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터뷰 38] 아이들에게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장난감, ‘아토큐브’

한상택 대표는 지난 4년간 사업 제휴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엔 하루에도 대여섯 개의 사업제안서가 들어왔다. 그는 회사 서비스와 접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면서, 막연하지만 ‘내 사업을 한 번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안 된다’, ‘어려울 것 같다.’라는 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매달 3천만 원의 적자를 내던 지방 센터를 3달 만에 손익분기점까지 끌어올릴 만큼 그는 남들이 ‘안 된다.’고 말하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작년 3월에 퇴사하여 아이디어 차원의 사업 아이템을 가시적인 제품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그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있는 듯했다. 인터뷰를 위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사무실을 찾았다.

‘아토큐브(ATTOCUBE)’의 멤버들. 왼쪽부터 한상택 CEO(37), 주지은 COO(33), 문성혁 CTO(28).

Q. 창업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다니던 직장에서 나왔다.

■ 지인의 특허가 사업의 기초가 되다

사업 아이템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십년지기 친한 형이 운영하는 카페에 놀러 갔다. 몇 년 전에 특허를 낼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형이었는데,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사업은 못 하겠고, 그렇다고 이 특허를 썩히기도 아까워서 고민이다.”라고 하더라. 형이 자신의 4살짜리 딸을 위해 만든 사업 아이템이었는데, 꽤 괜찮았다. 그래서 “재밌어 보이니 내가 할게.”라고 말하고 특허를 건네받았다. ‘아토큐브(ATTOCUBE)‘의 시작이었다.

Q.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해나갔나.

■ 제품 소재 정하는 게 첫 번째 일

사업자등록 신청을 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제품 소재를 정하는 일이었다. 나무, 금속, 플라스틱 등 선택할 수 있는 소재는 다양했다.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금속이, 제조가 용이한 측면에서는 플라스틱이 우수했지만,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사용할 제품이니 금속이나 플라스틱보다는 오랜 시간 손으로 만져도 걱정없는 친환경 나무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인천에 있는 수입목재상을 찾아갔다. 그러나 기존에 대량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던 그들에게 나는 ‘돈이 안 되는’ 고객이었다. 시제품 제작을 의뢰했지만, 파주 공장에서도, 용인 공장에서도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Q. 시제품 제작부터 난항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한 노력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는 공장을 만나기까지 사람 대 사람으로 설득했다. 나는 단순히 업체를 ‘거래처’라고 생각하며 대하지 않았다. 동정심도 유발해보고, 제품의 매력을 부각하기도 하면서 공장장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공장을 찾아갈 때마다 항상 빈손으로 가지 않았다. 음료수를 들고 가서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인사하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러자 다행히도 한 목재 공장에서 시제품 5개를 만들어주었다. 이를 통해 작년 어린이날 분당 율동공원에서 200여 명의 사람에게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다.

Q. 제품 개발 과정

■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판단하고 선택해나가야 하는 과정

사람들 반응을 살펴보니 우선 제품 소재를 나무로 선택한 건 적절한 판단이었음을 확인했다. 다만 2.5cm 크기의 시제품 큐브는 아이들이 삼킬 우려가 있더라. 2.8cm짜리, 3.5cm짜리, 4.5cm짜리 큐브 등 여러 크기를 검토해본 결과 3cm라는 최적의 크기를 얻었다. 한편 목재로는 소나무, 흑단 등이 있었는데 이미 유명 업체들로부터 검증받은 유럽산 비취목으로 선택하였다.

정육면체에 각각 문양을 새기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레이저로 일정 두께를 깎아 음영을 줘보기도 하고, 색칠해보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실크 인쇄’ 방식으로 제품 제작 기법을 결정하였다. 실크 인쇄가 제일 색감이 잘 나오며 칠이 쉽게 까지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실크 인쇄 방식이란, 실크필름 위에 사람의 수작업으로 물감을 롤질하여 인쇄하는 걸 말한다. 물론 물감에서도 무독성 인증을 받은 물감을 선택하였다.

고민거리는 실크 인쇄 방식을 선택한 후에도 발생했다. 큐브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을 경우 시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모서리를 아예 깎지 않으면 조합된 큐브들의 면이 서로 밀착되어 있어 무얼 형상화한 전체 그림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큐브가 뾰족해져 손으로 잡으면 아팠다. 반면에 모서리를 깎은 후 실크 인쇄를 하면 물감이 흘러내리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공장 사장님과 고민한 끝에 인건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인쇄를 한 후 모서릿값을 아주 조금만 주기로 했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재미있었다. 된 건 없지만 되는 것 같으니까. 사실 당시에는 힘들다고 느낄 시간은 없었고, ‘이걸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새벽 2시에 퇴근할 때에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이걸 누가 알아줄까. 창업가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이런 노력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어떻게 참아냈을까.’라는 생각에 새삼 사업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attocube_service

Q. ‘아토큐브’를 소개해달라.

■ Interactive Smart Toy

아토큐브는 4~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랙티브 스마트 토이(Interactive Smart Toy)이다. 오프라인상에서 갖고 놀 수 있는 나무 큐브와 온라인상에서 갖고 놀 수 있는 모바일 앱,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융합한 서비스 이렇게 3가지 알파 버전을 제공하고 있다.

‘아토’는 순우리말로써 ‘선물’이라는 뜻이 있다. 아이들은 큐브 9개를 조합하여 1억8천만 개 이상의 한글/영어/숫자/모양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이 창조해낸 패턴은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갖게 되며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잠재된 패턴을 발굴해나가는 계기를 만든다. 예를 들어, 알파벳 ‘A’도 최소 8가지 이상의 패턴으로 나타낼 수 있다. 어른과 달리 고정관념이 없는 아이들은 큐브들을 이렇게도 조합해보고 저렇게도 조합해보며 우리가 기본적으로 제시하는 형상 외의 기발한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어른들에겐 자칫 어려워 보이는 놀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생각의 경계 없이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재미에 푹 빠져서 큐브를 조합한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우리 사업의 목적이자 교육의 본질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크라우드 펀딩 후 정식 버전 출시

유치원 2곳에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한 상황이며 8월부터는 용인 지역 유치원에서 누리과정과 접목한 테스트 수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인디고고(INDIEGOGO)‘ 사이트에서 북미시장과 유럽시장을 염두에 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진행한 후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토큐브는 무한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 큐브 9개가 한 세트이지만, 9개에 한정 짓지 않고 큐브 개수를 늘려서 자신이 상상하는 걸 다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당 한 세트를 갖고선 하나의 거대한 초상화를 만드는 협동 놀이를 할 수도 있다. 기업 워크숍이나 요양원에 납품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제품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할 개발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의 팀 활동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세히 소개해놓았으니 참고해보시고 관심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시길 바란다.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앱센터)
원문: http://goo.gl/nTB8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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