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이 느낀 한국 스타트업 문화

“왜 돈 더 많이 주는 프랑스나 다른 국가에서 일을 찾지 않나?” 프랑스에서 자라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경력을 쌓은 자크 씨는 부모님께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얍컴퍼니에서 해외 진출 전략을 맡은 이 프랑스 청년은 2배나 더 많이 돈을 주던 전 직장보다 현재 근무 중인 한국 스타트업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처럼 한국이 관심사인 프랑스인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인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와 문화, 스타트업에 대한 흥미로운 글은 전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야 하는 국내 창업자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의 삶=그는 자신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서 현대나 삼성, LG 같은 거대 재벌 기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에서 전자공학 엔지니어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전공으로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IT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다. 자크의 이력서에는 화려한 IT 전문 용어가 넘친다. 사실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코드를 고치며 온갖 문제를 해결한다. 세상을 바꿀 만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첫 직장을 얻고 월급을 받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 입장에선 모든 게 흥미진진했다고 말한다. 누구든 실무 뿐 아니라 사회 생활에 대해 배우는 첫 시기에는 투덜대기는커녕 혼신의 힘을 다하기 마련이다. 자크도 그랬고 기진맥진해지기까지 2년을 버텼다.

한국에 오기까지=돌파구와 모험이 간절했던 시기 그는 한국에 가려는 열망을 불태운다. 15살 때부터 한국 문화에 매료됐었기 때문. 저 멀리 한국에 갈 수 있는 계기가 있을까 찾아봤지만 결실은 없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 청년이 해외 기업에 파견 근무를 나갈 수 있는 제도 VIE(Volontaire International en Entreprise, 국제 기업 자원봉사)를 통해 뉴욕 HSBC은행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떠나는 걸 선택한다. 한국에 갈 계기로 이어질 걸 기대하면서.

자크는 1년 반 동안 맨해튼 5번가 사무실에서 프랑스였다면 10년차 이상은 되어야 받을 급여를 받으며 일한다. 그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훌륭한 모험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점차 일상적인 업무가 반복되면서 전 직장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 경력으로 대단한 만족을 느끼지는 못하게 된다. 드디어 계약이 끝나고 그는 이젠 정말 한국에 갈 좋은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하다=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미국 거대 스타트업의 처음을 상상해보라. 그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이런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한국 버전으로. 삼성이나 LG 같은 거대 재벌과 달리 분위기도 젊고 개방적이다. 경영이나 프로세스 역시 기성 기업처럼 딱딱하지 않다. 자크는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솔루션과 제안이 자유롭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한다.

물론 이렇게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된 건 한국에 들어온 직후 집중적으로 일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 결과다. 당시 그의 한국어 실력은 초중급 수준이었지만 기본적인 의사 소통은 가능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지원한 이력서에 긍정적인 소식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취업 박람회에도 참가해봤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한국에선 모든 게 인맥을 통해 이뤄진다고 했는데 정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첫 면접 기회를 얻은 것도 살사 수업에서 만나게 된 사람과 얘기를 나누던 중에 생긴 것이다. 당시 그 분은 자신이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중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고 자크가 이 프로필에 부합했던 것. 다음날 그는 해당 기업에 이력서를 보냈고 그 다음날 면접을 보고 입사에 성공한다.

프랑스인이 느낀 한국 스타트업 문화=계약서상 업무 시간은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다. 그가 가장 놀란 건 이게 지켜진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직원이 사무실에 너무 늦게 남아있으면 쫓아내기까지 했다고.

물론 회사에 늦게까지 남은 유일한 사람은 바로 개발자. 이건 아마도 세계 공통이 아닐까 싶다. 반면 휴가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자크는 울고 싶다고 표현한다. 첫 해 휴가가 없었고 2년차부터 매년 15일 휴가가 있다. 2년차 휴가를 첫 해에 끌어다 쓸 수 있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누렸던 첫 해부터 주어지는 유급 휴가 5주, 주 35시간보다 초과 근무하면 이를 부상하기 위해 부여하는 휴일인 RTT, 병가 등이 그리웠다고.

그가 한국 기업에서 느낀 건 전 LG전자 프랑스 법인 CEO인 에릭 쉬르데주(Eric Surdej)가 자신의 저서인 ‘한국인들은 미쳤다!(Ils sont fous ces Coréens! Dix ans chez les forcenés de l’efficacité)’에서 묘사한 것처럼 전투적이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물론 몇 가지 비슷한 모습을 보긴 했지만.

그가 느낀 한국 문화를 보자. 보통 인사는 “안녕하세요”라는 간단한 말과 함께 머리를 숙여서 한다. 각도는 상대방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 사회가 그렇듯 회사 시스템도 극도로 계층화되어 있다. 모든 직원은 여지없이 상급자에게 깍듯하게 대한다. 가끔은 좀 심하다 싶은 경우도 있다고. 때론 상급자를 귀찮게 할까 염려해 질문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도 봤다고 한다.

회의 시간을 이끄는 사람은 상급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듣기만 하거나 드물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는 남의 눈에 띄기보다는 주류에 속하길 원하는 성향의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만일 더 높은 사람과 식사를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마치 자신의 의무이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사람의 반값을 지불한다. 차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나라의 회식이라는 문화를 얘기하며 회사 운영비로 기획하는 저녁 식사 자리로 상급자와 술을 마시며 긴장을 풀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술잔을 거절하는 건 좋게 보이지 않고 결국 모두 거나하게 취한 채 자리가 마감된다. 다음날이면 아무 일 없었던 듯 모두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고 한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나날이 많은 걸 배운다고 말한다. 최신 기술과 모바일앱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기술적 관점 뿐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유는 결국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다른 것에 영향을 줘서 거대한 세상을 돌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아는 건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 글 통역번역대학원 출신 전문 번역사로 이뤄진 번역 스타트업 바벨탑이 조사, 번역한 것이다. 번역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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