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시장은 전형적인 '레몬 마켓'이었다. 수요자는 공급자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단이 부족했다. 반면 공급자는 안정적인 일거리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긴급 돔봄 상황이 거대한 스트레스였다. "수년 전만 해도 아이 돌봄을 맡기려면, 지인 소개나 맘카페에서 정보를 찾아 헤매야 했죠. 믿을 만한 사람인지,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요원했고요."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의 한 사무실. 김희정 커넥팅더닷츠 대표(48)가 입을 열었다. '째깍악어'로 시작해 최근 '커넥팅더닷츠'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검증된 돌봄교사 2만명, 누적 매칭 100만건이라는 숫자를 쌓아 올렸다. 최근에는 펫시터 플랫폼 '도그메이트'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 "새로운 펫시터를 탐색하고, 검증하는데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세요. 7만명의 검증된 펫시터 풀을 확보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도그메이트 인수 배경을 묻자 김희정 대표는 되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충성도 높은 고객, 7만여 명의 펫시터 풀, 수만 건의 매칭 데이터 등 기존 플랫폼 자산을 확보해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희정 대표는 "합리적인 조건"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도그메이트의 누적 거래액과 사용자 규모를 고려할 때 수십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교차 근무 전략이다. 째깍악어의 돌봄교사 중 약 600명이 펫시터 겸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는 "키즈와 펫은 공급자 측면에서 교차수요가 존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아이돌봄교사가 특정 역량만 보완하면 경쟁력있는 펫시터로서 확장할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략의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에 조심스럽다. 아이 돌봄과 반려동물 돌봄은 요구되는 전문성과 책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희정 대표도 "아직 교차배치가 LTV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브랜딩부터 조직통합까지, 100일의 기록 인수 후 먼저 손댄 것은 브랜딩이었다. 도그메이트를 '모그와이(Mogwai)'로 바꾼 이유에 대해 김희정 대표는 "강아지에 한정된 느낌의 기존 이름으로는 고양이 시장 확대나 공간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려웠다"며,"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있는 돌봄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답했다. 조직 통합 방식도 눈에 띈다. 펫 전담 조직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째깍악어의 기능 조직이 모그와이까지 함께 운영한다. 김희정 대표는 "별도 조직을 만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리 조직이 인수 후 통합 과정은 처음 겪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직을 '린(lean)'하게 가져가면서 소통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 입점, 새로운 수익 모델의 실험 커넥팅더닷츠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파트 커뮤니티 입점 모델이다. 동부이촌동과 대전 하늘채 루시에르 등에서 아이·반려동물 통합 돌봄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행사와 무상 공간 제공 + 성과 기반 수수료, 또는 관리비 연동형 수익 분배 등 유연한 모델로 협의 중"이라고 김희정 대표는 설명했다. 이 모델의 핵심은 CAC(고객획득비용) 절감이다. "키즈·펫·시니어 돌봄을 통합한 우리 모델은, 각기 별도로 입점하는 경우보다 공간·인력·운영비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으로부터 '이 서비스가 분양 홍보 효과에 기여했다'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매출 급성장의 동력은 B2B/B2G 영역에서 나왔다. 삼성과 SK, 현대해상, 서울시 등과의 파트너십이 신뢰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최상위 파트너부터 공략해, 그 자체가 신뢰의 증거가 되도록 설계했어요. 재계약률은 90% 이상이죠." 이 전략은 공급자 확보에 도움이 됐다. "대기업 복지 채널에 배치된다는 점은 강한 매력도로 작용해, 구인 공고당 지원자 수가 일반 지역 모집 대비 10배~1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1분기 매출 45억원(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의 상당 부분이 이런 B2B 계약에서 나왔다. "직영, 위탁 등 다양한 형태의 돌봄공간과 함께, 공간 기획 및 운영 컨설팅 수주가 빠르게 늘며 고정 매출 기반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3분기 흑자전환 자신감의 근거 올해 '매출 200억원', '흑자전환'이라는 목표에 대해 김희정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고정비 구조가 일정 수준의 매출로 커버 가능한 단계에 진입했다"며 "3분기에는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로는 오프라인 공간사업 확대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마진 구조가 개선되고, 상대적으로 CAC(한명의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기업이 마케팅, 광고, 영업활동 등에 지출하는 총 비용)가 낮은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 유입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돌봄 분야 AI 개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돌봄은 무엇보다 개인적인 영역이고 또 아동 등 피돌봄자의 특수성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리스크 대응 방안이 중요하다"며 "'윤리적 민감성 + 기술적 보호 설계 + 제도적 투명성'을 기초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첫 AI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보안상 자세한 걸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좋은 돌봄은 돌봄을 제공하는 분들의 높은 만족도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1차 목표가 이 돌봄 종사자들의 업무를 돕고 만족도를 높이는데 사용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2027년 일자리 2만개 창출 계획, 연결의 완성은 '현재진행중' 향후 3년 계획을 묻자 김희정 대표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직접 고용은 현재 120명에서 200명으로, 간접고용은 연간 2만명 이상 창출이 목표다. "이 중 70% 이상은 경력단절 여성과 지역 기반 인재, 이주 배경 인력으로 구성될 겁니다." 2027년 IPO 목표에 대해서는 "생애주기 돌봄을 하나의 플랫폼과 공간, 케어 도메인 특화 AI 기술로 통합해, 높은 고객 LTV와 낮은 CAC를 동시에 실현할 것"이라며, "공급자 부족이 심화되는 돌봄 시장에서 돌봄공급자 네트워크 우위를 확보한, 데이터 기반 수익 구조의 라이프케어 테크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명확했다. 돌봄 시장의 모든 영역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희정 대표에게 가장 큰 도전과제를 물었다. 그는 "영역별로 요구되는 전문성과 규제가 다르다는 점"이라며 "통합 돌봄 공급자 관점에서 비효율적인 규제가 있으나, 아직 그 부분을 정부에 목소리 내어 개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김희정 대표가 1인 기업으로 시작한 9년 전의 작은 아이디어는 이제 수만 명의 일자리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점과 점을 연결한 완성된 그림'은 계속 진행 중이다. 2027년 IPO라는 목표점까지, 과연 모든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