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 카운터어택

아산나눔재단이 주관하는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의 최종 결선을 통과한 카운터어택팀을 만났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예선부터 4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8개 팀이 벌인 경연에서 건강관리 ‘S-Vital’ 서비스로 최종 우승을 거머쥔 팀이다.

카운터어택은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창업진흥센터에 입주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과 중간(!)인 역삼동 마루 180에서 만났다.

카운터 어택의 수장인 유승준 대표는 현재 신경외과 전문의다. 유 대표에게 신경외과 의사는 어릴때부터 꿈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의대에 진학해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 2년차까지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병원에서 직접 목격하면서부터였다.

“10명 중 7~8명을 살렸는데 그 중에서도 의식이 없고 가족을 못 알아 보는 경우도 2~3명씩 됐어요”. 물론 재활치료를 통해 사회로 복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렵부터 생각보다 낮은 회복률과 뇌 손상이 진행되면 더이상 손 쓸수 없는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유 대표는 그런 와중에도 다른 의사처럼 수술을 하고, 회진 하고, 논문 쓰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목표는 의사였으니까. 선택의 순간은 생각보다 늦게 찾아왔다. 전문의를 따고 박사 과정을 끝마칠 무렵 지도 교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신경 외과 의사보다는 진단쪽에 좀더 관심이 있어 보이니 공학 관련 공부를 조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는 곧장 세브란스 병원 생활을 접고 광주과학기술원에 진학하게 된다.

카운터어택의 팀 구성이 된 곳도 바로 광주과학기술원의 의공학 박사과정을 통해서다. 인공지능, 신호처리, 앱 개발 등 각자 맡은 업무는 다르지만 모두 의공합 박사 과정을 수료한 재원으로 구성돼 있다. 본격적으로 헬스캐어 사업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4명이 의기투합해 딥메디라는 법인까지 세웠다.

카운터어택은 스마트폰으로 혈압과 부정맥,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위험성을 진단하는 ‘S-바이탈(S-Vital)’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별도의 센서 없이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로 노이즈 없는 깨끗한 맥(脈)파를 뽑아내는 게 카운터어택의 핵심 기술이다. 단순히 스마트폰 카메라에 의지해 측정하지만 심박수, 혈압, 혈관나이, 심뇌혈관 위험성,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물론이고 혈압까지 측정 가능하다. 특히 혈압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현재 오차율 8%로 혈압을 측정한다. 정상인 측정이 확률적으로 많다보니 저혈압, 고혈압 측정값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생기는 문제다. 현재 협업 중인 병원과의 환자 데이터 공유와 머신 러닝을 통해 꾸준히 줄여가고 있는 중이다.

심박수는 측정은 거의 정확하다. 물론 심박수 측정에서 끝나지 않고 데이터를 이용해 부정맥이나 일상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측정하는 게 목표다. 이미 논문을 통해 관련 내용은 많이 발표된 상태지만 서비스로 만든곳은 당시만 해도 전무했다. 카메라를 통해 부정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토대로 S-바이탈은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했다. 이후 중기청 과제에 합격해 5천만 원의 시드머니를 받았고 최근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거머줬다.

 

건강 관련 앱의 가장 큰 맹점은 ‘지속성’에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만큼 금새 앱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카운터어택은 채팅앱을 복안으로 내놨다. 협약을 맺은 병원이 늘어나면 의사나 전문가가 “이틀째 혈압을 안 재고 있는데 바쁘신가봐요?” 같은 도발하는(?) 문구를  보내 환자에게 동기부여를 시키는 방법이다. 국내 의료법 상 온라인상에서 진단과 처방은 불법이지만 관리 단계까지만 온라인에서 가능하니 어쩔 수 없이 ‘심리전’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환자 혼자는 의사 말을 잘 안 들으니 배우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환자의 정보를 자동 공유하는 방법도 플랜B로 염두해 두고 있다.

아직은 불법에 해당하는 ‘원격진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S-바이탈 역시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가 풀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돌아온 말은 의외의 대답이었다.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전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격 진료가 허용 됐을때 문제점이 현시점에서는 너무 많이 보입니다. 실제 만나서 하는 진료가 아니라 카메라 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거든요. 이건 밥그릇 싸움 문제가 아니라 현재 시스템(기술)로는 불가능 하다는 겁니다” 좀더 환자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환경이 갖춰 진다면 그때는 생각을 해 볼 문제겠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란 얘기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관리만 하는 앱은 쌔고쌨다. 카운터어택은 초기 질병 진단에서 전문적인 캐어나 진료까지 단계까지 환자가 원스톱으로 연결되도록 돕는 서비스다. 심혈관 질환은 혈압관리, 식습관, 운동을 통해 단순히 혈압만 조절해야 하는게 아니라 혈관 탄성까지 조절해야 동맥경화를 막을 수 있다. 대사증후군 예방을 위해 다음 버전에서 식단 관리를 위한 로직 역시 적용할 예정이다.

헬스캐어 산업은 큰 범주로 볼 때 빅데이터 연관성이 높다. 관련 서비스를 사용하는 환자가 늘어날 수록 의미 있는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이를 활용해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보험 가입 절차 역시 그렇다.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꾸준한 서비스 사용을 통해 발병 확률을 낮추면 헬스캐어 업체와 보험사 간 윈-윈이 가능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된다.

사용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의료 관광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비즈니스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고국에 돌아가서도 꾸준히 원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의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원격진료를 배척하는 병원과의 상생 역시 가능하다.

대부분의 헬스캐어 앱 서비스 업체는 아직까지 민감한 원격진료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진단에 대한 부분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혈압계가 측정하는 부분은 의료 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2단계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물론 해외에서는 이런 장벽이 없다. 오직 국내 시장을 위해서다. 식약청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후 올해 안에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카운터어택의 공동 창업자 네 명은 박사 과정을 끝내고 학위까지 받은 상황에서 보장된 직업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케이스다. 이런 행동을 이해해준 모든 팀원의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좋은 직장을 다니다 관두고 창업을 선택한 이 세상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가 공통적으로 겪는 부분이다. 허락이 쉽지 않았음은 불보듯 뻔하다. 용기내어 덜컥 벌인 일이기에 지금까지 오는 게 가능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원래 ‘허락 보다는 용서’가 쉬운 법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그길을 오롯이 따라왔더니 대상을 타지 않았나 싶어요.” 유 대표는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마디로 소회했다. 카운터어택(CounterAttack) ‘회심의 반격’을 뜻하는 말이다. 국내 각종 의료 관련 규제를 피하지 않고 꿋꿋이 해결해 나아가려고 하는 그들의 고집과 노력이 언젠간 이 시장에서 강력한 카운터어택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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