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부스엔 사람이 안 올까?

최근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일본 스타트업밋업이나 IT 전시회 참여를 준비하는 곳도 늘었다. 일본 역시 스타트업 밋업 행사가 VC와 대기업 신규 사업 담당자에게 새로운 투자처와 제휴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로 인식되면서 참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행사에 부스 참여를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2020년 올림픽을 위한 호텔의 리모델링 작업과 많은 관광객 탓에 숙소를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소 무리한 업무량을 소화하면서 밋업에참여하는 것은 그에 걸맞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쿄에서 열리는 IT 전시회에 참여하면 북적이는 일본 기업 부스와는 다르게 국내 기업 부스나 한국관은 한적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힘들게 준비한 일본 출장의 결과로는 다소 아쉬운 모습. 혹시 이를 보며 “요즘도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 탓에 한국 기업을 상대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설명하는 ‘몇 가지 실수’를 살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스에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은 한국에 대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운영하는 그 부스의 매력을 잘 몰라서다. 분명한 원인이 존재하고 해결책도 간단하다. 전시회와 데모데이 참여를 위해 일본을 찾는 한국스타트업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이유를 고민해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 스마트폰좀 손에서 내려놓으세요=일본에서 진행되는 전시회에는 보통 참여자용 의자가 마련되어있지 않다. 만일 의자가 있다면 그것은 손님을 위해 마련되어 있거나 미팅을 진행하는 자리로 결코 전시업체를 위한 것은 아니다. 간혹 한국기업 부스나 전시관을 보면 기업용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십중팔구 참여 기업이 전시업체에 따로 요청해서 준비된 것이다.

보통 참여 기업이 앉을 수 있는 곳은 휴게실뿐이다. 서서 팸플릿을 나눠주거나 고객을 어떻게든 자기 부스로 끌고 오려고 분주하다. 도우미는 물론 사원들까지도 마치 한국 화장품이나 휴대폰 판매점처럼 동분서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자를 놓은 한국 부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인 부스를 가정하여 정리한다. ‘실제로 이렇다’고 하기보다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을 정리한 것이니 본인과 비교해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시작 후 30분 : 방문객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객을 처다보며 서 있다.

시작 후 1시간 : 손님이 오지 않음에 불안해진다. ‘이 전시회에 괜히 참여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업무 연락은 없는지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다.

시작 후 1시간 반 : 이 전시회에 온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메신저에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점심과 저녁은 무엇을 먹을지, 한국에 돌아갈 때 사갈 선물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시작 후 2시간 : 점심을 먹고 몸이 더 나른하다. 조금 더 깊이 전시회에 참여한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한다. 다른 부스도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힐끔힐끔 쳐다보며 사내 보고용으로 쓸 시나리오를 생각하다 다시 스마트폰을 만진다.

보통 외국에서 온 참여기업에는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하다. 하물며 담당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다면 아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일본어를 잘하지 못해도 전시회 부스를 찾아올 고객은 스스로 모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는데 기념품은 왜 그리 화려한지..=지금 전시회를 준비하는 당신. 혹시 회사 소개서나 자료 번역은 일본어 좀 할 줄 안다는 직원이나 지인에게 맡겨놓고, 자사 로고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선물용 명함 케이스와 USB 메모리, 그리고 스마트폰 충전기를 챙기고 있지 않은가. 앞서 묘사한 최악의 부스가 다소 과한 비약이 들어가 있지만 ‘급하게 준비한 브로셔와 관련 없는 화려한 사은품’은 많은 기업에서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간혹 다소 이야기가 잘 통했을 뿐인 방문객에게 “당신에게만 특별히 드리겠습니다”라며 선물을 건네는경우가 있는데, 비즈니스에 임할 때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일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앞에서는 “이런 거 받아도 괜찮습니까?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굽신거릴지 모르지만 돌아가면서는 “아.. 아직 돌아볼 곳도 많은데, 필요 없는 물건이 많아졌네.. 버릴 수도 없고.. 이거 로고도 들어가 있어서 쓰기에도 좀..”이라며 곤란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물을 챙길 비용과 시간이 있다면 화려하진 않지만 기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회사 소개서에 신경을 쓸 것을 권한다. 그것에 담겨있는 깔끔한 일본어 표현 하나하나가 회사 이름이 새겨진 USB 메모리나 명함 케이스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회사 소개서를 만들 때, 번역기를 쓰지 말자. 일본어 조금 할 줄 안다는 직원에게도 맡기지 말자. 일본인이란 이유 하나로 업계와 관계없는 이에게 맡기지도 말자. 이 3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네이티브 수준의 외국어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해당 업계를 다년간 경험한 이가 주변에 없다면 전문 번역 업체나 번역사를 고용할 것을 추천한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본어 능력자들은 출중한 일본어 실력을 뽐내겠지만 아쉽게도 비즈니스 번역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은 기업 번역 전문가도 아니며 글쓰기 전문가도 아니다.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이해하고 번역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가령, Pitch, CVC, EXIT, Pivot 같은 용어는 한국에서도 스타트업 업계에 있지 않다면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브로셔를 살펴보다가 표현이 과도하게 어색하다는 지적을 하면 지인에게 부탁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돌아온다. ‘스타트업 피칭’을 ‘야구 투구의 시작’이라고 번역한 사례도 있다. 꼼꼼히 살피고 최대한 투자하도록 하자.

