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들 ‘향기 속에서 미래를 찾다’

향기를 선물하는 시대다. 향초와 디퓨저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도 향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의 전유물 같아 보이는 향기를 스마트하게 사용해보고자 뭉친 남자들이 있다. 바로 스마트디퓨저를 만드는 피움(Pium)이다.

피움 김재연 대표는 향기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향초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을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이 좋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면 좋겠다 싶었죠.”

지금처럼 사람들이 향초나 디퓨저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을 때였다. 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향초 매장 벽면 가득 향초가 진열돼있었지만, 이 향에는 무슨 효과가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향기란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포기를 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알려주는 가상의 아로마 테라피스트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김재연 대표는 학부와 석사 모두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개발자다. 개발자인 그에게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는데 바로 기술자가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 의미 있는 기술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무리 정교하게 계산된 기술이라도 사용자들이 외면한다면 결국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보다 사람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김 대표는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 측면에서 경험을 연구하는 UX 쪽으로 박사과정을 밟는다. 그는 박사과정을 하면서 스타트업 세계에도 눈을 뜬다. 주변에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뉴욕에도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나올 때였다. 또 우버 등 실제 스타트업 제품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던 때라 시기 영향을 크게 받았다.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에 발을 들이게 된 건 퓨처플레이 황성재 이사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막연하게 시작하는 것보다 간접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퓨처플레이 보육팀을 돕는 인벤션팀에 합류한다. 이곳에서 스타트업에게 기술 기반 특허를 제안해주는 업무를 1년 동안 하면서 향기라는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피움 스마트 디퓨저 프로토타입

“향기 시장이 특허 쪽으로 가능성이 크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다고 해도 선행 특허가 깔려있으면 결국 공격당해서 다 뺏기거든요. 저희는 이미 향기 관련 특허 3개를 내놓은 상태에요.”

김 대표는 2016년 7월 퓨처플레이를 퇴직하고 스마트 디퓨저 피움을 설립한다. 황성재 이사도 합류했다. 퇴직 시점에 이미 피움 초기 버전 워킹 프로토타입과 특허는 준비된 상태였다. 때마침 삼성 크리에이티브스타트업 지원사업 공고가 떠 지원했는데 운 좋게 선발돼 삼성으로부터 지원도 받게 된다.

MWC 2017에 참여한 피움

◇ 장소, 시간, 활동에 따라 향 추천=피움은 장소, 시간, 무드, 액티비티 등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향기를 추천해 주는 스마트 디퓨저다.

“사람들은 보통 취향 기반으로 향기를 즐겨요. 그런데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찾게 되면 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제한이 오죠. 이런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피움은 컨텍스트를 중심으로 향을 추천해 줍니다”

개인의 활동과 맞게 아침에 나오는 향은 잠을 깨워주는 향, 저녁에는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향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취향보다는 기능적 접근을 시도했다. 디자인은 집안 내부 인테리어나 가구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유행을 타지 않는 원통형의 심플한 모양 선택했다.

출근 시간이나 퇴근 시간 등 반복되는 일과를 입력해 놓으면 알아서 향을 켜고 끄는 기능은 물론 웨어러블과 연동이 되는 시점에는 심박 수가 빨라지는 것을 감지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는 향을 추천해 줄 예정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I9fwV_z-XY&feature=youtu.be

피움은 뉴욕 맨해튼에 법인을 세웠다. 향기 시장 자체가 국내보다 해외가 크고,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 자리 잡음으로써 패션과 관련된 제품과의 콜라보와 등 향후 사업 확장성과 고급 향기 시장 진입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몇 개의 중저가 브랜드가 주도 하는 향기 시장에 최근 고급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피움 역시 이 고급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올해 피움은 기능적 요소를 추가하고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움은 단순히 스마트디퓨저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가치를 만드는 회사를 꿈꾼다. 시작은 디퓨저지만 향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먼저 고민하고 기술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VR, AI 기술도 활용할 예정이다.

“피움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커넥티드 센트(Connected scent) 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지 나와 연결된 향이 쫓아오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향기를 개인화하는 것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영역이에요. 새로운 분야를 리딩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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