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 시스템과 디지털 추적으로 불투명한 폐기물 산업 구조 혁신 -'지구하다'로 고객 신뢰 강화, AI·빅데이터 기반 기후테크 기업 도약 "처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경기도 포천 산업단지 한편에 자리한 열공급시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뒤로, 버려진 폐목재가 스팀으로 다시 태어나, 염색단지 43개 업체에 안정적으로 열에너지를 공급 중이다. 폐기물이 에너지가 되는 이 현장 뒤편에는 '모든 것은 에너지'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천일에너지가 있다. 박상원 대표(45)는 "폐기물은 없애는 게 아니라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일에너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전 과정 직영형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래서 수거부터 중간처리, 에너지화까지 자체 ERP와 GPS 기반 추적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매립과 소각을 최소화하고 모든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시스템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위탁 구조에 의존할수록 처리 과정은 불투명해지고, 불법 투기와 매립 의존, 정보 단절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반복된다"고 박상원 대표는 설명한다. 천일에너지는 이런 한계를 넘어 수집·운반부터 중간·최종처리, 열에너지화까지 전 과정을 폐기물 ERP 시스템으로 직접 운영관리한다. 더불어 AI, 빅데이터, GPS 기반 디지털 시스템으로 실시간 추적·관리한다. 현장에서 찾은 해답, 500억 투자의 확신 박상원 대표의 행보는 처음부터 '현장'이었다. 한화그룹 기획실에서 4년간 회사 전반을 익힌 후, 29세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명 사업을 돕기 위해 시화공장에서 직접 조립과 납품을 맡았다. 이때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철학은 그의 경영 중심에 있다. 이후 전라북도 부안군 인삼밭 5만 평을 매입해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하며 에너지 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전환점은 2011년, 포천 염색산업단지 내 열공급 프로젝트였다. "염색업체들이 B-C유를 개별 보일러에서 태우며 발생시키는 유해가스를 하나의 굴뚝으로 통합해 친환경 처리하는 구조를 보고, 여기에 폐목재를 연료로 써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죠." 당시 포천 지역 800여 개 가구공장에서 발생하는 폐목재 처리비용이 톤당 1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부담이 컸다. 그런데 이 폐목재를 연료로 활용해 처리비를 절감시키는 동시에 친환경 스팀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였던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직접 소각장을 설립하고 운영에 나선 배경이다. "그때 폐목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를 발로 뛰며 찾아다녔어요. 유통 단계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무상 처리 모델을 직접 설계했죠. 이 경험이 지금의 천일에너지가 가진 '직접 보고, 움직이고, 해결한다'는 현장 중심의 실행 철학의 출발점이 되었어요." 지구하다, 불투명한 산업구조에 던진 변화의 신호탄 현장에서 마주치는 브랜드는 '천일에너지'가 아니라 '지구하다'다. 천일에너지의 자회사인 지구하다는 폐기물 수거·운반부터 접수·모니터링까지 실행을 맡는 전면 브랜드다. 반면 모회사인 천일에너지는 전국에 있는 집하장, 중간처리장과 파쇄장, 발전소 등을 운영하며 지구하다가 수거한 폐기물이 안전하게 재활용되도록 뒷단을 책임진다. 이런 브랜드 분리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지구하다 등장 이전까지 공사장 생활폐기물 처리 시장은 중소 현장을 중심으로 위탁업체 난립과 불법 매립, 소각이 만연했다. 견적 산정 기준도 불투명했고, 실제 처리 여부를 고객이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고객에게 처리 비용을 받고도 저가에 불법 처리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의성에 쌓인 17만 톤 규모의 '쓰레기산'이다. 박상원 대표는 "폐기물 산업에서 큰 문제였던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성을 깨기 위해서"라고 브랜드를 나눈 이유를 설명했다. 지구하다 등장 이후 고객은 전용 앱과 ERP를 통해 견적부터 수거, 처리 이력까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졌다. 불필요한 중간 단계가 사라져 비용 절감과 신뢰 회복이 동시에 이뤄졌다. "고객은 지구하다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견적, 접수, 수거, 처리 상태를 한 번에 확인하고, 그 뒤에서 천일에너지가 전국망 인프라로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책임져 실질적 ESG 성과를 만들죠." 알스퀘어와의 협업이 대표 사례다. 공사장, 인테리어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5톤 미만의 폐기물을 법적 기준에 따라 '공사장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수거하고, 전량 재활용까지 실현함으로써 ESG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처리 비용은 평균 5% 이상 절감됐고, 배출 이산화탄소도 상당량 감축했다. 천일에너지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23개 거점에 센터(수집운반), 허브(임시보관), 팩토리(중간/최종처리)를 운영한다. GPS가 장착된 전용 수거차량과 암롤박스, 본사의 통합 ERP와 전자 인계서 시스템이 하나로 연결돼 폐기물 접수부터 수거, 집하장·중간처리장 이동,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추적한다. 덕분에 어디서 발생한 폐기물이 어떤 경로로 이동해 어떻게 처리되고 재활용되는지까지 모든 흐름이 법적 기준을 준수하며 투명하게 기록된다. 디지털 기술이 ESG를 만날 때 천일에너지의 차별점은 디지털 기술과 ESG가 결합된 시너지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차량이 입차하면 AI로 폐기물 성상을 자동 분석하고,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를 데이터화해 어떤 종류의 폐기물이 어느 정도 들어왔는지 예측한다. "고객사는 어떤 폐기물이 어느 차량으로 이동하고, 어디서 처리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불필요한 매립·소각이 발생하지 않고 100% 재활용되고 있다는 걸 직접 검증할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수거·운반·계근·처리 데이터를 전부 디지털로 연결하면서 인력 낭비와 중복 비용을 줄이고, 현장 운영 효율도 높아졌다. 