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정책 4] 대-중소벤처기업 간 불공정거래행위 개선방안

‘벤처정책’ 연재 기사는 벤처정책포럼의 최종 결과물인 벤처 정책 연구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pdf [PT자료]대-중소벤처 불공정거래행위 개선방안.pdf

 

■ 대기업의 상생협력과 불공정거래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

대-중소벤처기업 간 불공정 거래행위는 2003년 참여정부의 상생협력 제도 도입 후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과 2006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다소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 상생협력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사실이나, 동시에 또다른 한편에서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관행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상생협력 조치들은 더욱 발전시켜 나가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처방을 통해 근절시키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 중소벤처기업에겐 ‘거래’가 아니라 ‘관계’라서 속으로만 끙끙

개선방안 연구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렵다는 데에 있었다. 이는 곧, 일감이 떨어지거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종의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익명 설문 인터뷰 결과 4명 중 3명 꼴로(75%)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막상 나서서 신고하지는 않고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바라는 양면적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실태 파악, 관련 정보 산출, 감시 및 대처에 이르는 전반적인 고리가 취약한 상태이다. 동반성장위원회나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는 있으나 단발적이고 산재해 있어 불공정 거래 방지 조치들이 실효성 측면에서 미흡하다. 학계 및 언론 시민단체에서도 불공정 거래행위에 관한 논의가 산발적인 보도기사나 일부 거론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불공정 거래행위

 

■ 얼마나 심각한가? 

2011년 벤처기업 실태조사 결과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벤처기업들은 22.6%로 조사되었으며 정도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벤처기업은 56.2%를 차지하였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 산업별 심각성 정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 산업별 심각성 정도

특히 전자업계, 통신업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거의 모든 유형의 불공정 거래행위들이 강도 높은 수준으로 발생하였다. 모든 산업에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불공정 거래 유형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비용전가하기, 대금 지급 지연, 불합리한 불평등 계약, 대기업 담당 직원의 고압적인 태도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중소벤처기업 간 불공정 거래행위는 사회 양극화 심화, 기업가정신 및 창업 위축의 결과를 초래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심화는 결국 사회계층격차 심화 및 경제 역동성 상실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 불공정 거래행위의 원인은?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불공정 거래행위의 원인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불공정 거래행위의 원인

주요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대-중소벤처기업 간 시장거래의 구조적인 요인(교섭력과 힘의 격차 등)
  2.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 미흡
  3. 업계 내에 존재하는 갑을관계 문화 등 산업문화적 관행

무엇보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중요한 시사점은 가장 핵심적인 원인 제공자를 정부라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익명 설문 인터뷰 결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이 매우 미흡하고(84%), 정부정책 및 행정감독기관 등이 다소 대기업 편향적이며(67%), 정부행정기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 발생 시 결국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84%)고 응답하였다. 즉, 현장에서는 정부가 중립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가?

불공정 거래행위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성, 신뢰성, 성장성이라는 3대 가치 하에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 ‘상생의 경제공동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기업 편향적인 모습을 지우기 위해 역으로 ‘대기업 때리기’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원리에 충실하되 파워 밸런스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단지 대내외 홍보용 ‘동반성장’이 아니라 실제 중소벤처기업이 동반성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가 실효성 점검에 앞장서야 대-중소벤처기업 간에 진정성을 확인하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래야만 개선방안이 현실 세계에 연착륙 할 수 있다.

한편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적인 개선방안들의 체계는 정부의 정책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산업문화 측면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협회,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가 총체적으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경우 상생가격 낙찰제 도입, 중소벤처협력사의 납품비중 자율 규제 경영 선언 및 운영, 관계사 끼우기 및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배제 경영을 실천한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독보적 기술력 개발 및 확보 경영전략 추구, 해외시장 우선 개척 전략 추구, 불공정 거래행위 예방교육 의무화를 실천한다. 벤처기업협회의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 대처 방법 홍보, 불공정 거래행위 상담 신고 콜 센터 운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관련 법령 서비스 정보 제공을 실천한다. 시민단체의 경우 민간 불공정거래 감시단 발족 운영, 불공정 거래행위  상습업체와 공정거래 모범업체 명단 공개를 실천한다. 언론의 경우 지속적인 취재와 대처방안 보도를, 학계의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의 판정기준 및 근절방안 연구를 실천한다.

