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클라우드, 웹하드에서 벗어나야 산다.

서비스 브랜드 관점에서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는 필자의 기준으로는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이름이다. 우선은 일반 소비자에게 클라우드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이 글을 읽고 있을 업계의 전문가들도 그 정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WWDC 2011의 애플의 발표로 인해 이제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다양한 기기를 연동하기 위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의미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번 키노트 발표의 주제 중에서 아이클라우드를 스티브 잡스가 직접 발표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며 그 내용에서 우리는 분명히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첫번째, 애플이 2년 전에 전략적으로 발표했던 ‘모바일미(MobileMe)’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점이고, 결과적으로 그것의 개념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 한 결과가 아이클라우드라는 것이다.
 
두 번째, 두 서비스를 비교해보면 기존의 이메일과 주소록, 일정, 사진의 싱크 기능은 거의 유사하게 아이클라우드에 들어있지만 더 이상 ‘아이디스크(iDisk)’라는 기능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는 “하늘에 있는 드라이브가 고객이 원하는 클라우드는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기존의 모바일미 기능을 부정함과 동시에 현재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웹 하드의 개념을 비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천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드롭박스(Dropbox)나 기능면에서 1위로 평가 받고 있는 슈가싱크(SugarSync) 모두 웹 하드가 핵심 개념이다. 이러한 웹 하드 산업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중화돼 국내에서만 매년 1천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만큼 발달된 시장이다. 기존 국내의 웹 하드가 일종의 미디어 파일 공유 커뮤니티였다면 현재 네이버의 엔드라이브(NDrive)나 다음의 다음클라우드(DaumCloud), KT의 유클라우드(uClood), LG U+의 유플러스박스(U+ Box) 모두 하나 같이 동일한 개념으로 개인을 위한 ‘하늘의 드라이브’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는 단순한 ‘웹 하드’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내용을 보면 절대로 기존의 PC에서 사용했던 디스크 드라이브가 클라우드로 이전된 단순한 웹 하드 개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파일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클라우드가 아닌, 그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특정한 목적을 위한 스마트 앱들과 그것이 클라우드와 연동되면서 다양한 N-스크린 기기간의 간편한 미디어 공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아이튠즈(iTunes in Cloud)를 사용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아이클라우드가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디스크 드라이브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폰의 아이튠즈 앱에 단순히 ‘다운로드(Cloud)’ 버튼이 추가된 것뿐이다.
 
이제 아이튠즈 클라우드를 처음 사용하는 고객은 컴퓨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디스크 드라이브’라는 개념도 알 필요가 없으며 ‘파일’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비스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그냥 노래를 듣고 싶을 뿐이지 ‘음악 파일’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음악을 듣기 위해서 PC의 복잡한 개념과 관리의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 아이튠즈 클라우드이다. 이것이 진정한 아이클라우드가 주는 혁신의 의미이다.
 
이번에 발표된 ‘포토 스트림(Photo Stream)’도 마찬가지로 아이폰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을 소비자가 웹 하드나 사진 파일의 개념을 알 필요 없이 내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간에 자동적으로 저장돼서 소비자는 간편하게 접근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애플의 제품끼리만 최고의 UX를 경험하고, 윈도 PC에서는 ‘내 사진’ 폴더에 결국 사진 파일로 저장되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클라우드 존재를 인식할 필요 없다

이미 우리는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시대에 살면서 다음 포탈에서 주소록, 일정, 이메일을 사용하면서 그 내용이 실제 어떤 파일로 어디에 저장되는지 알 필요는 없이 어딘가 구름 속에 저장된다고만 알고 있다. 아이클라우드도 마찬가지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는 클라우드의 기술이나 존재 자체를 인식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전화를 사용하면서 교환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새로 바꿔도 기존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은 앱과 그것들이 보관한 내 데이터와 아이콘의 위치가 그대로 복원되는 것만을 바랄 뿐, 그렇게 보관되기 위해서 각자가 ‘백업’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고, 백업된 파일의 위치가 PC의 특정한 디스크 드라이브에 ‘C:\My Documents\Backup201101’이라는 폴더인지 알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물론 결국 아이클라우드도 웹 하드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닌 업무용으로 PC와 오피스 SW를 많이 쓰는 사용자나 개발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캐주얼 게임을 하고, 이메일을 하고 다음 지도를 보고 메신저를 쓰기 위해서 PC에서 파생된 디스크 드라이브와 파일은 너무 어려운 개념들이고 파일 관리란 즐거움이 아닌 귀찮은 작업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클라우드 관점의 서비스 시나리오의 변화가 기존에 디바이스간의 연결성에 의한 콘텐츠 공유에도 분명한 변화를 줄 것이다. PC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나 무선랜이나 USB로 연결해서 파일을 하나 전송하는데 얼마나 많은 단계들이 필요하던가. 아마도 기기간에 단순하게 사진 하나 보내기 위해서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례도 꽤 많지 않을까라는게 필자의 추측이다.
 
서비스나 앱 기획자들이 알아야 할 첫 번째 디자인 원칙은 ‘사용하기 쉬운 UX’이다. 우리는 클라우드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많이 듣고 있지만 이것이 서비스의 ‘쉬운 UX’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주는 지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왜 애플 스토어에 ‘지니어스 바’라는 고객 상담실에 소비자가 가져온 아이폰의 50%가 컴퓨터와 연결해서 한번도 싱크하지 않았거나 백업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아마도 귀찮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연결해서 백업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도 어려운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예의 것들이 서비스로 제공되면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종류에 상관없이 필요했던 공통적인 ‘백업’이나 ‘싱크’라는 개념 자체를 배울 필요가 없고, 특정한 앱이 지원하는 기능의 일부로만 인식하면 된다. 아이튠즈가 PC에서는 아이폰과 싱크가 필요했지만 아이튠즈 클라우드에서는 그냥 싱크라는 개념을 없애고 ‘구매 목록’으로 바꾼 것이 아이클라우드의 핵심이다.
 
PC를 사용하면서 디스크 드라이브의 개념과 존재를 모르고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향후 대중화될 고속의 LTE 네트워크와 더욱 저렴한 클라우드 환경으로 보다 쉽고 간편하게 클라우드와 연동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다면 소비자는SD 카드의 존재를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쉬운 경험’이란 소비자가 배워야 할 것들이 줄어들 때 가능하다.
 
혁신이란 설명할 필요가 없이 그냥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글 : 퓨처워커
출처 : http://www.futurewalker.kr/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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