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논의, 스타트업이 꼭 살펴야 할 횡령·배임 리스크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혜린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형법상 배임죄 폐지 논의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2025년 9월 30일 당정 협의에서 배임죄 폐지 추진 방향을 공식화하며 72년 만에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각계의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대체로 이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형법상 배임죄가 폐지된다 하여 기업경영에서 배임 리스크 자체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이러한 배임죄 폐지 논의의 흐름을 출발점으로, 스타트업·중소기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횡령·배임 유형 및 그 실무상 대처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1. 스타트업·중소기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횡령·배임 유형 및 그 대처 포인트

 

횡령·배임 리스크는 많은 기업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지만, 자원과 통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스타트업·중소기업 경영환경에서는 더욱 취약한 지점들이 존재합니다. 아래 유형은 실무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양상들입니다.

 

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대표 또는 임원이 법인카드를 개인 물품 구매, 가족 식사비나 여행 경비, 개인 보험료나 통신비 납부 등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 대표적 유형입니다. 우리 법원은 이렇게 법인카드를 개인 경비로 사용한 다음 사후에 변상하는 경우에도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584 판결). 또한 회사는 그 소유자인 주주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기 때문에, 1인 회사여서 회사의 손해가 궁극적으로 주주의 손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1인 회사의 대표님이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유의하셔야 하겠습니다(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4도7585 판결).

법인카드 사적 사용은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외부 투자를 받은 기업일수록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개인 용도와 업무상 용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 본인이 개인 사건 변호사 비용을 결제하거나 자택의 관리비나 가족 식사비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개인 용도임이 명백하지만, 업무상 차량 유지비, 평일 식대 등은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 내부에 법인카드 사용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수립하여 두고, 용도 구분이 모호한 경우 업무상 목적의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 가수금 입출금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대출이나 투자 유치를 기다릴 여유가 없이 회사에 급박한 자금이 필요하여 대표님이 개인 돈을 회사에 넣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돈을 가수금이라 하는데, 주식회사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회사와 대주주 또는 경영자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가수금이 일단 회사로 넘어간 이상 그 돈은 회사의 돈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가수금을 넣은 뒤 역시 아무런 절차 없이 이를 도로 인출하시는 경우 그 행위 자체로 횡령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가수금을 도로 인출하였다 하여 곧바로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니고,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야 형법상 횡령이 성립합니다.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로, 여기서 “타인”은 회사가 됩니다. 따라서 회사를 위하여 적법 절차를 거쳐 가수금을 출금한 것이라면 횡령의 불법영득의사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1) 가수금 반환(변제)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하여 이사회 의사록을 남겨두시고, 2) 가수금을 넣은 행위에 대해 회사와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가수금을 당초 입금한 금액 이상으로 출금하면 반대로 가지급금이 될 수 있으니 이 때에도 적법 절차와 서면 증거들을 남겨두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다. 투자금 유용

투자금으로 투자자 동의 없이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투자금을 받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등 투자금을 유용하여 VC와 스타트업 간 분쟁이 생긴 경우를 종종 들어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투자금을 사업계획서상 용도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개인 채무 변제에 투자금을 사용하거나, 다른 사업에 투자금을 전용하는 경우 횡령 배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투자계약에는 반드시 “투자금의 용도 및 제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령 투자금으로 제3자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타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투자계약서상 투자금의 용도 및 제한 규정을 미리 꼼꼼히 살펴보시고, 투자금 사용용도의 기재와 달리 사용할 필요가 생기는 경우에는 투자자로부터 사전에 서면동의를 얻으셔야 하겠습니다.

 

라.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 유출

영업비밀 등이 유출되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회사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퇴사 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경우가 있겠습니다.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하거나, 퇴사시 영업비밀 등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경우 이는 배임행위로서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합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스타트업은 아이디어·기술·데이터 등 무형자산 중심으로 성장하는 조직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 영업비밀 관리가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 유출을 막기 위하여는 기업에서 사전에 제도적 방지책을 반드시 마련하여 두셔야 합니다. 직원 입사 시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고, 이탈한 구성원이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전직금지/경업금지 약정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그 약정의 유효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므로, 경업금지기간 등 세부요건을 정함에 있어 전문가를 통해 관련 법규정과 판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약정조항을 구성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1. 마무리

 

형법상 배임죄 폐지가 현실화되면, 스타트업 중소기업 법률 리스크의 지형도 일정 부분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상 판단의 자율성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간 기업 범죄를 처벌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해 오고 있던 배임죄가 축소되는 만큼 민사상 책임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형법상 배임죄 폐지 시 입법공백을 보완할 구체적 입법내용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여전히 유지됩니다. 또한 정부가 현행 배임죄보다 요건을 구체화하고 처벌범위는 축소하는 방향의 별도 특별법 제정을 예고한 만큼, 경영환경에 결부된 배임 리스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경영환경에서 발생하는 횡령 배임 이슈를 모두 선제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칼럼에서 살핀 바와 같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지점도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계약서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실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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