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비밀의 모순, 구글 (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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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입 인터넷의 큰 흐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몇 개의 기업을 살펴보면 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 세 가지를 들라고 한다면, 검색을 통해 인터넷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 구글,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전자상거래의 표준이 된 아마존닷컴, 그리고 최근 이용자 10억명을 돌파하며 전세계의 개인 사용자를 연결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IN THE PLEX: 0과 1로 세상을 바꾸는 구글 그 모든 이야기(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는 뉴스위크와 와이어드를 거친 IT 저널리스트 스티븐 레비(Steven Levy)가 구글에 대해 10년이상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글의 스탠퍼드 시절부터 상장을 거쳐 지금의 거대 기업이 되기 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파헤친 책이다. 수 많은 임직원 인터뷰는 물론, 그는 구글의 내부 회의에도 참관하면서 검색과 광고로 닷컴버블의 폐허 속에서 어떻게 구글이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성장했는지, 그 후 지메일과 같은 구글의 핵심 서비스가 어떻게 개발되었으며, 유튜브 등 수많은 M&A 사례들, 전세계의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하게 하자는 개방성과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비공식 슬로건이 사업을 펼치면서 어떠한 위협을 받았는지, 검색과 광고는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도 훨씬 앞설 수 있었음에도 왜 후발 주자가 되었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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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관점은 이 책의 서술 방식이다. 이 책은 ‘구글이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두 천재가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만나서 웹의 모든 자료를 다운 받아 인덱스화 하여 가장 인용(link)이 자주 된 웹페이지부터 보여주는 웹검색을 시작했습니다.’처럼 시간 관계와 기승전결을 중심으로 구글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페이지와 브린이라는 두 천재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지, 이를 어떻게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구글의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이 문화는 어떻게 구글의 사업과 서비스에 드러나는 지를 보여준다.

만약 당신이 그 두 가지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안타깝지만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구글에 대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검색’이라는 이 순간적인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수 없이 업데이트된 정교한 알고리즘이 물 밑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도 물론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글의 검색 기술은 스스로의 학습 머신에 의해서 더 좋은 결과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째서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는지, 한 발 더 나아가 구글만이 성공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책에서는 래리 페이지가 어린 시절 몬테소리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구글의 행동을 여러모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어린시절 몬테소리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페이지처럼 되고, 구글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이지와 브린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똑똑한 컴퓨터공학 천재들이었고, 동시에 모든 것을 데이터를 토대로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빠르게 계산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들에게 이 명제는 종교적 신념에 가까웠다. 이러한 신념은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규정했고, 그들이 채용하는 방식을 규정했으며, 그들이 경영하는 방식도 규정하고, 심지어는 타인을 대하는 방식까지도 규정했다.

구글은 사람을 뽑을 때 학력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초창기 페이지와 브린은 면접자들이 자기들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결코 채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데이터와 효율, 속도를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보았고 회사를 계속해서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엔지니어들로 채워나갔고, 그를 통해 성장 시켰다. 속도에 대한 구글의 집착은 초기 화면에 구글의 로고와 검색창 외에는 모든 것을 없앤 구글의 화면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당시 페이지를 멋지게 꾸밀만한 디자이너가 없어서 이기도 했지만, 단 0.1초라도 페이지 로딩을 빠르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기도 하다. 지금은 깔끔하다고 칭송되는 구글의 첫 화면은 바로 구글의 철학을 철저하게 반영한 결과이다.

그들이 이토록 철저하게 그들의 방식을 밀고 나갔기 때문에 고작 20여명이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통해 전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접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글에게 최고의 엔지니어를 많이 확보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만, 그저 그 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했으며, (인적 자원을 포함해)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철저하게 구글의 방식을 고수했다.

