던 조상들의 방법대로 시간이 완성한 과하주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의 지원과 함께 성장하다

셀 수 없는 시도와 실패 끝에 자신 있는 술을 만들었지만, 유통과 브랜드 작업 등, 창업을 막 시작한 후 챙겨야 할 일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 가운데서 본격적인 사업화로 가는 길을 멀고 험해 보였다. 성장의 갈림길에서 막막하던 때에,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를 만났다.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여주시가 로컬 크리에이터와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지난 2022년 문을 열었다.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는 동부 권역의 유망한 로컬 창업가들을 집중해서 지원하고 있다.

“사업을 처음 하면서 제품 제조 외에도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내 일처럼 챙겨주셨어요. MZ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술아원 제품을 홍보하면서 저희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제품의 홍보부터 유통 지원 등등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해주시고, 또 저희 같은 지역 기업이 잘 뿌리내리고 성장하도록 실제적인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강 대표는 지원이 필요한 지역의 창업가들에게도 주저 없이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의 문을 두드리라고 조언했다.

술아원 강진희 대표와 팀원

◆ 미래에 전통으로 남을 수 있는 술을 빚는 꿈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과하주의 멋과 맛을 다시 발굴해 낸 강진희 대표와 술아원의 꿈은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제가 깊은 인상을 받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와이너리처럼, 사람들이 찾아오고, 마을 사람들이 들려서 전통주 한잔, 혹은 차 한잔을 나누며 전통주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양조장을 여주에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더 큰 꿈이 있다면,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전통주를 부활시키고, 우리에게 이런 술이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술을 만들지만, 먼 미래에는 저희가 만드는 술이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꿈으로 술을 연구하고 빚고 있습니다.”

시그니처인 ‘경성과하주’,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고구마 소주 ‘필40’, 젊은 층의 뜨거운 선호를 받는 복분자약주 ‘복단지’ 등 술아원의 술들은 어느새 베트남, 호주, 홍콩에 이어 일본까지 수출을 진행중에 있다. 경력단절의 여성이 미래의 전통이 될 양조장을 세운 CEO로 변신한 강진희 대표의 꿈은 벌써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소속으로 경기도와 여주시가 함께 설립한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가 지원하는 사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는 유통사업화 지원, 창업지원 등 로컬 크리에이터가 보다 수월하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유통사업화 지원을 통해 국내 매출 증가는 물론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술아원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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