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흐름 담은 렌털업무 솔루션, '프리핀스' 신상용 대표의 조용한 반란

서울 제조·판매 IT 강소기업이 자리잡은 구로디지털밸리의 한켠, 낡은 창고 안에서 전동 지게차가 울컥거리며 멈춘다. 그 소리와 함께 옅은 기름 냄새가 공간을 채운다. 몇 분 전 도착한 주문 요청에 따라, 푸른색 산업용 송풍기 두 대가 마킹된 위치에 정확히 놓인다. 흙먼지 묻은 작업복 차림의 담당자는 종이 인수증 대신 태블릿을 쓱 넘기며 서류를 전송하고, 화면 속에서 세금계산서가 자동으로 발행되는 것을 확인한다. "옛날에 이거 한 건 처리하려면 전화 세 통은 기본이었어요. 재고 확인하고, 배송 예약하고, 재차 확인하고... 그러다 뭐 하나 잘못되면 종일 헤매기 일쑤였죠." 이 모든 과정을 몇 분 안에 끝낸 김민수 씨는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웃는다. 지난 10년간 렌털 현장에서 일해온 그가 경험한 '조용한 혁명'의 주인공은 바로 '프리핀스'라는 렌털업무 솔루션이다. 국내 렌털 시장은 연간 100조 원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거대한 시장이지만, 정작 이 산업에 최적화된 디지털 관리 시스템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특히 중소 렌털 사업자들은 여전히 수기 장부와 엑셀, 끊임없는 전화 통화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빈틈을 파고든 것이 프리핀스다. 렌털 현장의 디지털 '문맹 탈출' 돕다 "처음 이 시장을 봤을 때 솔직히 놀랐어요. 2020년대인데 90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걸 보면서..." 구로디지털밸리에서 만난 프리핀스의 창업자 신상용 대표(53)의 말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묻어있다. 렌털업계 출신이 아닌 그는 과거 주차 솔루션 '아이파킹'을 성공시킨 연쇄창업가다. 그의 손가락은 습관적으로 태블릿을 두드리며 그래프와 숫자를 오간다. "처음엔 단순한 재고관리 툴로 접근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들어가보니 정작 업계가 필요로 한 건 '운영 전체의 디지털화'였죠." 신상용 대표의 설명은 렌털 업계의 놀라운 복잡성을 드러낸다. 차량, 중장비, IT기기부터 파티용품까지 품목별로 완전히 다른 관리 체계가 필요했고, 대여 기간, 보증금, 손상 관리, 정비 주기 등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프리핀스 신상용 대표 "그래서 현장에 들어갔어요. 정말 밑바닥부터요." 신상용 대표 본인이 3개월간 렌털 창고를 살펴보며 업무 흐름을 파악했다. 프리핀스 개발자들도 2주에 한 번씩 현장을 방문해 사용자 피드백을 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현장의 흐름을 품은 렌털업무 솔루션'이었다. "렌털업무 솔루션이라고 하면 대부분 거부 반응부터 보여요. 크고 어렵고, 우리랑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하죠." 신상용 대표의 말처럼, 디지털 전환은 기술보다 심리의 문제였다. 이에 프리핀스는 일괄 도입 대신, 계약서 자동화, 세금계산서 발행, 월간 정산 자동화 등 '작고 단순한' 기능부터 현장에 녹여냈다. "편리한 렌털·구독 전환으로 강소기업을 더욱 강하게, 이게 시작이었어요." "도입"이 아니라 "습관"이 되도록 "처음 시스템을 도입한 고객사에서는 직원들의 반발이 상당했어요. 20년 넘게 같은 방식으로 일해온 사람들이니까요. 갑자기 태블릿 들고 다니라니까 못 하겠다고 난리였죠." 단순히 시스템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프리핀스는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함께 바꾸려는 움직임도 시작했다. 한국렌탈협회와 함께 전국 소상공 렌털 사업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최근에는 렌털전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렌털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기술이 아닌 습관을 바꾸는 데 집중한 결과, 초기 10곳 남짓이던 고객사가 현재 4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여전히 전체 렌털 사업자의 1% 수준이지만, '없으면 불편한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천천히 퍼지고 있다. 여전히 남은 과제는 많다. 어느 중장비 현장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기록'보다 '구두 약속'이 우선되고,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회계오류나 법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내부에서 '렌털 전문 법률·세무 자문단'도 신사업 아이디어로 나왔다. "그들의 언어로 디지털화를 설명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거든요." '빌려주는 경제"에서 "운영하는 경제'로 프리핀스 사무실로 돌아온 신상용 대표는 최근 시작한 새로운 실험을 보여준다. 모니터에는 '서브스크립션 렌털 창업 패키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골프 강사에게 장비·장소·운영 툴까지 통합 지원하는 구조다. "이게 진짜 렌털의 미래예요. 사람들이 물건이 아니라 경험과 시간을 빌리는 시대니까요." 신상용 대표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래의 렌털은 단순히 물건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식' 자체를 공급하는 형태로 진화한다. 고객은 비용이 아닌 '운영 방식'을 렌털 받는 셈이다.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사는 게 아니에요. 깨끗한 옷을 위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죠." 이 변화를 위해 프리핀스는 여러 기관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금 대부분은 '현장 밀착형' 디지털 전환에 쓰일 예정이다. 구로디지털밸리를 떠나며 창고 쪽을 한 번 더 돌아본다. 전동 지게차 한 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당자의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있다. 화면에는 다음 배송지가 표시되어 있다. 프리핀스 렌털업무 솔루션 구현화면 디지털은 늘 화려한 언어로 시작되지만, 프리핀스는 그 대신 묵묵히 현장의 작은 일부터 바꿨다. 종이 한 장 덜 쓰게 하고, 전화 한 통 덜 걸게 만들며. 변화는 조용하지만, 아주 오래된 산업의 리듬이 조금씩 변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