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쿠팡.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태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네티즌들의 ‘한국 기업인 줄 알았지만 이방인이 주인인 기업 리스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점심으로 먹는 햄버거, 그리고 퇴근길에 주문하는 배송 박스까지. 한국 소비자의 일상을 지배하는 친숙한 브랜드들이 사실은 ‘이방인’의 소유인 것을 확인한 네티즌들이 씁쓸해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식음료·유통·IT 등 핵심 내수 산업군에서 외국 자본의 지배력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경 없는 자본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탈을 쓴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 과실을 독식한다는 비판과 글로벌 투자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옹호가 맞서는 가운데, 최근 자본 흐름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 기업의 해외 매각 사례 뿐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해외 기업이 한국 내수를 중심으로 창업한 쿠팡 사례나 얼마 전 무리한 인수합병을 통해 문제를 만들었던 싱가폴의 큐텐 사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불리는 한국계 외국인의 홈플러스 등 한국 기업 사냥으로 인한 분쟁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한국맥도날드는 38년 만에 미국 본사를 떠나 카타르 자본인 ‘카말 알 마나’의 품에 안겼으며, 버거킹 역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실소유주로 군림하며 엑시트(Exit)를 노리고 있다. 국내 치킨 업계 강자인 BHC와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 또한 각각 미국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칼라일그룹의 지배하에 놓여있다. 알바몬과 블라인드를 인수한 잡코리아는 홍콩 사모펀드와 호주 글로벌 채용 기업이 100% 소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가 45%로 최대 주주다.
유통 시장에서는 ‘쿠팡’이 미국 델라웨어에 모기업을 둔 사실상 미국 기업으로서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배달업계 3위인 요기요마저 70%가 영국과 홍콩계 자본 소유다. 한국의 배달업계는 아예 90% 이상이 외국인이 주인인 기업인 셈이다.

자본 종속성 강화, 국내 자본의 낮은 역동성도 원인
이러한 외국 자본의 내수 시장 잠식은 한국 경제의 ‘개방성’을 방증하지만, 동시에 심각한 ‘자본 종속성’을 드러낸다. 특히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식음료 시장의 경우,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한 무리한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이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IT 플랫폼 분야에서는 조세 회피 논란이 뜨겁다.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일부 외국계 유통 기업들이 유한회사라는 법적 허울을 이용해 매출 원가를 높이거나 배당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한국 내 조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자동차 산업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2025년 로보택시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AI 기반 모빌리티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 사이에 한국 내에서는 타다 금지법 처럼 국내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환경이 강화돼왔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성다이소의 사례를 들며 “일본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한국 기업으로 거듭난 것은 토종 자본의 자존심을 세운 드문 쾌거”라고 평가했다.
외국 자본의 영향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그 흐름 속에서 ‘국적 회복’을 이뤄낸 아성다이소와 티몬(오아시스 인수)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결국 국내 자본 시장의 역동성 부족과 퇴행적 거래 관행을 극복해야 함을 역설한다.
국내 자본이 단순히 방어적인 자세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명한 지배 구조와 장기적인 투자 비전을 제시할 때 비로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정보는 공정한 환경 조성자로, 소비자는 현명한 감시자로, 기업은 책임 있는 주체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한국 내수 시장은 영원히 이방인들의 현금인출기로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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