 

■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6대 핵심 과제

무엇보다도 시급한 건 제도적 법률적 행정적인 측면에서 보완되어야 할 정책적 과제이다.

6대핵심과제

 

1. 불공정 거래행위 신고기업에 대한 보복행위 금지 제도화

보복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강화한다. 또한 보복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해당 임원 및 법인에 대한 양벌조항을 도입한다. 보복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대기업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9 “보복범죄의 가중처벌” 규정을 근거로 행위불법에 대한 형사처벌(징역형) 근거 규정을 신설할 수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의 대상에서 보복범죄를 제외하여 피해자의 고소권을 인정하도록 한다. 즉 가해자 측의 형사처벌 위험성과 피해자 측의 무고죄 처벌 위험성에 따른 균형적 형사정책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또한 민사적 피해구제를 위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를 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신고사실과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 배제된 사실을 입증하면, 보복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여 입증책임을 전환하도록 한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중소기업청의 조사요구권 포함)

이 과제에서는 고발권 주체의 확대, 중소벤처기업의 고발권 요청 권리와 불고발 시 구제 수단 마련을 실천하도록 한다. 먼저 고발권의 주체를 중소기업협동조합, 수탁기업협의회 등으로 확대하는 것 외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근거하여 설치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위원회’로 개칭하여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추가로 중소기업청의 불공정 행위 조사요구권을 포함하도록 한다.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고 다만, 중소기업협동조합, 수탁기업협의회,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피해자 등에게 고발권 행사 요구권을 인정하되, 공정위의 불고발 조치에 대하여 검찰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수단과 유사한 불복수단을 강구한다.

 

3. 공정거래위원회의 기각사유 공개

이해관계 없는 자의 신고에 대해서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직접적 피해자의 신고를 조사요구권으로 규정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조사 요구권에 따른 공정위의 조사에 대하여 불복절차로써 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의 절차적 구제수단을 강구한다. 또한 직접 피해자인 신고인의 조사 요구에 대하여 거부처분, 기각결정을 할 경우 이유서(일반 형사사건의 고소의 경우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를 교부하는 것과 유사한)를 교부하도록 한다.

 

4.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범위 확대 및 강화

납품가격 인하 행위는 중소기업의 이윤 창출을 불가능하게 하여 기업 성장을 방해하고 결국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계속 가져감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이에 대하여 엄정히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행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모든 부당행위에 대해 적용하도록 한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5. 기술임치제와 상호 연동하는 ‘핵심기술인력 임치제’ 도입

핵심기술인력 임치제 = 현행 기술임치제 + 중소기업청 인력유출방지정책 + 필요법률 보완

핵심기술인력 임치제도는 핵심인력이 대기업으로 옮겨간 경우 핵심기술도 유출되었음을 전제로 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중소기업이 핵심인력을 등록해 놓으면 대기업이 이들 핵심인력을 부당 스카웃하지 못하도록 기술인력 명부와 신상정보를 제3의 기관에 임치한다.

 

6. 최저가격낙찰제 폐지 및 상생가격낙찰제 도입

먼저 정부 발주 입찰사업부터 이와 같은 제도를 시범 도입하여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납품가격심사와 품질심사를 분리하여 품질검사에 합격된 제품에 한하여 최저가격낙찰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중소벤처기업의 납품방식을 ‘시장경쟁형 납품방식’과 ‘공동개발형 납품방식’ 등으로 유형화하고 시장경쟁형 납품방식은 최저가격낙찰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공동개발형 납품방식인 경우에는 공동개발납품비용을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또한 연간단가계약제를 의무화하여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을 방지하고, 대기업의 예가공개제를 도입하여 중소벤처기업이 사전에 원가경쟁력 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6대 핵심 과제 이행으로 정책 보완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억대 연봉 중소벤처 직장인 임금 지원제, 중소벤처 협력사 평가심사 금지 입법, 제3평가기관 심사 의무화 입법, 불공정거래 감시고발전문 소셜벤처기업 설립 검토 등 후속 정책 아이디어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다음 주에는 ‘기술창업기업의 회생 및 연대보증제도의 개선방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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