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세이 (13)] 메디슨의 추락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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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 버블붕괴 직격탄… 빈손으로 물러나
2000년 초 1조5000억 주식가치 20분의 1로 급락
유럽 자회사 크레츠 GE사에 헐값 매각 가장 아쉬워
他회사에 인수 됐지만 ‘세계적 메디슨’ 부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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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 • 병원설비전시회(KIMES)에 참석한 메디슨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0년 초 전년도 결산을 마친 메디슨은 경상이익 720억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에 도취되었다. 그러나 이익중 영업이익은 150억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사내외 벤처 기업중 상장 주식 평가이익과 처분이익이었다. 당시 미국발 닷컴 붐이라는 IT 버블이 최고점을 향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메디슨이 시장을 공유한다는 벤처 소생태계 형성을 위하여 벤처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었다.

1999년말 기준으로 상장된 자회사만의 평가가치가 4,000억 이상 증가하여 총자산 8,500억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만도 5,600억에 달하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착시 현상이 빚어진 것이었다. 더구나 2000년 들어 서면서 유럽 자회사인 크레츠가 유럽증시에 상장되면서 다시 5,000억 이상의 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되면서 당장 증권시장에서 매각 가능한 자회사 주식만 1조 5,000억에 달해 메디슨의 자만심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서 메디슨에 엄청난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경영자로서 돌이킬 수 없는 오류였음을 모든 분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그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2000년 4월, 내부에서 “자회사 주식 2,000억만 매각하여 무차입 경영을 하자”는 의견이 형성되어 필자에게 결정을 촉구한 바 있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어서 며칠을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코스닥을 탄생시킨 사람이 코스닥에 충격을 주는 대규모 매각을 할 경우 미칠 파급 효과를 감안하여 매각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축제는 여기까지였다. 2000년 하반기 들면서 미국발 IT 버블 붕괴는 그대로 한국의 코스닥에 직격탄을 날리게 된다. 미국의 닷컴 주식이 1/10로 하락하면서 한국의 코스닥 주식은 1/20로 하락하게 된다. 연초의 1조 5,000억은 연말에는 신기루와 같이 천억 수준으로 축소된다.

결국 2000년 실적은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주식 평가손에 의하여 1,300억 적자로 마감된다. 결국 2000년 12월 주식 매각 반대라는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선언을 하고 메디슨의 경영은 이승우 사장이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전환되고, 필자는 유럽 자회사 크레츠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후 공식 사임하기로 한다. 메디슨이 벤처를 태동시키고 벤처로 흥하고 다시 벤처로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항상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2001년 10월 드디어 1년여를 끌어온 GE사와의 크레츠 매각 협상이 1억유로에 타결되었다. 그 사이 유럽증시도 버블 붕괴가 되면서 협상 초기의 가격보다 엄청나게 하락하였으나, 당시 메디슨은 금융권의 극심한 부채 상환요구에 시달리고 있어 사실상 다른 선택은 없었다. 이후 GE는 1억달러 규모의 크레츠의 3차원 초음파 매출을 5배 이상으로 키우면서 업계 정상으로 등극하게 된다. 지금도 많은 메디슨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크레츠 매각이다. GE로부터 입금이 된 다음날인 2000년 10월 9일 자로 필자는 1985년 설립 이후 15년간 키워온 자식 같은 메디슨의 대표이사를 사임한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메디슨을 위기에 빠트린 책임은 대표이사를 물러난다고 상쇄되는 것은 아니기에 메디슨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송구스러움을 표하고자 한다.

2002년 1월 메디슨은 증자를 앞두고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 필자의 지분은 전량 소각되어 지분 관계도 단절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설립자로서 응당 감수해야 하나, 그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 보고자 한다. 2001년 메디슨은 전년보다 1,000억 이상 증가한 3,200억의 매출과 사상최대인 220억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법정관리 이후 메디슨은 외부의 수혈 없이 순수한 영업 현금 수입만으로 법정관리를 성공적으로 졸업하는 사례를 남긴다. 금년 들어 삼성이 캔사스라는 사모펀드에서 인수한 기업가치는 8000억 수준이다. 2001년과 2010년 메디슨의 영업 실적과 이익은 각각 3,200억과 2,300억, 220억과 320억으로 큰 차이가 없다. 기업 가치도 1조와 8,000억으로 큰 차이가 없고, 자회사 가치를 감안하면 비슷하다. 법정관리 전후 10년을 보면 기업 본질 가치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이다. 초음파 사업은 꾸준하나, 투자 자산의 평가가 문제인데, 법정관리 이후 상장된 자회사만의 현재 가치만도 6,000억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시 금융권의 지나친 투자 자산 저평가도 문제가 아닌가 아쉬워한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금융 기관들의 부채는 출자 전환된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출자 전환금액의 3배수에 해당하는 가격에 매각을 하여 많은 수익을 올렸다. 예를 들어 모 보증 기금은 전환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매각을 하여 1,000억 대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을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점은 이러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연대보증인인 필자에게 지금도 출자전환 금액에 대한 청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옥죄는 가장 큰 문제인 연대보증의 대표적인 문제 사례라고 지적하고 싶다. 필자가 호민관 근무시 이에 대한 조치를 정부 기관과 개선 합의를 본 바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점이다.

메디슨은 이제 삼성의 신성장 동력인 의료산업의 중심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성장하기 바란다. 삼성메디슨(대표 방상원)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은 전세계에 펼쳐진 영업망과 브랜드일 것이다. 이를 활용하여 수많은 의료기술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면 필자가 가졌던 꿈이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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