구글의 이러한 관점과 철학은 인터넷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투자자 미팅을 할 때는 물론 기업 공개를 위해 월스트리트와 언론사들을 대할 때도 전혀 ‘사회적인’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심지어 기업 공개를 할 때는 특정 금융사를 통해 적절한 공모가를 정하고, 구매자들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검색광고에 적용했던 경매 시스템을 주식 공개에 접목했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오류가 있었고, 엄청난 비난이 있었지만 구글은 결코 자신들의 구글스러운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80년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초창기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 비즈니스미팅에서 어떻게 하면 어른스럽게 보일까를 고민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IT 기업들이 정통 산업들을 꼰대처럼 보고 사회에 대한 반항아나 기린아 이미지를 갖는데 가장 공헌(?)한 기업은 구글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투자자 미팅에 후드티를 입고, 맨발에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나타나면서 그 계보를 잇는다.

이러한 구글의 태도에는 기존의 관습은 효율성을 저해할 뿐, 오로지 데이터와 효율성에 기반한 알고리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글의 정신이 깊게 깔려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자신들은 그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 만큼 똑똑하며, 때로는 자신들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오만도 분명히 내재되어 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그들의 비공식 슬로건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은 바로 그러한 단면을 확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기업의 목적과 정신, 비전을 표현하는 슬로건은 대부분 멋있는 말로 자신들이 하는 일을 때로는 시처럼 우아하게 표현하려고 애쓰는 법인데, 구글의 슬로건은 일반적인 기업의 행태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구축하여 누구나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하는 정보 개방성을 통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는 구글의 미션과도 잘 어울리지만, 한 편으로 생각하면 구글 스스로 이러한 정보력을 이용해 사악해지고자 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면적으로 내비치는 셈이다.

특히 정보 개방성에 대해서 구글은 세 가지 이슈와 크게 부딪히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불거진 검열(검색 결과 필터링)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사기업들에게도 강력한 제제 조치를 취하는데 구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천안문 광장’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있어서 특정한 검색 결과를 제외시키라고 ‘명령’했다. 오직 알고리즘에 의해서 정보의 중요도를 골라내어 알려주는 시스템의 신봉자 구글에게 있어 이러한 정치적 압력은 구글의 신념과도 반하는 일이었다. 구글은 이러한 검열 요구와 공정한 검색 결과 사이에서 적당히 발란스를 잡아나가다 결국 중국에서 오피스를 철수하고 홍콩으로 물러나고 만다. 이는 알고리즘과 시스템 역시 정치적인 인간 사회에서 움직이는 한 얼마든지 조작되고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는 구글의 신뢰성과도 즉결되는 문제로, 구글 뿐 만이 아니라 정보에 기반한 모든 웹/모바일 기업이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숙제다.

