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받는 외국 컨설턴트, 푸대접 받는 우리나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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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회사와 일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서양 엔지니어와 일을 하려면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일단 귀한 그분들을 바다 건너 먼 곳에 있는 우리나라로 불러서 일을 같이 하게 하려면, 컨설팅 비용과 더불어 체류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컨설팅 비용도 무척 비싼데 체류비까지 합하면,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의 고급 기술자에 해당하는 한달 치 비용이 외국 컨설팅 한명의 하루 일당으로 지불해야 하죠.

이렇게 몸값이 비싸다 보니 이분들한테 일을 줄려면 매우 명확하게 정의해서 줘야 합니다. 일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주려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몇 마디로 될 요구사항 정의도 번듯한 문서로 만들어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 입장에서 외국 컨설턴트와 일하는 게 쉽지 않죠. 그리고 컨설팅 범위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전체 범위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담당자 입장에서 고충입니다.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그분들을 보고 있자면, 대한민국 국적을 달고 컨설턴트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즉 대한민국 국적의 컨설턴트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 같지도 않고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한 범위는 프로젝트 시작과 더불어 바뀌어서 안 해도 될 일을 하려고 야근과 특극을 할 때가 많죠. 그분들의 제대로된 대우 때문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분들이 그런 대우를 받는 이유가 뭘까,를 고민해 보면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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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from : http://bit.ly/j3mn2s

‘생각의 지도’란 책이 있죠.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다룬 책입니다. 이 책에서 영감을 얻은 EBS에서 ‘동과 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동명의 책도 출판했습니다. 저는 원전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얼마전에 동명의 책도 읽었습니다. 왠만해서 복습을 하지 않는 제가 이렇게 반복적으로 읽고 시청한 것은, 원전을 재미있게 읽고 다큐를 흥미롭게 봤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지도’에서 주장하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만 요약을 하자면, 서양은 객체에 중심을 둔 문화이고 동양은 관계에 중심을 둔 문화라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객체를 중심에 둔 서양은 객체를 설명하는 명사가 발달했고 동양은 관계를 설명하는 동사가 발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번역을 다룬 포스트에서 몇 번 다루었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죠. 친구에게 차 한잔을 더 권할 때 영어에서는 “more coffee?”라고 묻고 한국어에서는 “더 마실래?”라고 합니다.

객체 중심과 관계 중심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 차이 때문에 동서양은 완전히 다른 반대의 길로 근대역사를 만들어왔죠. 서양에서는 객체 중심이기 때문에 개인주의가 발달했고 객체를 쪼개서 객체의 본질을 파악하는 분석, 즉 과학이 발달했습니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는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속에서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해서 개인보다 조직의 발전을 중심으로 두었고, 어떻게 하면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까를 고민했기 때문에 윤리학이나 철학이 발달했습니다.

길게 동서양의 차이를 이야기했는데요. 이게 어떻게 동서양의 컨설팅 문화를 다르게 했을까요? 서양의 컨설턴트는 컨설팅 목표가 있다면 컨설팅 목표라는 객체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인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 목표가 무엇이고 아니고를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죠. 따라서 컨설팅 업무 밖의 일은 자신이 관여할 것이 아니기에, 컨설팅 초반에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자기 영역이 아닌 일은 안 합니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는, 즉 우리나라에서는 컨설팅 목표보다는 고객과 컨설팅 회사의 관계가 더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 목표는 명확하지 않게 됩니다. 즉 일단 컨설팅을 시작하면 고객과 컨설팅 회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초기에 설정한 컨설팅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컨설팅 목표와 범위가 수시로 바뀌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컨설턴트는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린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서양의 컨설팅 문화가 다른 이유를 길게 적어 봤는데요. 결론을 내리자면 제대로된 컨설턴트로 대접을 받고 일을 하고 싶다면, 확실히 동양의 문화보다 서양의 문화가 낫죠. 반대로 컨설팅의 능력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자신이 있는 컨설턴트나 회사는 동양의 문화가 더 좋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글로벌 회사가 되려면, 서양의 문화를 번성하게 하는 편이 컨설턴트나 고객 모두 좋겠죠.

* 원글에서 본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추가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bout Author

/ root@talk-with-hani.com

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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