덕분에 고객사는 처리 비용 절감과 ESG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고, 천일에너지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기물이 어디서 발생해 어디까지 자원화됐는지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박상원 대표는 "앞으로 단순한 폐기물 처리 기업이 아니라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원 흐름을 관리하는 기후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드칩이라는 최종 결과물도 주목할 부분이다. 천일에너지가 처리하는 우드칩은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연간 약 250만 톤 규모로 발생하는 '폐가구 목재'다. 시민들이 버리는 대형생활폐기물과 가구공장 사업장 부산물, 철거현장 폐목재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Bio-SRF(우드칩)으로 가공한다. 가공된 우드칩은 직접 운영 중인 포천 발전소에서 스팀을 생산해 염색단지에 공급하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열병합발전소에 납품돼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두 번째는 연간 약 100만 톤 수준으로 발생하는 '임목 폐기물'이다. 국유림, 사유림, 개발현장 등에서 발생한다. 최근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받으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량한 목재는 합판이나 보드 등으로 자원화되고, 그 외 활용되지 못한 나무 부산물은 우드칩으로 가공돼 석탄발전소의 혼소용 바이오연료로 투입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목재를 활용한 우드칩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닌, 국가적으로 관리돼야 할 소중한 자원입니다. 이 우드칩은 수입산 우드펠릿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석탄과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땔감'이죠." 그린워싱 논란에 대한 박상원 대표의 시각도 명확하다.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이 ESG 캠페인을 적극 실행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그린워싱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되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업들이 버린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 신재로 만든 제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져야만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고 빠른 조직, 현장 중심의 실행력 천일에너지 내부 조직문화도 독특하다. 박상원 대표는 "작고 빠른 조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폐기물 업계는 자칫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장 경험과 복잡한 인허가, 자원화 기술이 동시에 얽혀 있는 분야입니다. 누군가는 이 업계를 '경험공학'이라고 표현했는데, 현장에서 직접 폐기물을 분류하고, 규제와 부딪히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험 없이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래서 완벽함보다는 빠른 실행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한다. 작은 실수는 허용하되, 그 안에서 빠르게 개선하고 전진할 수 있는 순발력 있는 인재가 조직에 잘 녹아든다. 내부적으로는 불필요한 보고 절차를 줄이고, 실무자가 현장에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최대한 부여한다. 동시에 결정에 대한 피드백도 지체 없이 공유하면서, 개인의 책임과 조직의 유연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운영하고 있다. "결국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상은, 현장에서 부딪히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를 '내 일'처럼 풀어나가는 실행력 있는 인재입니다. 안전과 지속 가능성은 기본이고, 고객과의 신뢰는 이런 태도와 철학 위에서 쌓인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상원 대표가 그리는 10년 후 천일에너지의 모습은 분명하다. 국내 폐기물 시장이 공식적으로는 약 100조 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본다. 현금 중심의 음성 거래와 불투명한 유통 구조 등으로 인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천일에너지가 이러한 불법과 비효율이 만연했던 폐기물 시장을 양성화하고 합법화해 도로·항만·공항과 같은 국가 기반 인프라 산업으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폐기물이 '산업'으로서 존중받고, 지속가능한 산업군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가 향하는 방향이에요." 기업의 책무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폐기물 산업이 1세대 선배들의 노력으로 기반이 마련됐지만, 지금은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기피 업종이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흐름을 방치하면 국가적으로도 고용 유지 차원에서 큰 손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열악한 현장 환경을 개선하고, 누구라도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와의 협약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목폐기물을 무상 처리하여 연간 약 5천만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냈고, 그와 동시에 고속도로 장학재단에 1천만 원을 기부 및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ESG 실천의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10년 뒤에도 천일에너지가 '버려질 자원을 다시 쓰게 만드는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폐기물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하며, 그 흐름은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박상원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국에서 자원순환의 기준을 만드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버려진 자원이 도시를 밝히고, 그 과정이 숨겨지지 않고 모두에게 증명될 수 있도록, '자원순환의 표준'을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 천일에너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전면 금지 시대를 앞둔 지금, 천일에너지가 실천하는 'Everything is Energy' 철학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