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당신만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말은 1972년 개봉했던 영화 <대부>에 등장했던 명대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영화연구소가 영화 명대사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죠.

영화 대사로 볼 때야 멋지지만 실제로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오싹하겠죠. 마피아에 관심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책 어떨까요? 전직 마피아 보스 마이클 프란지스(www.michaelfranzese.com)가 낸 책이 얼마 전 나왔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저자인 마이클 프란지스는 미국 5대 마피아 조직 가운데 하나인 콜롬보 패밀리의 보스였던 인물로 <포춘>이 선정한 부와 권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피아 보스 50인 명단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탈퇴는 곧 죽음인 마피아 생활을 어렵게 청산하고 작가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전직 마피아 보스가 비즈니스 룰을 얘기한다는 것도 참 재미있겠다 싶어 골라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이 주는 교훈은 “마키아벨리와 솔로몬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원하는가 아니면 정직한 방식을 택할 것인가 뭐 그런.

마피아가 아니어서 몰랐는데 저자가 “일반인과 마피아가 감옥에 똑같이 수감되면 뭐가 다를까” 문제를 냅니다. 정답은? 일반인은 성경을 보지만 마피아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본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키아벨리가 세워둔 잔인하고 가혹한 행동 기준은 마피아에겐 복음과도 같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이런 철학은 인생 철학으로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말합니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죠.

그 는 이런 말을 꺼내면서 이 전직 보스에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솔로몬의 잠언을 펴듭니다. 잠언은 정당하고 공평함을 바탕으로 한 절제와 공평무사함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결국 탐욕을 제압해야 하고 마키아벨리 철학으로 비즈니스를 이끈다면 결국 패배할 것이라는 훈훈한(?) 말을 책 전반에 걸쳐 전하죠. 그가 말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은 바로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비즈니스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치고는 너무 두루뭉실한 도덕 교과서 읽는 기분이 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다소 거칠지만 재미있는 얘기도 있습니다. 마피아 얘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피아 조직의 일원이 되면 누구나 1년 정도는 매일 본부를 방문해 얼굴 도장을 찍는 게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어느 날 아침 살해된 조직원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오전 11시에 잠옷 바람으로 살해당했다는 겁니다. 보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설마 그 녀석 그때까지 자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잠옷 바람으로 최후를 맞지 말라 뭐 그런 얘깁니다. 마피아라도 예외는 아니죠. 저자는 나태함은 정신을 흐리게 하는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합니다. 빌 게이츠가 1년에 딱 이틀만 휴가를 쓸 뿐이라는 조언도 곁들여서 말이죠. 마피아 역시 새벽닭이 우는 시간에 일어납니다.

계획도 세우고 노력도 한다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마피아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선호합니다. 영화 <제리맥과이어>에 나온 유명한 대사인 “돈부터 보여줘(Show me the Money)”는 사실 마피아가 훨씬 이전부터 쓰던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로 알 수 있는 건 마피아의 속성은 ‘정곡을 찌르라’는 게 되는 셈이죠.

참. 마피아가 말수가 적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전직 마피아였던 저자의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에게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총이나 칼보다 더 위험한 건 입이라는 거죠.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하고 말보다 생각을 앞세우라고 말합니다.

마피아는 늘 담판을 합니다. 영화 <대부>에서도 뉴욕 패밀 리가 모두 모여 담판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죠. 보통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보면 “이 회의가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피아가 담판에 나서면 아무리 초보 마피아라도 반드시 논의해야 할 안건은 알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반드시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는 게 그들의 철칙이라고 합니다.

마피아에 대해 몰랐던 것도 몇 가지 알게 됐습니다. 마피아 조직 내에선 콘실리어리라고 불리는 조언자가 있습니다. <대부>에서 로버트 듀발이 분했던 톰 헤건이 바로 콘실리어리입니다. 콘실리어리는 이탈리아어로 조언자, 변호사라는 뜻입니다. 실제 마피아 보스도 조직의 비즈니스를 자신의 콘실리어리와 상의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독자에게도 콘실리어리가 필요하다면 공정하고 편견이 없으며 아부하지 않는 사람을 고르라고 말합니다.

아미코 노스트로(amico nostro). 누군가를 만나서 이 말로 인사할 일은 아마도 없겠죠. 서로 모르는 마피아가 정식으로 소개받는 자리에서 쓰는 일종의 암호이자 인사라고 합니다. “우리의 친구”라는 뜻이고요.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솔로몬과 마키아벨리를 사이에 둬야 했던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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