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부탁해]오뚝이 같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0

로켓펀치의 히든카드, 신비주의로 무장한 미모의 오피스 레이디 신림동 캐리가 매주 진행하는 ‘스타트업을 부탁해’ 인터뷰입니다. 유머가 가미된 통통 튀는 이야기들로 스타트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해 드립니다.

2013년 6월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3 해외취업박람회’에 해외 취업을 꿈꾸는 수천 명의 구직자가 몰려 취업문을 두드렸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IT 구직자가 많았다는데요.

솔직히 해외 취업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은 개발자가 있을까요? 국내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비교적 근무 환경이 좋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가 미국 또는 일본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타지에서 산다는 건 대부분 사람에게 막막한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불황인 시기에 해외라고 현지의 구직자를 제치고 취업할 수 있을까도 걱정스럽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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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림동 캐리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 자신의 꿈을 찾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미국까지 가서 인터뷰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로켓펀치가 아직 돈이 없는 관계로 메일과 페이스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사장님, 다음엔 비행기 태워주세요. 환승도 두 번까지는 괜찮아요.

이름 혹은 닉네임: 노용석, Ryan Rho
위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직업: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 (Software Development Engineer)
소속: 아마존 뮤직 (Amazon Music)
내 모바일 기기: iPhone 5, 이 글이 나갈 때쯤에는 iPhone 5S?
웹사이트www.ryanrho.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노용석: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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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을 통해서 섭외와 인터뷰라니, 세상 참 좋아졌다. 주커버그에게 감사한다. 물론 내 감사 메시지가 주커버그의 귀에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노용석: 아, 그런가?
신림동 캐리: 자, 그럼 인터뷰를 시작해보자.

신림동 캐리: 미국에서 얼마나 지내셨는가?
노용석: 대학교와 대학원 5년이다.
신림동 캐리: 내 주변에도 유학생 친구가 많다. 근데 갈 때는 한국에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이도 타국에서 혼자 사는 외로움이나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노용석: 나는 대학교와 대학원을 미국에서 다니다 보니 언젠가부터 미국이 더 익숙한 곳이 됐다. 다행히 미국에서 생활하는 게 성격에 맞았던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미국이 더 익숙하다기엔 페이스북 보니까 막 집에서 김치도 담그시던데!
노용석: 음식은 한식, 양식, 일식, 중식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 캘리포니아 살아서 그런지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집에서 5분 거리에 한국 분식집도 있다.
신림동 캐리: 하긴, 나는 어학연수를 LA로 갔는데 집 앞에 본죽이 있는 거 보고 ‘이 어학연수는 망했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망했다.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태어났고 또 부모님도 한국에 계신데 한국에서 취업할 생각은 없었나?
노용석: 대학교 4학년 때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하고 1년 정도 활동했는데 한국 마켓을 겨냥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여러 나라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 싱가포르에 있는 리서치 회사와 일하며 싱가포르에 몇 번 방문했었고 졸업하고 나서는 미국에서 취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학교 다녔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회사 정보를 얻기 더 수월했던 이유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을 하는 것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신림동 캐리: 미국에서 학교 다녔기에 미국 취업 정보를 얻는 게 더 좋았다고는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취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노용석: 전반적으로 보자면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취업하는 게 힘들 수 있다. 하지만 IT 분야는 예외적이라 느낀다. 수많은 회사가 외국인을 미국인만큼 많이 채용한다. 그래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더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가끔 특정 회사는 영주권자 및 미국인만 채용하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는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회사 중에 관심이 가는 곳이 없었다.
신림동 캐리: 결론적으로 외국인이라 취업이 특별히 어려울 건 없단 소린가?
노용석: 난 오히려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만큼 장점도 있다 생각한다. 많은 미국 회사가 한국 시장에 관심 있고, 특정 회사는 면접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견해를 중심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신림동 캐리: 오, 어떤?
노용석: 어느 스타트업과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그 회사는 한국에 진출할 계획을 하고 있었기에 한국 마켓을 리서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내게 한국 마켓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고 내가 답변한 한국 특유의 IT 문화에 대해서도 흥미로워하더라. 그뿐만 아니라 내 모국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국 관련 프로젝트 및 리서치를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인정해줬다.

