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사회적 면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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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Wikipedia.org
지난 4월 PLoS Biology에 재미있는 논문이 실렸다. 개미집단이 집단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였는데, 개미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곰팡이의 확산이 있을 때 개미들은 감염된 개미를 내버려두지 않고, 개미 집단에서 가장 건강한 개미들이 달려와서 이들의 곰팡이 포자를 제거하고, 감염원이 번져나가고 자라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곰팡이 포자의 일부는 건강한 개미들에 감염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들은 건강하기 때문에 보통 면역체계가 포자를 죽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약간의 감염이 일어난 건강한 개미들을 접촉한 다른 개미들도 포자의 감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감염이 퍼지면서 포자의 농도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거의 모든 개미들이 쉽게 대처할 수 있고, 해당 곰팡이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한다. 다시 말해, 건강한 개미가 병든 개미를 치료하면서 곰팡이에 감염될 가능성이 생겼지만, 집단으로 봤을 때에는 빠른 속도로 곰팡이의 감염농도를 희석시키게 되고, 결국에는 개개의 개미들이 곰팡이에게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사회적 면역(social immunization)을 발달시킨 것이다.

특정한 병원체를 처음 만나게 되면 이 병원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먼저 면역시스템이 학습을 하고 배우는 단계를 거친다. 그래서, 그 다음에 같은 병원체를 만나면 이들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된 면역시스템은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해당 질병에 대한 저향력이 생긴다. 이런 원리를 접목한 것이 바로 우리들이 맞는 수 많은 예방주사들이다. 개미들의 경우 일부 개미들이 병원체에 처음 노출이 되면, 감염되지 않은 수많은 개미들에게 적은 양이 전파되면서 순식간에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들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병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질병에 걸린 사람을 격리한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들이 이들을 안아주고 돌봐주기 보다는 격리한 환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지 못한다면 이들을 버릴 준비를 한다. 물론 이런 접근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질병에 따라서는 확실한 격리와 확산을 막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사회를 위험에서 지킬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내용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대응방식으로 확장해보면 어떨까? 빈곤이나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을 건강하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해서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약간의 손해를 본다고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충분히 이를 감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면역”이 아닐까?

약자들의 빈곤을 당연하게 여기고, 약자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들의 능력의 부족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건강한 집단끼리 호의호식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의 사회적 면역은 약화되고, 이로 인해 아주 작은 낯설은 질병에도 견디지 못하고 사회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그런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최근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나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힘센 집단이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룰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견고한 성을 구축하는 것이라도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개미들은 이를 훨씬 넘어선 수준의 집단적인 의식을 보여준다. 언제쯤 저 개미들의 수준에 접근할 수 있을까?

참고자료
Social Transfer of Pathogenic Fungus Promotes Active Immunisation in Ant Colonies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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