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경영] 계약서를 잘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의 반은 줄일 수 있다

상가집에서 모처럼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다들 한참 바쁠 때다 보니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얼굴을 보는 게 큰 일이 있을 때인 것 같다.
 
그 중에 유일하게 학부 전공을 살려 무역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오늘 여러가지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서 한탄을 한다. 이 친구가 하는 일은 철을 수출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철강 회사인 포스코나 동부제철 같은 데서 철을 받아 주로 남아메리카 지역의 나라에 철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 한 건에 수억에서 십수억 정도의 딜을 하고 있고, 연간 수십억 규모를 수출한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혼자서 하는 일이라 일정 퍼센트의 마진이라도 괜찮은 수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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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친구가 몇 년 전 국내 S상사와 일을 하게 되었다. 혼자 수출 업무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은행에 여신 한도가 넉넉히 필요한데, 계약금액이 큰 건은 은행에서 여신을 내주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S상사가 파이낸스를 하고, 수출 실적을 그곳에 잡아주며 수익 쉐어를 하는 방식의 일을 진행했던 것이다. 즉, A라는 기업에 철을 판매하는 딜을 만들면 그 딜에 대한 계약은 S상사와 하는 것이고, 친구는 커미션을 받는 거래인 것이다. 이 거래의 장점은 수출을 위한 철 구입을 위한 자금을 S상사가 부담함으로서 친구에게는 금융 리스크가 없어진다는 것이고, 단점은 일은 본인이 다 하고 수수료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니즈가 있으니 일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딜을 몇 번 거치는 과정에서 S상사가 친구의 고객과 맺었던 계약들을 슬그머히 자기 고객으로 만들어 나가는 상황이 생겼다. 본인에게 주문이 들어오는 건수가 줄어들더니 아예 주문이 없는 고객이 생기면서 알게 되었다. 어렵게 만들어 놨던 고객들이 어느 순간 모두 S상사의 고객으로 되어있는 것이었다. 친구는 화가 나서 S상사를 찾아갔단다. 그리고 항의를 했다.
 
“당신네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내 고객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S상사를 상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S상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한탄한다. 그 밖에도 이런 저런 배신배반 사건들을 풀어놓았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면서 이러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생각해 봤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사고는
 
‘내 쪽에서는 사기나 배반을 당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주로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못한 경우 발생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상대방은 ‘아’라는 의도로 말한 것인데, 나만 혼자 ‘어’로 알아듣고 넘긴 경우이다. ‘아’인지 ‘어’인지를 계약서에 적어놨었으면 서로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상대방은 ‘아’로 행동한 것이고, 반대쪽은 당했다고 생각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상대방이 사기성있는 거래 또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거래를 하려고 했다하더라도 계약서로서 그 프로세스를 정확히 하고, 실패시 위험을 같이 질 수 있는 조항들을 명확히 한다면 상대방도  손을 들어버려 아예 그 리스크를 발생시키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계약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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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사람이나 일이나 시작은 좋았지만 헤어질 때는 안 좋은 상태에서 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안 좋은 상태로 헤어지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계약서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사람 문제만 봐도 그렇다. 기업이 새로운 구성원을 뽑아 일할 때부터 시작된다. 구성원을 뽑으면 그 사람과 근로 계약을 해야한다. 그 근로 계약에 연봉 조건, 퇴직금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각종 근무조건이 정리되어 있는 사규를 회람시키고 사인을 해야한다. 이것이 사람을 뽑아 함께 일 할 때의 기본 방식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계약서에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가령 회사에서는 퇴직금을 매년 정산을 하고 있는데, 그러한 내용이 연봉 계약서에 포함되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무효가 될 수 있다든지 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구성원을 뽑을 때만이 아니다. 창업팀 멤버들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설립되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다. 창업자 한 사람이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고 대표이사가 되는 방식, 창업팀으로서 팀원 각자가 합의한 대로 투자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 두 명 이상이 투자자와 경영자로 나누어진 역할로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많은 경우 두 명 이상의 이해 관계자가 참여되어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대부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서로 뜻이 맞으면 일을 진행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모한 일이 아예 안되서 다 같이 손을 털면 괜찮은데, 대부분 잘 되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하며 애매한 상황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처음 의도했던 부분과 다르게 상황이 변화되기도 한다.
 
‘ㄱ’사는 자본과 경영을 맡은 A와 핵심 기술 멤버인 B가  세웠다. 지분의 100%는 A가 가지고 있고, 일단 개발부터 하고 6개월뒤에 20% 정도의 지분을 B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B는 이를 위해 자신을 써포트할 개발자 C와 D를 채용했다. 그렇게 6개월이 거의 다다른 시점이었다. 물론 6개월 동안 B는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B의 가정에 돈 문제가 생겨서 부득이 정상적인 급여를 주는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 처지가 되었다. B는 그동안 프로젝트를 잘 진행해 왔고, C와 D도 뽑아놨으므로 유지보수도 문제없고, 무엇보다 목적한 개발을 충분히 완료하였기 때문에 A로부터 20%의 지분을 받으리라 생각했다. 20%가 아니라하더라도 상당부분은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A는 B가 개발을 완료하고 계속해서 일을 같이 한다는 전제하에 20%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같이 하기로 하여 약속한 것인데, 그 전제 조건이 깨졌으므로 B에게 지분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로 간에 안 좋게 끝나는 경우는 늘 이런 식이다. 최초의 뜻에 따라 별 문제없이 일이 흘러가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늘 변수가 나타나게 된다. 이 변수에 대한 영향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ㄱ’사의 경우 계약서에 B가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에는 어떻게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앞서 이야기한 친구의 경우 계약서에 ‘S 상사가 친구의 고객과는 친구의 동의없이 직접 신규 계약을 할 수 없다든지, 혹은 신규 계약을 하는 경우 기존의 수수료 배분을 유지한다든지 같은 조항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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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일을 하다보면 프로젝트는 진행해야겠는데 성격이 맞지 않는 파트너가 있다. 나같은 경우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과 일하기를 무척 까다로와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회사로서 꼭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 이 사람과 오랫동안 협력해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어려워도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넣어야 했다. 그래야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대처를 서로 웃으면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성질급한 파트너가 자기 멋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될 지 모른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못믿냐?’, ‘이런 것까지 넣어야 하느냐?’라고 하지만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가급적 넣었다. 상대방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서로 웃으며 즐겁게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이다. 지금도 생각나는 이 파트너하고는 3년을 넘게 일을 했고,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도 웃으며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일이 계약서로 완벽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빠진 내용이 생길 수 있고, 서로 신의 성실을 다하지 않으면 계약서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리기도 하다. 사실 신의, 성실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세상 일 어찌될 지 모른다. 계약서는 서로간의 책임과 의무를 분쟁없이 다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도 큰 회사는 기본적으로 법무팀이 있고, 각종 계약과 관련된 사항은 그 쪽에서 다룬다.
 
 
스타트업에 있어서도 계약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자. 혼자 하는 일이 아닌 모든 일은 계약에 의해 진행된다. 회사와 구성원간, 경영진간, 회사와 고객간, 회사와 협력사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약서에 넣는 연습을 하자.
 
미국 회사와 계약을 하나 맺으려면 계약서만 수십장에 달하는 게 보통이다. 작은 것 하나까지 계약서에 정리되어 있어서 사실상 계약서가 협력 업무 메뉴얼이나 다름없다. 계약서만 보면 업무 프로세스가 그려질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 좋은 계약서라고 할 수 있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log.naver.com/sungjucho/130120757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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