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가축 건강 관리한다 ‘팜스플랜’

국내 양돈업 시장은 꾸준한 양적 성장을 보이는 반면 생산성은 15년 동안 정체돼있는 상태다. 왜일까.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대표는”가축 건강 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고 답한다. 우리나라 농가의 대부분은 항생제에 의존해 가축을 관리한다. 이로 인해 변이형 바이러스 예방이 불가하고 바이러스 감염 시 농가 전체가 전염되는 위험에 노출된다. 해마다 발생하는 구제역을 매번 막지못하는 이유도 바로 항생제에 의존한 잘못된 가축 관리 방법에 있다. 근시안적인 대안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는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 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축종별 마리당 항생제 판매량이 10~2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항생제 사용대신, 돼지의 면역력을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데이터 기반의 축산농가 맞춤 헬스케어 팜스플랜을 통해 가축의 체질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관리를 돕는 것. 팜스플랜은 농장의 경영 데이터와 돼지의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건강관리를 돕는다. 면역성 관리와 향상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발병 영역 자체를 축소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도입 후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팜스플랜을 사용한 농가의 항생제 사용량은 평균적으로 팜스플랜 도입 전의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사용량을 83%까지 줄인 농가 사례도 나왔다. 농장 입장에서는 돼지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체계적으로 가축을 사육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게 됐다. 또 앱으로 손쉽게 농장 사육 스케줄을 관리 할 수 있고, 바이오 데이터를 지표화해 농가 맞춤 컨설팅과 수의학 처방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관리만으로도 건강한 가축을 키우는 것이 가능해진 것.

경 대표는 “스마트팜과 같이 첨단 장비 도입을 통해 온도, 습도 등 환경적 요소의 통제를 통한 생산성 증대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고가의 시설 설치 비용은 물론 첨단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농가의 실질적인 대안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에 팜스플랜은 오로지 데이터의 관리만으로 건강한 가축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 대표는 데이터 분석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사람의 유전자를 연구,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유전체와 생물정보학 분야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우연한 계기로 소나 돼지, 닭 등 산업 동물 전문 수의사를 만나 국내 축산업 이야기를 듣게 됐고 변화가 필요한 시장이란 사실에 공감했다. 지금까지 배워온 학문적 지식을 축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에 적용한다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축산데이터를 설립했다.

그는 “축산업은 국가의 근간산업임에도 기술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산업과 비즈니스에서는 데이터를 핵심가치로 여기지만, 축산 농가는 여전히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지 못해 농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팜스플랜을 통해 낙후한 농업 환경은 물론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근 한국축산데이터는 자사 소유의 양돈농장을 확보했다. 팜스플랜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다. 지금까지 검사항목별로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했던 일을 앞으로는 자체 장비와 인력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실험실이 있는 독립 공간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축산전문 IT 바이오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국축산데이터는 데이터를 통해 1차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자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 시작으로 양돈업을 선택했고 여기서 쌓은 성과를 활용해 축산업뿐만 아니라 1차산업 전반의 가치를 증진시키고자 합니다. 저희를 통해 다소 소외 받고 있는 근간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런 관심들이 1차 산업의 혁신을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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