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같은 잔돈으로 그린 큰그림, 페이오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빈도가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헌데 사용 빈도로 따져보면 동전이 안 생길 법도 한데, 희한하게도 언제나 주머니나 지갑 한 켠에는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이 굴러다니기 십상이다.

페이오티(PayOT)는 차경진 대표가 동전 저금통 아이템으로 대학생 때 창업한 지불결제 솔루션 회사다. 주력 아이템은 회사 이름처럼 Pay Of Things. 결제나 지불에 필요한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특히 동전을 없애는 게 핵심 아이템. 회사 이름은 사물인터넷 IoT를 차용했다.

◇ 안 쓰는 동전은 저에게 주세요, “함께 쓰는 저금통 티끌(Tiggle)”=페이오티는 현재 2가지 아이템을 주력으로 사업을 일궈 나가는 중이다. 먼저 공공 저금통은 간단히 말해 ‘개방형 금고’다.조금 큰 문서 세단기 같은 녀석의 정체는 바로 저금통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터치스크린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후 몸에 지니고 있는 동전을 기계에 넣으면 된다. 보관한 동전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투입액을 확인할 수 있고 일정기간 예치 상태를 거치고 나면 포인트로 전환돼 적립되는 방식이다. 시중 은행처럼 돈으로 적립이 될 경우 사금융이 되기 때문에 제약 사양이 많아 진다고.

이렇게 모은 적립 포인트는 편의점을 비롯해 기타 프랜차이즈 제휴처 등 총 70여개 가맹점에서 곧장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 서비스도 된다. 하지만 계좌이체의 경우 공동 은행 플랫폼을 통해 포인트를 현금화 한 다음 이체하는 방식이라 실시간 처리는 힘들다. 현재 12시간 안에 당일 처리를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별도의 서비스 이용 금액은 없고 이용자는 계좌이체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렇게 편의점 3곳만 해도 국내에 어림잡아 3만개 매장이 있습니다. 저금통 장비는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나 기숙사 입구 등에 무료로 설치할 예정이구요”

쉽게 생각해보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돈 통이다 보니 항상 위험성에 노출된 것도 사실. 설치 위치를 CCTV가 설치된 곳이나 경비실 근처, 사설 경호 업체 같은 곳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사실 이런 문제는 ATM기기도 같은 고민거리를 갖고 있는 상황인데다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다. 법적으로 금고는 외부 충격에 15분 이상 버티면 합격이지만 이런 수치조차 실제 위급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 물론 여느 금고나  ATM 기기처럼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 상태다.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입금하는 경우 역시 고민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본인 인증과정이 휴대폰 번호 입력 만으로 끝날 정도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일단 전화번호 입력이 끝나면 본인이 맞는지 확인 절차가 과정이 있고. 지역별로 구분이 가능해 서울에서 입금 하던 사람이 부산에서 입금하는 것 같은 이상 상황은 센터에서 쉽게 포착이 가능해 본인 확인 후 처리가 가능하다.

공항면세점에 진출할 계획도 밝혔다. 해외 여행 후 생긴 외국 동전은 다음 여행 때까지 고이 간직하는 것 밖에는 딱히 처리할 방법이 없다. 환전소 역시 동전은 교환해 주지 않는 곳이 많을 뿐더러 설사 해주더라도 환전 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페이오티는 한번에 모아서 큰 금액을 은행에 예치하는 방식을 통해 환전 수수료를 아끼는 방법을 택했다. 이용자 입장에선 어차피 처치곤란인 동전을 포인트로 전환해 국내 편의점 같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재 온라인 저금통은 각각 10 ,50, 100, 500원 주화 이외에 최대 8종류까지 인식 가능하다. 외국 동전까지 이용하기 위해서 엔화, 달러, 유로화 등을 지원하는 기계 2~3대를 면세점에 연속으로 설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동전은 이용 수수료가 곧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용자가 투입한 동전을 포인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득할 수 있고 포인트를 사용하는 업체에서도 수수료가 발생한다.

