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aS 기업 마들렌메모리, 브랜드 리세일 플랫폼 '릴레이'로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잡다

-마들렌메모리, 'RaaS' 모델로 중고거래의 새로운 표준 제시 -브랜드에겐 ESG와 수익성 제공, 소비자에겐 신뢰성 및 편의성 제공 -3년간 4만벌 매입, 3만벌 판매 성과...효율적인 매입과 품질 관리 때문 -"의류 영역의 중고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 "브랜드들이 중고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자체 상품 정보를 활용한 공식 리세일 플랫폼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기존 중고 거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들렌메모리는 국내 최초 브랜드 리세일 솔루션 'RaaS(Resale as a Service)'를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RaaS는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리세일 사업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 물류, 운영 등 모든 솔루션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기존 C2C 중고거래와 RaaS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영 주체에 있다. C2C는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인 반면, RaaS는 브랜드가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여 브랜드와 개인 간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상품 정보 관리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기존 중고거래에서는 개인 판매자가 상품 정보를 직접 입력하지만, RaaS에서는 브랜드의 공식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제공한다. 품질 검수 방식도 다르다. C2C에서는 개인 판매자가 품질을 판단하는 반면, RaaS에서는 브랜드 기준에 맞는 전문 검수를 실시한다. 결제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C2C는 주로 개인 간 현금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RaaS에서는 브랜드 포인트를 제공한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도 구별된다. C2C에서는 개인 간 협상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RaaS에서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 동일한 구매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점들이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결과는 신뢰성이다. 중고차 시장이 선진화된 것은 브랜드의 공식 인증 시스템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중고의류 시장에서도 브랜드가 직접 인증함으로써 시장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RaaS 모델이 생소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Trove, Archive, Recurate, Treet, Reflaunt, Faume 등 다수의 스타트업이 RaaS 모델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기업인 트로브는 2012년 설립되어 2016년부터 파타고니아 전용 리세일 마켓 'Patagonia Worn Wear'를 운영하고 있다. 트로브는 2023년 12개 패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2025년 현재 25개 브랜드로 리세일 파트너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마들렌메모리가 최초로 RaaS 모델을 도입했다. 마들렌메모리는 현재 코오롱FnC, 현대백화점 등 대형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 소재 사무실에서 유재원 대표를 만나 마들렌메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7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답 마들렌메모리는 2018년 11월 창업 초기에 IT와 패션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처음 3년간은 지금과는 다른 사업을 했어요. SaaS나 B2C 유통 플랫폼 모두 해봤는데 모두 잘 안 됐습니다. 2021년 중순에 서비스를 중단하고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어요." 유 대표는 창업 전 패션 스타트업이자 사회적 기업에서 5년 간 근무했었다. 사회적 기업에서의 경험으로 지속가능성과 자원 순환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던 유 대표는 해외 중고 시장의 B2B 제휴 모델에 주목했다. 당시 국내에서의 중고 거래는 C2C, B2C 형태로만 이뤄지고 있었다. “당시 해외에서는 브랜드와 협력하는 B2B 제휴 형태의 중고 거래 사업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었어요. 이를 국내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면 해볼 만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중고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판매자는 중고 상품을 촬영하여 상품 설명을 온라인에 게재한다. 구매자는 온라인에서 필요한 상품을 찾고 결제한 후 개인 간 만남을 통해 상품을 수령한다. 이러한 기존 C2C 중고 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품 정보의 부족이다. 특히 의류의 경우 제품 종류가 워낙 많고 구매자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기 어렵다. 유 대표는 중고 상품 거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했고, 최초 제조업체가 참여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조사와 유통사로부터 상품 정보를 받는다면 시장이 혁신되겠다고 판단해서 '릴레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상품 정보 부족" 문제를 브랜드 협력으로 해결 마들렌메모리의 차별점은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상품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 검수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일반 중고업체가 매입 후 상품 상태를 파악하는 것과 달리, 마들렌메모리는 출시 당시 상품 정보와 대조해 검수를 진행한다. 이러한 사전 정보 확보 덕분에 검수 정확도가 높다. 예를 들어 출시 당시 특정 장식이 있었던 제품이라면, 해당 장식이 없는 상품은 매입하지 않는다. 또한 원본 사양과 다른 부분이 확인되면 즉시 식별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체계적인 검수 프로세스를 통해 상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제휴사별 맞춤형 솔루션 '릴레이' '릴레이'는 제휴사의 성격에 따라 제조유통사에는 '릴레이 컨시어지', 유통사에는 '릴레이 트레이드인'이라는 서로 다른 솔루션을 제공한다. 릴레이컨시어지는 중고 의류를 팔고 살 수 있는 종합형 모델이다. 