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대한 데블스 애드버킷 (Devil’s Advocate)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 인터넷 상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모양이다. 대부분의 글의 논점은 다음과 같다.

1) 스타벅스가 잘 팔리는 제품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만 가격을 올렸다.
2) 스타벅스가 잘 안팔리는 제품 (얼그레이, 화이트 모카프라푸치노 등)은 가격을 내렸다.
3) 따라서 스타벅스의 전체 가격 인상률은 희석되어서 많이 오르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4) 스타벅스는 가격인상과 함께 가격이 인하된 품목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 한다.
5) 이것은 꼼수이다.

그리고 아래 기사들도 참조하시길 바란다.

관련기사:
한경: 스타벅스 `가격인상 꼼수`…116억 더 번다
조선일보: 스타벅스 가격인상에 소비자들 “다신 안간다”

대부분이 비판의 논조 일색이다. 심지어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마저 한 기업의 가격인상에 대해서 이렇게 비판일색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진정으로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마저 스스로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나는 한번 스타벅스 입장에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해보았다. 일종의 Devil’s Advocate (밸런스 있는 논의 진행을 위해서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 이라고 봐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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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starbucks.com
가격결정은 기업의 고유 권한

먼저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의 이유를 보자. 그 이유는 1) 원유값 상승, 2) 임대료 상승, 3) 임금상승이다. 스타벅스의 마지막 가격인상은 2년 전, 그러니까 2010년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약 3-4% 정도로 아주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체감물가는 확실하게 이보다는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계적인 물가상승률과 체감물가간의 격차가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가 바로 생필품 물가가 더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유가격은 작년대비 12% 가량 상승한 것이 사실이고(통계청 자료, 2012년 4월), 이러한 우유가격 상승은 커피 업체에게는 그대로 원가상승의 직격탄이된다. 아메리카노야 우유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괜찮겠지만 원두가격도 역시 상승했다고 한다.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의 주요 제품은 모두 우유를 사용하므로 더 원가 상승이 컸을 것이다.

그 뿐인가? 임대료와 임금 상승등을 더하면 분명하게 가격 상승의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가격 인상은 2010년 이후 2년만이라는 점에서 지난 2년간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이번 스타벅스의 10% 가량의 가격상승은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

기업은 경제적 동물이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성장률에 대한 압박도 크다. 특히나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은 작년대비, 지난달 대비, 어제 대비 얼마나 성장했는가? 하는 것이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성장’이야말로 미국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 눈치를 봐야 하는 스타벅스에 중독된 우리 자신을 탓해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KOSPI에 상장되어 있었다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지갑이라도 부풀려 줬을텐데, 스타벅스의 부(value)는 고스란히 월스트리트로 가버리니 말이다.

커피는 생필품이 아닌 기호식품

역시 미디어와 여론의 심리는 소비자 편이다. 뉴스 매체와 대부분의 사람들의 여론은 항상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들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비난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이 비난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즉,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원죄.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 싫으면 안 가고, 안마시면 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논리이고,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떠안아야할 리스크이다. “당신이 가격을 올려서 내 지갑이 홀쭉해졌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선택할 능력과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반박할 수도 있다. 스타벅스의 커피는 중독성이 심하기 때문에 이미 lock-in 되어 있는 사람들은 재빨리 선택을 바꾸기는 어렵고, (혹은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소매 리테일이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노른자 땅들에 이미 많은 점포들이 자리를 잡았다. 즉,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생활 깊숙히 들어온 다음에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도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그것도 생필품이 아니라 기호식품을 파는 곳이다. 그렇다면 굳이 물가 통제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원가 공개에 대한 여론의 압박 등에 대해서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심지어 스타벅스는 독점도 아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커피 체인점들 중에서 하나일 뿐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switching cost가 크지 않고, 얼마든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역삼동 사거리에 있었는데, 회사 근처 400m 이내에 커피체인이 15군데 정도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스타벅스의 lock-in effect를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발만 더 나가도 다른 커피점이 있으니 말이다.

수요 탄력성(Elasticity)에 따른 경제적 결정

경제학적으로는 지불의사(willingness-to-pay)가 높은 소비자만이 계속 인상된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재화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다른 대체제를 이용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스타벅스가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감수한 그들의 리스크도 이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기업이 자기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고 행한 행위에 대해서 지금 인터넷 상에서 행해지는 비난의 수위는 너무 크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측컨대 스타벅스의 이번 가격 인상은 아마도 오피스에 앉아 있는 사람이 소비자들의 심리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지 못한채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숫자상으로는 괜찮아 보이나,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서는 전혀 괜찮지 않은 플랜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잘 팔리는 제품은 올리고, 안팔리는 제품은 내렸다.”라는 말은 경제학적으로 가격의 수요탄력성(elasticity)이 작은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올리고, 가격의 수요탄력성이 큰 제품은 가격을 내림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즉, 고전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아주  smart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반응하고, 전혀 이성적이고 경제적이지만 않은 소비자들은 감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감성의 동물이니 말이다. 그 부산물의 하나로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가격인상을 보면서 스타벅스도 현재 대한민국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에게 부담을 일정부분 가중시키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물론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두고 ‘꼼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많은 언론들이 앞장서서 이렇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맺으며: 소비자의 최대 복수는 불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지만 가격을 인상한 기업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가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는 그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줄고, 그들의 수요탄력성에 대한 예측은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며,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서 혹독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생리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꼼수’라고 이야기할 것도 없고, 분노할 이유도 없다. 시장의 냉정한 매커니즘에 따라서 결정이 되면 된다. 일부제품은 올리고 일부제품은 내렸다고 해서 꼼수라고 분노하는 것은 기업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적 반응,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무조건적으로 원가에 기반한 가격책정(cost based pricing)만을 들이대는 막무가내식 여론과, 비용에는 제조원가(cost of goods sold)만 있고, 그 외에 비즈니스를 더 차별화시키거나 재무적 비용(financing cost)등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여론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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