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로 시작해 스타트업으로 태어났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살면서 단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그녀가 창업하게 된 이유다. 텔라 진유하 대표는 “창업을 꿈꾼적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배우고 성취하는 성격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설립 4년차를 맞는 텔라는 제3세계 국가인 우간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필리핀 등 원어민과 채팅영어를 서비스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 시작은 작게=텔라의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균관대 글로벌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진 대표는 성대, 연세대, 서강대, 고려대 등 각 대학교 사회적 동아리를 한데 묶은 사회적 기업 연합 동아리 SEN(Social Enterprise Network) 연합회장을 맡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학부에서 배운 경영지식을 이용하면 제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사회적 기업 동아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활동을 하면서 진짜로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었죠.”

사회적 기업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은 뼈를 묻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연합 회장을 맡았을 때는대학시절 의미있는 추억 정도로만 그치는 동아리 활동 대신 진짜 남을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무박 2일 비즈니스모델 워크샵을 처음으로 열었다. 연합동아리 소속 학생끼리 팀을 짜서 하루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발표까지 하는 해커톤과 유사한 프로그램이었다. 텔라의 초기 아이디어는 이 워크숍에서 나왔다. 그때는 지금처럼 채팅영어가 아니라 아프리카 사람들과 하는 전화 영어였다. 이름도 텔아프리카. 아프리카 교사를 고용해 해당 국가의 일자리 환경을 개선해보자는 취지가 컸다.

거창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진 대표를 비롯해 영어가 편한 팀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또 국내에서 영어 교육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점, 그리고 개도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줌으로써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 이 아이템을 가지고 UC버클리 대학이 주최하는 소셜벤처컴피티션아시아(svca)에도 출전해 3등을 수상한다.

“상금으로 200만 원을 받았는데 세금을 내고 나니 156만원 정도였어요. 5명으로 나누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이 돈으로 진짜 사업을 해보기로 했죠. 방학 동안 실제 우간다에서 교사를 고용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한 달 정도 돌렸어요.”

직접 해보니 가정과 실제는 달랐다. 기술적인 허들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교사의 영어 발음이 문제였던 것. 수화기 뒤편에서 들리는 닭 우는 소리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채팅 영어로 컨셉트로 바꾸게 된 이유다.

◇ 시행착오 끝에 출발=대회에서 수상하고 아이템의 사업화에도 성공했지만 창업을 할 생각은 못했다. 졸업을 앞둔 진 대표는 이미 다른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동아리 할 때 창업아이템을 가진 오빠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창업을 한 사람은 없었어요. 장남이라, 결혼을 해야되서..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는데 오히려 저는 여자이기때문에 자유로울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제 성격이 성취 지향적이기도 하고요.”

먼저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단 생각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육성사업에 지원해 무료 사무 공간과 초기자금을 마련했다. 진 대표는 물론 팀원들이 각자 돈을 벌면서 사업을 병행할 때였다. 모든 걸 처음 해보는 것이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해외에서 고용이 이루어지는 사업인데 사업비를 해외에 사용할 수 없어 문제가 컸다. 지원받은 금액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없어 다른 곳에서 일을 하며 번 돈을 털어 사업을 유지했다. 경험이 없으니 팀원 간의 갈등을 다루는 것도 어려웠다. 어떻게든 버티다보니 그사이 팀원들의 실무 역량은 늘어났고 팀워크도 탄탄해졌다.

2014년 이름을 텔라로 바꾸고 카톡 기반 채팅 영어 서비스로 법인을 설립했다. 창업할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26세에 스타트업 대표가 된 것. 진 대표는 “매출이 발생하긴 했지만 1년 반 동안은 제자리걸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자금을 수혈했고 자비도 투입됐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 시작한 건 2016년 무렵 인력을 늘리고 서비스 퀄리티 컨트롤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디캠프, 유진투자증권, 동부증권 그리고 지인을 통해 7,000만 원 가량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고  최근에는 최대 5억 원까지 지원해주는 코이카 CTS(Creative techology solution) 3기로 선발돼 인력 확충과 비즈니스 확장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텔라는 투자금으로 우간다 지역 인력을 추가 고용하고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텔라가 서비스하는 채팅 서비스 ‘텔라톡’의 장점은 모든 대화 기록이 데이터로 남는다는 점이다. 과거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새롭게 사용한 단어와 첨삭 받은 문장을 정리해서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학습자 레벨에 맞춰서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도 추천해준다. 그리고 첨삭 받은 문장을 활용해 전화 영어로 복습할 수 있어 학습의 연속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채팅과 전화영어 패키지를 사용하는 학습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고도화해 학습자들에게 더욱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저도 경험과 연륜이 없던 26살에 사업을 시작해서 많이 어려웠어요. 지금도 그래요. 경험이 많은 멤버와 같이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결국 결정은 대표가 하는 구조기 때문에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해야 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20대 창업은 해보라고 하고 싶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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