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와 크라우드 시대의 리더십 – The Wisdom of Crowds

The Wisdom of Crowds (by James Surowiecki)를 읽었다.

이 책은 ‘대중의 지혜’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서 한국에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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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다수의 보통사람들이 모여서 내놓은 답이 한 분야의 전문가의 답보다 항상 더 정확하다.
– 대중의 지혜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대중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 대중의 지혜가 특히 더 효과를 거두는 문제들은 예측과 같이 특정한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다양한 예들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 예들은 CIA의 911 테러예측은 왜 실패했는가?,
리눅스는 어떻게 대중의 지혜를 사용해서 성공했는가?, SARS 치료백신 발견 과정에서 나타난 대중의 지혜, 주식시장에 왜 버블과
붕괴가 오는지,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에서 왜 대중의 지혜가 발현되기 어려운가?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전방위에 걸쳐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전개되면서 우리 주변에서도 대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집단지성이라는 이야기나 crowd
sourcing 같은 단어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러한 개념들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성을 지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을 것을 권한다.

한국 사회의 정답 찾기 놀이

우리나라에 만연한 정답찾기의 폐해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정답사회 유감’이라는 포스팅에서 지적한 바가 있다. 사실 이렇게 한가지 정답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대중이 한 방향으로만 전진하는 경우에 GroupThink 가 발생하게 되고 모두 자멸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과학에서는 아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생각에서 나는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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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es24.com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몇년간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보았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보면서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목마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내가 목격한 또 다른 현상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실망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다보면, 정답찾기에 길들여진 한국인들 눈에는 계속 교묘하게 빠져나가기만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나 개인적으로도 MBA 수업을 처음 들으면서 느꼈던 한국에서의 대학 교육과 MBA 교육의 가장 다른 점이기도 했다. MBA에서는 정답을 알려주는게 아니라,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과 시각들을 알려줄 뿐이더라. 여기서 키워드는 ‘요소들’, ‘시각들’이 아니라, ‘다양한‘ 이었다.

미국인들의 다양성에 대한 집착과 집념은 본받을만하다. 재미있는점은 이러한 다양성의 추구가 효율성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이들이라고 해서 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 남미, 유럽 아이들을 뽑아서 수업에 앉혀 놓고 토론하는 것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것 보다 더 시간이 많이 소모됨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아이들이 한마디씩 보태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사실 켈로그에서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러한 다양성의 추구가 그냥 time consuming 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다.)

얼마 전에 대법관 후보자 선임과 관련해서 나온 한 신문이 사설을 보자

헤럴드 경제 – 다양성 부족한 대법관 후보자 선임

아래 글은 위의 내용과 관련된 기사로서,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양 대법원장이 이날 제청한 4명의 대법관 후보 중 김창석 법원도서관장(고려대)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명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여성과 재야 법조계는 한 명도 없다.

따라서 이번에 제청된 후보들이 대법관에 임명되면 대법관 구성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 11명, 고려대 법대 1명, 한양대 법대 1명으로 이뤄지게 된다. 여성은 올해 1월 취임한 박보영 대법관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서 리더십롤에 있는 사람들이 특히 이렇게 다양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다양성이 부족한 인선을 내면서 앞으로는 ‘안정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시기여서 그랬다는 이해할 수 없는 근거를 들기도 했다.

나는 이번 대법관 후보자 선임 문제 또한 우리사회에 만연한 ‘정답찾기 강박’의 또 한가지 예라고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대중의 예측은 정확하다.

다시 대중의 지혜로 돌아가보자.

다른 포스팅에서도 몇번 소개했지만, 대중들의 예측은 정말 정말 정확하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대중의 예측의 정확성을 활용해서 실제 정치적, 문화적 이벤트를 예측해보고, 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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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ade(http://www.intrade.com)
의 경우에는 예컨대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같은 주제로 사람들이 베팅을 하고 돈을 벌 수도 있는 사이트이다. 물론 그
정확도는 매우 높다.  영화의 흥행에 대해서도 점칠 수 있는 HSX.com(http://www.hsx.com/) 같은 사이트들도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놀랍게도 그 업계의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오히려 그 업계의 전문가들이 이러한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정답사회 유감’ 이라는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그것은 대중들의 경우에는 그 안에 존재하는 각각의 실수들이 서로
상쇄(cancel out)되는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지만, 그들이 다양하고, 자기 자신의 독립적인
의사결정만 내린다면 집단적으로 뭉치게 되었을 때 예측의 정확도가 확 올라간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이렇게 대중의 지혜를 이용하는 사례가 찾아보기 드문 것 같아서 아쉽다. 아마도 많은 경우에 기업이나 공공의 기관들이 대중들의 의견이라는 것을 ‘조종하기 쉬운 것‘이나 ‘몇몇 사람들에 의해 쉽게 영향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대중의 지혜를 이용하는 리더십

위에 소개한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는 봄학기에 수강한 ‘social dynamics and network’수업의 부교재였다. 원래는 수업들으면서 다 읽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이제야 읽기를 마친 것이다.

그 수업에서 이러한 모든 내용들을 다루면서, 네트워크나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대중들의 지혜를 이용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 졌음을 많이 배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에 몇몇 전문가들에게만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이제는 극복되어야 함을 더 절실하게 느꼈다.

이 수업에서 마지막 슬라이드와 그 슬라이드에 담은 교수의 메시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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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이전에는 미국이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한 두명의 훌륭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이 대세였다. 하지만
Kellogg가 70-80년대에 팀웍을 MBA 수업 과정에 처음으로 도입해서 이러한 경향은 많이 바뀌었다. 다른 모든 학교들도
팀웍이 수업에 도입되고,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과 융합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 대학에서 경영학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팀모임’이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의 어색함이라는 것은 고등학교때까지 칸막이 쳐진 독서실에서 홀로 밤새 공부하던 우리에게는 정말 신기한
것이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그것도 특히 그 사람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듣고
있노라면, 그냥 혼자 확 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능력과, 서로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 그리고 일을 분할해서 한 다음에 다시 합쳐서
완성하곤 하는 일 등을 반복하면서 팀웍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 2010년대 대학을 다니는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팀모(임)’ 때문에 바빠 죽겠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들리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이러한 교육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정치나 경제도 90년대 이전까지는 한두명의 카리스마있는 리더들이 모든 것을 이끌었다면, 그 후에는 ‘팀’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대중과의 소통, 융합 등을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네트워크, 대중(Crowd), 그리고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용하고, 이해할 줄 아는가?가 진정한 리더십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통계나 SNS 같은 툴(tool)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1)
대중의 지혜라는 것이 어떻게 발현이 되고, 2) 그 과정에서 대중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양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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