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상대는 에버랜드” VR 시대 꿈꾼다

요즘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단지나 멀티플렉스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무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브이알존(VR ZONE) 부스다. 이용금액과 시간은 마치 ‘동전 노래방’처럼 단순명료하다. 5,000원에 10분 남짓이다. 하지만 그 10분이 현실처럼 그리 훌쩍, 녹록치 않게 지나간다는 사실은 미리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브이알존을 만든 예쉬컴퍼니는 회사를 설립한지 이제 갓 1년을 넘긴 회사지만 현재 전국에 62개 매장을 통해 기기 90여대를 운영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중이다.

VR 콘텐츠 제작에서 체험을 위한 시뮬레이터,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플랫폼까지 VR에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VR를 체험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HMD 보급이 예상보다 빠르지 않았다. 높은 가격 뿐 아니라 콘텐츠의 양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악재 속에서 지난해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1호점을 냈다. 올해 상반기까지 100호점 런칭이 목표다

“VR테마파크를 메인 컨셉트로 놀이동산을 가지 않아도 되는 가상현실 체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쉬컴퍼니 남영시 부사장의 말이다. 해외 진출은 생각보다 빨랐다 국내에 1호점 이후 그 다음달에 미국 괌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엔 중국시장까지 진출한 상태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인 CGV에도 입점 계약을 끝마쳤다.

생각보다 빠른 시장 진입의 성공 원인은 임원진부터 각각 전공에 최적화된 철저한 분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예쉬컴퍼니의 공동창업자인 황의석 대표, 남영시 부사장, 김홍철 전무는 각각 전자, 포털, 법무법인 출신으로 제품/기술 개발, 영업/마케팅, 법무/특허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이밖에 제휴/콘텐츠 인원 역시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을 통해 구성했다.

국내 VR 시장에 대해 묻자 “하드웨어 제조분야는 명확하다”는 말이 이내 돌아왔다. 마치 가전 회사처럼 오큘러스나 바이브 같은 HMD 제조사가 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의 경우 최근들어 360카메라를 이용한 실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게임 개발사의 진입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VR테마파크는 일상생활에서 가상현실을 가장 가깝고 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PC방이나 노래방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 모델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VR관련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아예 지향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남 부사장의 말이다. 피씨방처럼 치부될 경우 불과 한 두번의 경험만으로 신기한 것에서 끝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속성에 대한 부분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반드시 시험대에 오르는 요소다. 현재 VR 관련 프랜차이즈는 스팀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콘텐츠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일궈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는 자급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웃소싱 개발사를 통해 한달에 2~3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가상 테마파크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다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게 될 게 자명하다.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현재 브이알존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20개. 그 중에서 상위 현재 1~4위는 모두 국산 콘텐츠다. 실사 콘텐츠도 개발중이다. RCF라는 자회사는 360 영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로드뷰를 제작하던 팀이 그대로 합류했다.

본격적으로 VR이 국내 시장에서 안방공략을 할 시점은 언제쯤일까. 남 부사장은 그 시점을 “교육이나 게임 같은 킬러 콘텐츠의 등장을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 게임 중 어떤 분야가 먼저 촉발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교육 분야 콘텐츠의 경우 일단 ‘도띠&잠뜰’을 VR로 제작해 어린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라바나 뽀로로 역시 협의 중이라고.

VR업계에선 어떤 산업분야를 잠재적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놀이동산”이라고 말한다. 가족이나 연인이 한 두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극장처럼 ‘도심속 놀이공간’으로 꾸미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영화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전통적인 데이트 코스에서 VR이란 선택지가 한 개 더 늘어나는 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골프존이 성공했던 이유도 매일 골프를 치러 나가고 싶지만 여유가 안될 때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나 즐길 수 있어서였죠” VR테마파크를 올해 주력사업으로 결정한 이유다. 올 여름 런칭할 VR테마파크는 좀비, 호러, 놀이동산 등 다양한 컨셉트로 꾸밀 예정이다.

“시뮬레이터 시장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은 오래 갈겁니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직업 체험이나 수술처럼 실수가 허락되지 않는 분야도 미리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순간의 실수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카레이싱 역시 멀리 있는 서킷을 찾지 않아도 전세계 서킷을 누빌 수 있게 만드는 게 바로 가상현실이다. 테마파크와 쇼핑 역시 마찬가지. 이런 꿈같은 일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솔루션이 바로 VR이다.

가상현실은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데 가장 최적화된 IT기술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몸이 인지하는 중력같은 감각은 현실감의 극대화를 위해 추가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VR 콘텐츠는 HMD를 통해 보는 가상현실과 의자를 통해 몸으로 전달되는 움직임이 합쳐졌을 때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가지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을 때 비로소 몰입도를 높일 수 있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부분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어떤 시점에서 물리적인 효과를 체험자에게 줘야 가장 현실감이 높은지 알아내 실제 콘텐츠에 적용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는 B2B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VR은 시장 변화가 빠르고 B2C 앱을 통한 콘텐츠도 준비중이다. 집에서도 VR 콘텐츠를 즐길 수는 또다른 VR 생태계 말이다.

작년은 VR 산업의 시장과 수익성을 검증한 시간이었다고 남 부사장은 복기(復棋)한다. 그래도 국내에서 VR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흑자를 낸 곳이라는 자부심 역시 적지 않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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