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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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칼럼] “대표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 같아요.”

“네?”

출처=GettyImages

예비창업자인 그는 30분 넘게 창업 아이템이 얼마나 좋고 위대한지 설명했다. 그리고는 ‘내 아이템 어때요? 성공할 것 같아요?’ 라고 물었다. 나는 이런 질문이 싫다.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아이템만 듣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십중팔구 이런 질문을 던지는 대표는 대부분 준비 안 된 창업자이며 그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자신의 아이템이 고객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고객을 만난 자료조차 없었다. 자기 아이템을 검증해 달라고 왔지만 아이템 신봉자를 찾으러 온 것 같았다.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전도사 같다’고 던졌던 이유다. 그 말의 이면에는 당신은 준비 안 된 창업자이고 시작이 잘못됐다는 뜻을 에둘러 얘기한 것이다.

“저에게 아이템을 설파하고 믿음을 요구하는 게 전도사와 다를 게 뭔가요?”

“…”

“대표님이 아이템의 창시자라고 고객과 멘토를 만날 때, 종교인처럼 전도하고 믿음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지금 만남은 마치 아이템의 추종자를 찾아다니는 느낌입니다. 하물며 개척교회 목사님도 처음 지역에 가서는 하나님 말씀보다는 이웃의 불편함을 살피고 도우며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려고 노력 합니다. 창업을 이렇게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 모든 걸 걸고 시작했습니다. 끝까지 갈 겁니다.”

내 말에 굴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답하는 모습에서 강한 의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난 창업자의 출발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다고… 모든 것을 거는 게 준비된 창업인양… 창업 자체가 최종 목적지인 것처럼…

“모든 걸 걸고 달리는 사람과 모든 걸 버리고 달리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잘 달릴까요?”

“네-?”

예비창업자는 뜬금없는 말에 말꼬리를 올리며 반문한다.

창업이란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완전 새롭게 출발하는 시작점이다. 모든 창업자는 5년 만에 80~90%가 폐업한다는 통계를 벗어날 수 없다. 창업 자체가 매우 위험한 도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의 모든 영화를 버리고 출발점에 서서 준비된 상태에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창업이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제가 듣기에는 그렇게 들립니다. 지금 상황은 준비된 창업이 아닙니다. 이런 상태로 출발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말장난 같지만, 창업이란 열차는 한번 타면 중간에 내릴 수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준비된 창업’ 이라는 티켓을 얻기 전에는 열차에 오르면 안 됩니다.”

예비창업자는 한동안 내 말을 더듬더니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질문을 내 놓았다.

“그럼 준비된 창업이란 무엇입니까?”

창업자와 나눈 위 대화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는 준비되지 않는 창업으로 고생하는 대표들을 보면서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준비된 창업이란 무엇인지? 예비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4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창업교육에 참여하자=처음 악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음악학원에 간다. 올바른 자세와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는데 투자해야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레슨시간과 학원비를 투자한다. 그러나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는 창업학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기술과 아이템만 좋으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내 기술과 아이템은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잡스, 마윈, 손정의씨도 실패한다고 했지만 성공했듯이 나만의 방식대로 도전하겠다 말한다. 생각해보자 공부하지 않고 창업하여 성공한다면 이것이 로또 수준의 확률이지 않을까?

요즘은 많은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창업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는 무식하게 성공하는 창업을 가르친다고 글로벌 유명 창업자들의 성공담을 모아서 얘기했고, 창업개론 수준에서 교육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전 창업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고객을 어떻게 만나고, 검증하며, 아이템을 고도화시켜 시장에 나아가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 정부의 창업포털사이트(K-Startup.go.kr)에 가면 관련 정부사업과 교육 정보들을 볼 수 있다. 또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민간 액셀러레이터 기관들과 함께하면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과 투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2. 아이템 발굴은 이제 그만! 고객 발굴을 하자=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할지 모른다. 그동안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여 반복 가능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라고 배웠다. 그리고 아이템 발굴과 개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툴들을 배웠다. 이런 방법은 고객중심의 비즈니스개발을 주장한 에릭 리스(Eric Ries)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만난 창업자들은 아이템 발굴이란 키워드에 집중하다보니 고객을 위한 아이템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역으로 고객을 찾아다니는 형태가 많다.

