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없는 애플, 앞으로가 궁금하다

벌써 3연속 애플에 대한 포스팅이네요. 아이패드3 발표를 보면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포스팅 : 애플 주가 왜 계속 오르나, 애플, (주주에게는) 참 나쁜 회사?

오늘 팀쿡은 애플이 2011년에 1.72억대의 “post-PC”를 팔았다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통칭하는 용어를 사용했는데요, 2007년까지 “애플 컴퓨터”라고 불리던 회사에서 post-PC 시대를 주도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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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사진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ㅠ.ㅠ
이론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애플이 말하는 “post-PC”의 역사는 2001년 애플이 1세대 iPod를 출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 뉴튼이나 Palm PDA등 이견이 많으시겠지만 패스) 잡스가 “1,000 songs in your pocket”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5GB의 하드디스크를 가진 iPod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컴퓨터 회사에서 왠 MP3플레이어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죠. 이 iPod이 애플의 운명을 바꾸고 더 나아가 PC시대에 종언을 고하게 되는 시발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물론 iPod 이전에도 시장에는 수많은 MP3 플레이어가 있었습니다만, iPod는 깔끔한 디자인과 편리한 조작성으로 슬금슬금 M/S를 늘려나가더니 볼륨이 늘어난 이후에는 따라올 수 없는 저렴한 가격책정으로 경쟁자들을 고사시켜 버리게 됩니다.

2003년, 충분한 CDP가 팔렸다고 생각했는지 애플은 CD 장사에도 눈을 돌리게 됩니다. iTunes Store를 통해서 음원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지금 말하는 애플 생태계(eco system)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iTunes Store를 통해서 애플은 음원판매 수익도 얻고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효과도 얻게 됩니다. 이후로도 애플은 내놓는 제품과 플랫폼마다 히트하는 승승장구를 계속합니다. 아이팟 터치를 통해서 휴대용 정보기기의 가능성을 타진한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게 되고, 이들 기기에서 구동할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App Store를 내놓아 개발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애플은 이렇게 얻어진 경쟁력있는 3rd party 소프트웨어들을 아이폰의 경쟁력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삼성이 옴니아와 갤럭시를 개발하면서 아이폰에서는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는 간단한 앱들을 자체 개발하느라 진땀 뺀 것을 생각하면 앱스토어의 가치를 실감하게 됩니다. 2010년 출시된 iPad는 처음에는 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점차 판매량을 늘려나가며 post-PC의 원형을 제시하게 됩니다.

짧게나마 애플의 역사를 정리하다보니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의 시의적절한 일련의 전략들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아이팟, 아이튠스스토어,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 애플이 뛰어가고 있길래 경쟁자들이 열심히 쫓아가려고 했더니, 갑자기 잡스가 자동차를 가져와서 저 멀리 달아나버리는 겁니다. 부랴부랴 자동차 비슷한걸 만들어서 타고 쫓아가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잡스가 어디서 비행기를 가져와서 보이지도 않게 달아나버리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마음대로 바꿔버리던 천재가 죽고 없습니다. 게다가 그의 카리스마와 조직 장악력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애플 엔지니어들이 잡스가 무서워 밤새가면서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잡스가 머리속에서 꺼내놓던 ‘자동차’나 ‘비행기’같은 기막힌 전략들이 없어지고 대신 같은 100m 달리기 선상에서 경쟁자와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애플의 남은 이들이 삼성전자나 HTC, ZTE같은 빡빡한 애들과의 경쟁에서 지금같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요.

벌써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잡스가 투병 중에 나왔던 iPhone 4S나 이번 the New iPad를 보면, 잡스 생전의 무릎을 치게하는 wow factor는 많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경쟁사가 잘하는 하드웨어 스펙올리기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애플이 1년마다 내놓던 아이폰 출시 일정을 앞으로도 맞출 수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오히려 저는 애플에 맞서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신제품을 내놓으면 허둥지둥 이를 베끼는데 급급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오히려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의 갤럭시 노트는 처음으로 5.3인치 “Phablet” (폰과 태블릿의 합성어) + 스타일러스 펜이라는 새로운 form factor를 제시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잡스없는 애플에 대해서 삐딱한 시선으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은 저도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맥북을 쓰고 있는 애플빠의 한사람입니다. (애플TV는 1080p가 지원이 안된대서 안샀는데… 이제 된다네요) 오히려 저는 잡스의 DNA가 이미 애플이라는 조직안에 녹아들어 있어서, 어설픈 제 우려가 보기좋게 틀린 것으로 증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여름쯤 iPhone 5가 나오게 되면 애플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글 : jyoo12
출처 : http://mbablogger.net/?p=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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