◇ 첫째도 아이캐치, 둘째도 아이캐치, 그리고 명품을 만드는 섬세함=‘아이캐치’라는 단어가 조금 모호하지만 보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이미지나 물건을 뜻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맛집 음식 사진이나, 귀여운 동물, 선남선녀의 얼굴 사진을 상상하면 정확하다. 수십 개, 혹은 수백 개 기업이 참여하는 전시회나 밋업 행사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다.

당신이 고된 일과를 마치고 다크서클과 자매결연을 맺은 피곤한 신규 상품 개발자, 혹은 VC 심사역이라고 가정하자. 상사에게 “좋은 기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다녀오라”는 지시에 부랴부랴 전시장을 찾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백 개도 넘는 기업 부스다. 당신이라면 어떤 부스를 찾아가겠는가.

전시에 참석한다면 시간이 부족하고 피곤한 참관객이 무엇을 먼저 살펴보고 어떤 부분에 시선을 둘지 객관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키워드 : ‘IoT, VR, AI, Fintech’ 등 흔히 말하는 버즈워드 가운데 당신 기업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반드시 포스터에 넣도록 하자.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A4용지에 인쇄해 부스에 붙여 놔도 좋을 것이다. 또 거래처 가운데 일본인도 알 법한 유명 기업이 있다면 그 로고도 함께 넣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 : 위에서 언급한 거래처의 로고나 회사의 제품을 나타낼 수 있는 이미지를 넣고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브로셔와 포스터를 통해 제품 설명을 장황하게 적어 놨겠지만, 그 설명을 천천히 읽어보는 참관객은 없다고 봐야 한다.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물건 : 소프트웨어나 앱을 다루는 스타트업이라면 큰 모니터를 준비하거나 어렵다면 화면이 큰 노트북을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하드웨어 기업이라면 배송비가 들더라도 반드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 좋다. 또 제품 종류가 많다면 최대한 많은 제품을 가져와 진열할 것을 권한다. 참관객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하드웨어 기업임에도 작은 팸플릿만 준비한 기업이 보이는데 모처럼 얻은 기회가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버즈워드, 눈에 띄는 이미지, 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모두 준비했다면 다시 한번 디테일을 챙기도록 하자. 불필요한 물건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이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도록 분위기는 만들어졌는지, 부스에 설치한 이미지나 준비한 자료들의 일본어 표현은 잘 다듬어져 있는지 등을 고민하자.

눈에 보이지 않고, 사소하다고 보이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예산을 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때에 따라서는 상사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챙길 수 있다면 조금 더 많은 방문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사업 협력이나 투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부스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 일본에서 Pitch, CVC, EXIT, Pivot 같은 용어는 ピッチ、シーブイシー、イグジット、ピボット 등 가타카나로 표현하지만 눈에 쉽게 들어오도록 알파벳으로 적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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