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게임과 커버곡, 저작권법 – 2차 창작물의 법적 한계와 책임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상훈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팬들이 만든 게임이나 커버곡이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팬심에서 출발한 창작물이지만, 수십만 명이 즐기고 공유하는 순간 더 이상 개인적인 취미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팬 게임과 커버곡 사례를 중심으로, 저작권법상 2차 창작물의 의미와 법적 한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팬 게임, 애정에서 시작된 창작이 어떻게 논란이 되었나

팬 게임은 보통 특정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출발합니다. 팬들이 기존의 유명 게임을 오마주하거나 모방해 비공식적으로 제작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 활동에 불과해 보이지만, 인기를 얻으며 다운로드 수가 수십만 건에 이르고, 원작의 캐릭터·음원·그래픽이 그대로 포함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일부 경우에는 원작사로부터 ‘비상업적 무료 배포라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조건부 허락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이후 다양한 K-POP 곡이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무단으로 담으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확대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결국 애정 어린 팬심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수많은 저작물을 함께 묶어 배포하는 순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2. 커버곡, 단순한 노래 재해석일까 저작권 침해일까

팬 창작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는 커버곡입니다. 원곡을 편곡하거나 새롭게 부르는 행위는 많은 경우 ‘창작’으로 인식되지만, 저작권법상으로는 원저작물을 토대로 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합니다. 저작권법은 원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작과 그 이용을 독점적으로 통제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곡자의 동의 없이 곡을 다시 불러 공개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됩니다. 누군가 노래를 새롭게 불렀다고 해서 원작자의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며, 커버곡 역시 원저작자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팬 게임에 커버곡이 삽입될 경우, 이는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지닌 2차적 저작물로 평가될 수 있고,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수록해 배포한다면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단순 업로드와 게임 수록, 같은 커버라도 왜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수많은 커버 영상이 올라와 있는 현실을 두고 “그렇다면 그것도 다 불법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단순 영상 업로드와 게임 내 음원 수록은 법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계약을 맺어 일정 범위에서 커버 영상을 허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팬 게임은 음원 파일을 게임 폴더에 직접 삽입해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영상 게시가 아니라 ‘복제’와 ‘배포’ 행위에 해당합니다. 저작권법 제16조의 복제권과 제20조의 배포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다운로드 규모가 수십만 건에 이르면, 개인적·비영리적 사용을 전제로 한 ‘사적 이용 복제’ 예외 조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무료 배포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작물을 담아 배포했다면 저작권 침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4.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면 어떤 책임이 따를까

저작권 침해는 단순한 비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민사적으로 저작권자는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침해자가 얻은 이익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건수가 많을수록 손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형사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는데, 저작권법 제136조는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단순히 개인이 비공개적으로 즐기는 수준을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저작물을 배포했다면 형사처벌 위험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음악 파일을 무단으로 배포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이미 다수 존재합니다.

 

5. 팬덤 창작, 어디까지가 자유이고 어디부터가 법 위반일까

이번 논란은 단지 특정 게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팬덤 창작 문화의 법적 경계를 보여줍니다. 팬들의 자발적인 창작 활동은 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만, 동시에 창작자의 권리 역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무료 배포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책임에서 면제될 수는 없으며,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창작물을 공개적으로 배포하는 행위는 언제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창작자와 팬 모두 저작권법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고, 허용된 범위 안에서 창작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원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팬덤 문화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관련 칼럼 더보기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