◇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자판기=자판기는 앞서 이야기한 온라인 저금통과는 정반대의 아이디어다. 페이오티가 개발한 자판기 결제 솔루션은 동전이나 현금이 없어도 구입 가능한 솔루션이다.

자판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보통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쓰는데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자판기의 경우 카드단말기의 가격이 비싸고 인터넷이 연결 돼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인터넷 연결을 위한 모바일 라우터를 비롯한 네트워크 장비, 전원 등 유지 관리비용이 꽤 소요되기에 자판기 업자가 카드결제를 꺼린다고.

페이오티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그게 바로 자체 결제 시스템이다.

기존 자판기 MCU(main controller unit)에 페이오티가 개발한 손바닥 만한 회로 기판을 연결하면 끝난다. 이후 방법은 모바일 결제와 비슷하다. 앱을 설치 후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기존 간편 결제처럼 자동으로 계산이 도는 방식이다. 물론 기존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카카오 페이나 네이버 페이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용자는 자판기를 이용하기 위해 잔돈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동시에 자판기 운영자는 잔돈 관리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게다가 정산/매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고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할인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가능하다.

일단은 대학 캠퍼스가 주력 타깃이다. 재학생 2만명 규모의 캠퍼스라면 보통 자판기가 100여 대 이상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시제품 개발은 끝난 상황이고 5~6월쯤이면 실제로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페이오티는 예상하고 있다.

동전을 사용하는 사업이라면 비단 자판기 말고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예를들어 요즘 유행하는 셀프 세탁방이나 인형 뽑기방 같은 곳이 대표적. 자판기 업체 입장에선 결제 방식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간단하게 기존 자판기에 기판 한 개만 연결하면 되는 솔루션이지만 실제 구현은 녹록치 않았다. 자판기에서 사용하는 외부 통신은 VTS라는 구형 아날로그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옛날 방식이라 개발자가 아예 없고 현재는 쓰지 않는 방식입니다. 현존하는 자판기 시스템은 일본에서 70, 80년대에 개발한 것을 들여와 여전히 그대로 쓰고 있는 상황이지요.”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동전을 넣으면 동작하는 간단한 알고리즘인 줄 알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복잡했다. 예를 들어 종이컵이나 커피 등 재료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자판기에서는 ‘판매중’ 불이 꺼지게 된다. 상품 최소 금액보다 낮은 금액이 투입 돌 경우에도 동전이 자동으로 반환되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그런데 이런 알고리즘이 수십년전 개발된 회로에 의해 판단되고 동작한다는 것. 현재는 자판기를 운용하는데 최적화된 알고리즘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자판기가 여전이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물리적인 방식이라 전자적인 해킹이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페이오티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구형 아날로그 방식에 최신 IoT 기술인 디지털 회로와 소프트웨어를 붙이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안 시스템도 강화해야 했다. 통신 시스템이 블루투스인 만큼 이제는 해킹에 대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블루투스 통신에는 ‘대칭키’라는 방식이 있는데 특정 동작을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암구호(프로토콜)다. 요즘은 이런 부분까지 해킹을 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현재는 앱으로만 결제가 가능하지만 추후에 자판기에 부착된 NFC 스티커에 태그를 하면 앱에선 투입할 금액만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로써 실제 자판기 사용 경험과 보다 가까워지게 된 것.

◇ 일본 자판기 시장 공략 목표=익히 알고 있듯이 일본은 자판기 천국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판기 시장 규모는 약 3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500만대 규모로 한국과 비교해 수치적으로 약 17배 더 크다. 그런데 자판기를 통해 유통되는 시장 규모는 이 수치보다 훨씬 크다고. 자판기 사용률이 국내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 시장 공략 준비는 끝난 상태다. 모든 회로와 알고리즘이 일본에서 건너온 만큼 한국에서 개발할 솔루션을 곧장 일본 자판기에 꽂아도 호환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시스템만 갖추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데 일본의 경우 애플페이의 사용률이 높고 간편 결제 솔루션 역시 많아 제휴를 통해 풀어가야 할 숙제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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