두 번째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구글은 지메일에 광고를 기재했을 때 결코 구글이 개인의 메일을 열람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했음에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공동체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현재도 지메일에는 왜 지메일에 광고가 붙는지, 이것이 얼마나 안전한 것이며 이를 통해 사용자가 어떤 혜택을 받는 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구글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공공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무수한 반발이 있었고, 지메일 연락처에 기반했던 구글의 SNS 서비스 버즈는 공개를 원하지 않던 관계까지 노출시킴으로써 구글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철저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저작권의 문제이다. 구글이 유튜브(youtube)를 인수하면서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당했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로 유뷰브를 통해 자신들의 컨텐츠가 널리 공개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에게도 이득이라는 사실을 수긍하기는 했으나 저작권의 한계를 정하고 적당한 보수를 제공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과 협의가 필요했다. 또한 구글의 또 하나의 야심적인 프로젝트였던 전 세계의 모든 책을 스캔하여 누구나 열람가능한 전자도서관을 구축한다는 프로젝트 또한 모든 작가 조합과 출판사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구글은 사회적으로 옳은 일이며, 공공에게 더 큰 이익이 가는 프로젝트에 이토록 거센 저항을 불러 일으킨다는 데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결국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세상은 정교하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구글은 이 외에도 검색과 인터넷 광고 시장 독점이라는 의혹과도 싸워야만 했다. 구글이 2000년 대 후반기에 들어 이처럼 큰 저항에 부딪힌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구글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구글이 구축한 검색과 경매 시스템에 기반한 애드워즈(AdWords)는 구글에게 매년 수백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주었고, 인터넷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단숨에 날려 버렸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수 억명의 사람들이 매일 같이 구글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있고, 이렇게 검색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 수록 구글의 두뇌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하면서 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가까운 정보를 가장 첫 머리에 알려준다. 또한 프라이버시나 저작권의 문제 또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다는 구글의 정신과 어느 정도 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구글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정보와 돈을 움켜쥔 ‘비교적’ 합리적인 기업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개방성에 구글의 가장 모순점이자 성공 비결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페이지와 브린의 철저한 비밀주의이다. 구글은 세상의 정보를 개방하는데 힘쓰지만 자신들이 어떤 기술을 통해 이를 이룩해 내는지는 언제나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때면 으레 서비스가 공개에 임박할 때까지 절대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낌새도 챌 수 없도록 한다. 구글이 경쟁사들이 겨우 20MB정도의 용량을 제공하던 메일을 Gmail을 통해 최초로 1GB에 달하는 용량을 제공하면서 광고를 넣었을 때나, 구글 어쓰, 구글 스트리트 같은 지도 정보 시스템을 구축 했을 때, 전세계의 모든 책을 스캔해서 데이터화 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등 구글이 진행하는 사업은 언제나 철저힌 비밀과 보안 속에서 이루어졌던. 또한 구글은 특정한 이슈를 비밀리에 해결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워룸(war-room)’을 설치하고, 여기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을 철저하기 분류하고 감독한다.

책에서는 래리 페이지가 언제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천재적인 과학자 니콜라스 테슬라를 통해 이를 단편적으로나마 설명하려고 한다. 즉, 당대 가장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음에도 이를 사업적으로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다가 가난하게 죽은 테슬라의 사례를 페이지나 브린이 가슴 깊이 새기고 있기 때문에 구글은 자신들의 노하우와 사업 방식을 철저하게 숨긴다는 것이다. 이는 페이지나 브린이 ‘혁명적인’ 사업가는 아닐지언정, 최소한 엔지니어에만 머물지 않고 ‘사업가’의 요건은 갖추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구글은 본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웹사이트에 코드 한 줄을 넣음으로써 구글 검색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이트가 아닌 이상 현대사회에서 구글의 검색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웹사이트는 거의 없는 시점에 타인이 공개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면서 자신들이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고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더구나 필요하다면 우선 타인의 프라이버시나 저작권을 침해한 이후에 당사자들과 협상이나 기타의 방법을 통해서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구글의 방식이 아닌가?

그렇다고 나는 구글이 자신들의 검색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와 기업의 영업 비밀이 결코 같은 레벨일 수는 없다. 다만 그들 스스로 데이터에 대해 좀 더 겸허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겸허하게’라는 태도 자체가 정확성과 속도에는 어울리지 않는 않는, 대단히 구글스럽지 않은 단어일 것이나, 구글은 지금까지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를 공공재처럼 취급해 왔다. 그래서 이 자료들을 대부분 당사자들도 모르게 모두 다운로드 받으며,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관찰하고 조사하여, 사람들이 더 편하게 이용하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마음껏 2차, 3차로 가공하여 제공하면서 세상에 정보 혁신을 가져오고,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한 껏 느끼고 있다. 물론 이 중 대다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다시 자신들의 검색을 늘리고 그를 통해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여기서 내가 정보 혹은 데이터를 겸허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말한 것은 인터넷상의 정보와 데이터들이 모두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 의식의 일부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저 ‘Data’로 치부했을 때, 효율과 정밀함을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의 위험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즐겨보는 사진과 듣는 음악도 웹에서는 모두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다. 이런 시선에서 보면 렌즈를 통해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사물의 형태와 색을 빛을 통해 파악하여 픽셀 단위로 쪼개 그 정보를 저장해 놓은 것에 불과하고, 음악은 공기의 진동을 데이터화하여 공기의 파형을 Hz 단위로 쪼개 그 정보를 저장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얼마든지 화질과 음질이 좋은 데이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그 사진과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인간적인’ 고민은 담아내기 어렵다.