신림동 캐리: 아마존에 취업하기까지 면접은 몇 번이나 봤나?
노용석: 74번이다.
신림동 캐리: 헉소리가 난다.
노용석: 회사의 이름보다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가가 내겐 더 중요했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취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회사는 열 군데 정도 지원했고, 인터뷰는 74번 했다. 아침 9시에 인터뷰를 시작해서 오후 7시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잘 보이느라 면접관 앞에서 온종일 미소를 짓다 보니 집에 돌아와서는 입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신림동 캐리: 면접의 승률은 얼마나 됐나?
노용석: 반반이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회사의 네임 밸류보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가에 비중을 뒀다. 어떤 회사는 내가 할 프로젝트를 고를 수 없었기에 오퍼가 왔지만 아쉽게도 거절했다. 프로젝트를 미리 알려준다 하더라도 내 커리어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여서 거절한 경우도 있다.
신림동 캐리: 배가 불렀단 소리 안 들었나?
노용석: 들었지. 근데 아무리 회사가 좋아도 내가 프로젝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열정이 생기지 않으면 커리어를 쌓는 데 지장을 줄 수 있거든.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할거라 했는데 A사는 알아듣지 못했고 B사는 비지니스 모델로 이해하기 어려워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그땐 좀 좌절하기도 했다.
신림동 캐리: 그렇게 거듭 쓴맛을 보고 나면 대충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나?
노용석: 1~2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일하는 거라면 그래도 되겠지. 근데 이왕 취업한다면 내가 잘 아는 프로젝트 및 비지니스를 하는 게 일을 하는데 수월하지 않을까? 미국에는 워낙 소프트웨어 회사가 많다. 그리고 구직자도 사람마다 분야가 다르지. 내가 추구하고 지원하는 회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열심히 인터뷰를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회사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기다리는 건 누구나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회사와 프로젝트를 만나면 나중에 정말 만족스럽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다!

신림동 캐리: 가끔 인터넷에 ‘이거 풀면 구글에서 데려간다!’라거나 하는 실리콘밸리의 특이한 입사 문제가 떠돌아다닌다. 면접 보면서 뭐 이런 걸 다 물어보나 싶은 테스트 없었나?
노용석: 실제로 특이한 면접이 꽤 있더라. ‘너는 연필이고 믹서기 안에 있는데 어떻게 탈출할 거냐?’라는 창의력 질문도 받아보고, ‘디아블로3를 개발하시오.’라는 어이없는 프로그래밍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질문뿐만 아니라 면접관과 인터뷰 도중에 Pair Programming을 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을 같이 하기도 했다.

신림동 캐리: 그거 말곤 없나?
노용석: 그거 말고 또 뭐가 있더라. 면접 갈 때 리무진에 태우고 대접해주는 회사가 있었다. 집에서 인터뷰 장소까지 30분 거리 밖에 안 되는데 호화스러운 호텔에 묵기도 했다. 그런데 기분이 좋다 보니 면접에는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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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요즘 한국에서도 압박 면접이라거나 팀 면접이라거나 심지어 술 면접까지 하며 구직자를 테스트한다. 이런 특이한 면접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걸 배우셨는지 궁금하다.
노용석: 당혹스런 질문을 받았을 때 거기에 스스로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 좌절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인터뷰를 받는 다른 면접자도 이런 어려운 질문을 받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일단 말해주고 싶다. 침착하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하고, 모호한 내용을 구체화해서 어려운 문제를 분석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미국에서는 개발자가 직업 선호도 1~2위를 다툰다 들었다.
노용석: 사실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수입도 높다.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고, 일하는 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내 경우도 10시쯤에 출근해서 5시쯤에 퇴근하고, 회사에 꼭 나올 필요가 없어 재택근무를 가끔 한다. 어떤 회사는 주 4일 근무를 하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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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한국에서는 ‘새벽 3시에 탄 손님에게서 술 냄새 안 나면 IT업계 종사자’라는 택시 기사의 우스갯소리가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노용석: 한국에서는 개발자의 대우가 비교적 좋지 않다 들었다. 수입도 그렇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혜택까지 비교하면 더욱 미국과 차이가 크겠지. 개발자들에게 좋은 대접하는 회사가 한국에는 많지 않고, 있더라도 입사 경쟁이 치열하겠지.
신림동 캐리: 그렇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제니퍼소프트‘의 경우 네이버 검색하면 ‘제니퍼소프트 경쟁률’이 자동완성이다.
노용석: 해외 취업을 하면 처음에는 타국에서 적응하느라 고생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미국 IT 직종에는 해외 취업한 외국인이 많아서 힘들 때 서로 격려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분위기라 그만큼 이겨내기가 쉽다 생각한다. 한국인도 많은 편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노용석: 주중에는 퇴근 후에 테니스나 스쿼시 등의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신문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주말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 거리를 산책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편이다. 별 계획이 없을 때는 개인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한다.
신림동 캐리: 그 밖의 취미는?
노용석: 요리를 한다! 가끔 아시안 음식이 그리울 때 해먹으면 정말 맛있더라. 얼마 전에는 치킨 티카 마살라를 만들어서 회사에 가져갔는데, 무려 인도인 매니저에게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단점은 취미 때문에 살이 뒤룩뒤룩 찐다는 거다. 그래서 나만 살찌면 안 되니까,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밤에 페이스북에 올려 배고픈 친구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을 즐긴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가 결정되고 주변에 ‘아마존 개발자를 인터뷰하는데 궁금한 거 없냐?’고 물으니 정말 많은 사람이 묻더라. ‘아마존, 대체 언제 한국에 들어오나요?’
노용석: 미디어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을 얘기할 수 없다. 관련 부서에 있지 않은 내가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검색해보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아마존 서비스는 한국에 있지 않지만, 일부 부가적인 서비스는 이미 한국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노용석 님이 말하는 아마존의 업무 분위기와 포괄적인 개발 환경은 ‘오뚝이 같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1’로 이어집니다.

글 : 신림동 캐리
출처 : http://goo.gl/Yiwe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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