예를 들면 창업자 2명이 있다고 하자. A 창업자는 평상시 좋아하던 드론으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다가 높은 건물이나 다리에 페인트 칠 드론을 개발하여 사업화했다. B 창업자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친구가 높은 건물이나 다리에 페인트를 칠하는 게 위험하고 경비가 많이 들어 고민한다는 말을 듣고 해결책을 찾다가 드론으로 페인트를 칠하는 아이템으로 사업화했다. 이 창업자 2명의 아이템은 같지만 고객 접근이 다르다. A 창업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업을 한 것이고, B 창업자는 고객이 좋아하는 사업을 한 것이다. 전자는 아이템 발굴에 가깝고 후자는 자연스럽게 고객발굴을 만들어 낸 것이다.

3. 수시로 고객과 시장을 찾아가 만나라=정부사업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 많은 사업계획서를 보게 된다. 요즘은 정부가 친절하게 사업계획서 샘플을 제공하여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 등이 고루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많은 창업자들은 사업계획서에 고객의 소리를 담지를 않는다. 특히 남들과 차별화된 확실한 기술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창업자일수록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객의 요구를 담은 목소리를 직접 듣고 분석하는 과정을 생략한다. 안타깝게도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사업은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언제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할까? 정답은 수시로 고객을 찾아가야 한다. 최초 사업아이템이 떠올랐을 때부터, 아이템 확정 후, 프로토타이핑 제작 후, MVP 제작 후… 매 순간마다 끝없이 고객을 만나고 인터뷰를 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한 솔루션(반복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까지 고객을 찾아 다녀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고객 인터뷰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KDB나눔재단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지원으로 20여개 대학교에서 고객 발굴(Customer Discovery) 창업 교과목(비교과포함)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으니 관련기관에 가면 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다.

4. 나도 실패할 수 있다. 준비 없이 출발하지 마라=창업자의 착각 중에 ‘내로남불’이 있다.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다. 다른 창업아이템은 저평가 하면서 내 아이템은 성공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창업자는 아이템 창시자다. 그러다보니 고객과 멘토를 만나 내 아이템을 홍보하는데 열중한다. 상대방이 내 아이템을 믿지 않거나 부정한다면 기술과 트렌드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설득하려고 애를 쓴다. 마치 교회 전도사처럼 내 아이템을 전파하고 신도를 모집하는 것과 같다.

이런 창업자는 직원들과 지인들에게도 내 아이템이 얼마나 좋은지 약을 판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없고 자금이 고갈되는 데스밸리(Death Valley)에 들어선다. 이때쯤에야 창업자는 내가 파는 약이 약효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내 약이 가짜라고 말하지 못한다. 고객과 트렌드를 읽지 못한 CEO가 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자신은 실패할지 모르고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는 2016년 올림픽에서 100미터를 우승했다. 자랑스러운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이었다. 그가 달린 시간은 불과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사인 볼트가 100미터 스타트 라인에 서기까지 4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4년 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그는 철저히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이미 지난 2차례의 올림픽에서 우승했지만 자만은 허용 할 수 없었다. 최고의 몸 상태로 스타트 라인에 서려고 그는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 스타트라인에서 땅 하는 소리와 함께 결승점을 향해 전력질주로 최선을 다해 달렸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Eric Ries)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 스타트업이란 반복 가능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임시조직이라고 했다. 이 기간에는 고객의 니즈와 시장성에 따라 기존 아이템을 포기하거나 방향전환에 나서는 피봇팅(Pivoting) 과정이 일어난다. 이 기간을 지나면서 창업자는 최고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우사인 볼트가 4년을 준비했던 시간처럼… 이런 기나긴 노력과 준비 과정이 지나야 창업자는 올림픽 영웅 우사인 볼트가 섰던 스타트 라인에 설 자격이 생긴다. 왜 스타트업인지 생각해 보자.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About Author

안창주 수원대학교 교수
/ root1@suwon.ac.kr

TG삼보컴퓨터, 삼보서비스 사장을 재직하고 직접 벤처창업의 경험등을 통하여 현재는 엔슬협동조합과 엔슬파트너스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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