구글이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분야는 타인이 만들어낸 자료를 분류하고, 쉽게 접근하게 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인 구글과 세계 최고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그렇다. (물론 유튜브는 인수한 것이지만) 이러한 툴은 모두 구글이 컨텐츠를 정교화하거나 생산하지 않는다. 만드는 것은 모두 사용자에 맡긴다. 그리고 구글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을(얼마나 창의적이건 간에) 하나의 데이터로 삼아 이 데이터를 원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면 구글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계속 실패하고 있는 이유가 이러한 ‘인간적인’ 관점에 대한 철저한 무시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친구에게 오늘 점심으로 어디에서 무얼 먹었는지에 대해 공유하는 것은 구글의 입장에서 ‘데이터’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제는 이러한 개인적인 정보 또한 경제적으로도 데이터로써 가치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지만) 그런데 이제는 개인적인 경험을 보다 세련되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빈티지한 필터로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인스타그램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수한 것도 그 작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책과 함께 페이스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북 이펙트(facebook effect)’를 보면 페이스북 역시 공학적으로 사진 공유와 뉴스 피드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힘을 쓰지만 결국 그들이 최고로 생각하는 것은 이용자가 스스로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 공유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 미묘한 태도의 차이가 웹이라는 거대한 정보가 흘러 넘치는 플랫폼을 정말 0과 1의 조합으로 보는냐, 인간의 정신적 활동의 부산물로 보느냐는 관점의 차이와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결코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신 활동과 유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의 부산물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에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나는 그래서 구글은 그르고, 페이스북이 더 낫고, 진보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둘은 서비스의 영역이 엄연히 다르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둘 다 정보의 공개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며, 동시에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구글의 대성공 이후 10여 년이 흐르면서 구글도 많은 점에서 변화하고 있다. 페이지와 브린 두 젊은이를 감시하는 어른이 필요하다며 CEO로 데려온 에릭 슈미트는 이제 회장직으로 물러나고 구글의 CEO는 래리 페이지가 맡고 있다. 구글의 비전과 성장에 매료 되어 합류했던 많은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은 이제 자기자신의 기회를 찾아 구글을 떠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비효율적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온라인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조직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웹 상에 뿔뿔이 흩어진 정보들을 인덱스화 시키고, 동영상과 전세계 지도는 물론, 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녹아 있는 도서들을 빠르게 온라인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또다시 우리를 깜짝 놀래킬 만한 수 많은 프로젝트들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글의 노력은 분명히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인류가 들이는 수고를 줄여주고 있으며, 장기적이고 극단적으로 본다면 구글의 학습 머신은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를 언제가 모두 없애 버리는 일도 가능할지 모른다. 구글은 직원들이 회의를 하러 왔다가 노트북 어댑터를 찾으러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도 줄이기 위해 회의실에 모든 종류의 노트북 어댑터를 구비해 놓는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구글은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 수집의 기간을 무한대에 가깝게 단축 시킴으로써 정말로 창조적인 일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데이터로만 보는 구글에 대한 나의 우려야 말로 정말로 하찮은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모든 것을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고, 정확한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글의 노력이 점차 인간을 더 창의적인 존재가 되도록 종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수고는 이제 구글이 모두 덜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나만의 사고와 관점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정보의 민주화, 정보의 개방을 외치면서 경영에선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구글의 모순이,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통해 정보의 고도화를 이끌어 냄으로써 반대로 인간 개인의 창의성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IN THE PLEX라는 두꺼운 책을 덮으면서 그것이 구글의 모순이고, 구글의 역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 : 박성표
출처 : http://bit.ly/TW2r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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