제조사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기 때문에 상품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매입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코오롱FnC의 릴레이컨시어지인 'OLO 릴레이 마켓'에서는 코오롱FnC 22개 브랜드의 중고품을 거래하고 있다. 릴레이트레이드인은 판매만 가능한 모델로, 유통사의 특성에 맞게 설계됐다. 유통사의 경우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취급한다. 하지만 판매 상품의 정보를 다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특성에 맞춰 릴레이트레이드인에서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130개 브랜드의 중고품을 매입하고 있다. 마들렌모메리는 릴레이트레이드인을 지난달 출시했다. 릴레이트레이드인은 중고 의류를 매입하고 판매는 하지 않지만 앞으로 백화점에서의 팝업스토어, 마들렌메모리의 자체 자사몰, C2C 플랫폼, 유통 업체와 협업 등을 통해 판매유통할 계획이다. 브랜드에게 ESG와 고객락인 제공, 소비자에게는 신뢰성 있는 중고거래 경험 제공 "브랜드에게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브랜드가 리세일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리세일은 자원 순환을 통한 환경적 효과를 창출한다. ESG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기존 ESG 프로젝트들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기업의 핵심 영업 활동과 동기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중고품이 C2C 플랫폼에서 유통되면서 브랜드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희 시스템을 통하면 중고품 유통으로 인한 수요를 본연의 사업 강화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고 사업은 환경적 효과와 동시에 사업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릴레이에서는 고객이 중고품을 판매하면 현금 대신 해당 브랜드의 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자연스럽게 고객을 락인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쉬운 중고상품 거래 경험을 제공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고 상품을 구입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이다. 하지만 릴레이는 브랜드가 직접 중고상품을 인증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신상품을 이커머스에서 구입하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판매 과정도 간단하다. 케어라벨에 있는 시리얼넘버를 플랫폼에 입력하면 해당 의류의 예상 보상금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보상금을 확인한 후 판매를 신청하면 된다. 판매가 승인되면 브랜드 포인트가 지급되고, 이 포인트로 해당 브랜드의 신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릴레이에서는 중고 상품 판매자가 신청한 중고 의류의 상태를 파악한 다음에 판매가 가능한 상품인지를 확인하고 보상금을 책정한다. 브랜드의 할인 정책, 기존 중고 시장 가격, 출시 경과 시간, 상품 카테고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산정한다. 4만 벌 매입, 3만 벌 판매로 30억 매출 달성 릴레이 출시 3년 동안 마들렌메모리는 약 4만 벌의 중고품을 매입해 3만 벌을 판매했다. 75%의 의류가 다시 재판매된 것이다. 중고 의류 사업에서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중고품은 상태나 수요 등의 이유로 100% 판매되기 어려운데, 75%는 효율적인 매입과 품질 관리를 보여주고 있다. 누적 매출은 30억원에 달한다. 개당 평균 판매가가 10만원 수준이다. 일반 중고 의류 시장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릴레이는 기존 C2C 플랫폼의 저가 중고품과 명품 중고 사이의 고백을 메우면서 브랜드 인증과 품질 보증을 통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저희가 타겟하는 시장은 명품과 박리다매 시장 사이에 있어요. 주로 백화점에서 유통되는 브랜드들의 중고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이 시장이 C2C에서만 유통되던 영역이었는데, 저희가 B2C 사업자로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2028년 1,700억 매출 목표로 시장 선도 "패션 산업이 보수적입니다. 언젠가 임계점이 와서 업계 전체가 중고 사업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들렌메모리는 2028년까지 연매출 1,7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략은 명확하다. 중고 사업의 특성상 판매보다 매입이 더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좋은 상품을 매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메들렌메모리는 제조유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질 좋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매입하고 있어 앞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하반기에 LF 등 대형 패션 제조사 2곳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며, 중소 브랜드 2곳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7월에는 오프라인 중고품 수거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마들렌메모리는 국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확보와 함께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파타고니아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국내 중고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어요. 일본은 패션 산업 규모가 크고 문화적 자산도 풍부해서 이런 사업 모델이 잘 통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독자적인 진출보다는 적절한 파트너사와 협력할 계획입니다." "중고 생태계 성숙화가 목표" 유 대표가 꿈꾸는 최종 목표는 중고 생태계의 성숙화다. "경기도 외곽에 가면 좋은 아웃렛들이 있습니다. 브랜드별로 정갈하게 정리된 이월 상품들을 쇼핑하기 좋은 환경이죠. 중고 사업도 그 정도로 성숙한 단계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스마트폰을 살 때 보호필름을 붙이고 범퍼를 씌워서 나중에 팔 생각을 하면서 잘 사용하는 것처럼, 옷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백화점에서 옷을 사면 잘 입고 내년에 갖다 주고 포인트 받아서 또 사는 게 당연한 인식 수준이 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 경영과 고객 락인, 그리고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 조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마들렌메모리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