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ybox]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graybox] 아마 변호사가 많이 작성하고 검토하는 서면 중 하나가 합의서입니다. 합의서는 어떠한 분쟁이나 범죄피해에 대해 당사자간 금전지급, 비밀유지 등의 조건에 합의하고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형사사건의 피의자나 피고인이 피해자 측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고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합의를 하는 경우, 지식재산권 침해, 대금 미지급, 상간(부정행위)행위 등 각종 분쟁이 있는 경우 작성됩니다. 최근 이슈가 된 손흥민 선수에 대한 공갈 사건에서, 손흥민 선수가 작성한 비밀유지각서도 일종의 합의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물론 이는 공갈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면 무효입니다). 오늘은 언젠가 한번쯤은 접할 수 있는 합의서를 작성하게 될 때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유의사항 3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합의서는 분쟁 내용, 합의하는 조건, 합의 위반시의 페널티 내용 등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작성되겠지만, 1. 분쟁 범위 및 내용, 2. 합의 위반 시의 페널티, 3. 부제소합의의 3가지 요소는 대부분 포함될 것입니다. 이 3가지 요소에 대한 유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 드립니다. 1. 분쟁 범위 및 내용의 특정 보통 합의서의 개요 부분 또는 서두 부분에 어떠한 분쟁으로 인해 합의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인지 해당 분쟁의 범위 및 내용을 서술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해당 부분을 그냥 그러려니 하며 놓칠 수도 있으나,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해당 합의의 대상범위를 특정하고 아래에서 설명 드리는 부제소합의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의 입장일 경우 만일 합의서에 문제된 분쟁 내용이 모두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그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으로 추후에 다시 문제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당 합의서로써는 방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쟁 범위 및 내용을 특정하는 것이 합의서 작성에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점이고, 분쟁의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분쟁 범위 및 내용을 포괄적으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좁게 특정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겠습니다. 2. 페널티 설정(위약금, 위약벌) 합의 내용을 구속시키기 위해 페널티 규정은 합의서에 필수적입니다. 보통 위약금 또는 위약벌이라는 금전적 수단을 대부분 사용합니다. 위약금과 위약벌은 글자 하나 차이지만 그 법적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즉, 계약 또는 합의 위반시 발생하는 손해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는 무관하게 의무위반 자체에 대한 ‘제재벌’로서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얼핏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위약금 또는 위약벌 지급 여부가 문제되어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법원에서 감액될 수 있는지 여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위약금의 경우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는 위약금은 그 금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의 재량에 의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위약벌은 법원에 의해서도 감액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물론 위약금과 위약벌 모두 상식에서 벗어날 정도로 지나치게 무거울 경우,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로 판단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는 실제 매우 드물고 법원도 그러한 판단을 자제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018다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합의 위반에 대한 페널티 조항을 추가하는 경우, 합의 이행의무를 부담하는 쪽은 위약금으로, 상대방의 합의사항 위반을 우려하는 쪽은 위약벌로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겠습니다. 3. 부제소합의 부제소합의는 합의서에서 가장 화룡점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말 그대로 ‘부제소’, 즉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한다는 것입니다. 합의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해당 합의로써 분쟁이 된 내용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추후에도 문제제기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부제소합의가 없다면 합의서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민 형사상 청구나 고소고발, 기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와 유사한 문구로 기재됩니다. 단순한 문구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일방이 부제소 합의된 사항에 대해 추후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소제기가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 판결을 내립니다. 즉,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것도 없이 부제소합의가 있으니 재판을 통해 권리 보호를 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이렇게 부제소합의는 합의서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므로, 합의서 작성시에는 반드시 삽입하여야 합니다. 합의서는 분쟁을 최종적으로 종결시키는 것이고 그 내용에 따라 무거운 페널티가 부과되기도 하므로 도장을 찍기 전에 매우 꼼꼼히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희 또한 다른 계약서보다 분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합의서는 문구 하나하나 다르게 해석되지는 않을지, 추후 문제가 될 소지는 없을지 여러 번 고민하고 검토한 후 최종 확정하게 됩니다. 합의서의 중요성을 꼭 인지하시고, 말씀드린 유의사항을 유념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관련 칼럼 더보기 https://www.venturesquare.net/969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