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과 이민,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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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60162443@N00/4658515576
최근 우리나라도 초고령화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인구추계를 보더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어 부양의 대상이 되는 고령층은 계속 늘어난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앞으로 수십 년간은 이 추세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미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가 감소추세로 들어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신생아가 늘어난다고 해도 앞으로 30년은 그 효과를 거의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구추세를 기정사실로 놓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미 명확해진 것을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회피만 해서는 안된다.

선진국의 사례를 먼저 보기로 하자. 어떤 나라든 잘 살게 되면, 평균수명이 늘어난다. 여유가 생기면서 노후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연금을 저축한다. 일자리는 농촌에서 시작해서 공장을 거쳐서, 주로 사무직으로 바뀌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하는 부모들이 농촌에 살 때와는 달리 아이를 적게 낳기 시작한다. 아이를 적게 낳으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부족해진다. 그런데, 이런 젊은이들은 나이든 고령자들을 지탱하고 각종 보험과 연금시스템이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이게 지금 일본과 서유럽 국가들의 현재 상황이다. 이들은 노동력도 부족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수가 적어지면서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창의력과 역동성도 사회적으로 부족하게 되고, 젊은이들의 여력이 없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저축하는 돈도 적어진다. 젊은이들이 은퇴 후에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금을 넣지만, 이 돈은 현재의 은퇴한 사람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쓰인다. 나중에 자신들이 은퇴했을 때 넣은만큼 받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일본은 이미 GDP 대비 빚이 OECD 국가 중 최대가 되었는데, 저성장과 부동산 거품도 큰 역할을 했지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를 유지하는 비용이 워낙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인구구조이다. 중국에서는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나면 한 명의 아이가 2명의 부모와 4명의 조부모(할머니/할아버지, 외할아버지/할머니)를 부양하는 상황인 “4-2-1 현상”이 일반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는 뭘까? 미국에서는 이를 이민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그의 <비밀병기(secret weapon)>라는 세계에서 미국의 미래의 가장 중요한 비밀병기는 이민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이민오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그들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민 문화가 발달했고, 이민자들의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실제로 이를 통해 젊은 피와 창의력, 생산성과 저축 등을 수혈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그에 비해, 유럽은 이런 정책을 펼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워낙 다양한 민족국가의 성향을 보이고 있어서 이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지역사회에도 오랫동안 살아 온 터줏대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의외로 강고한 폐쇄성이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민자들과 기존의 토착민들의 갈등이 심각한 사태로 번지는 경우도 많고, 인종차별도 생각보다 심하다. 일본도 의외로 이민에 대해 유화적이기 보다는 폐쇄적인 편이다. 순혈주의가 강하다보니 생각보다 이민정책도 폐쇄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우리가 어렸을 때 교육을 단일민족으로 받기는 했지만, 비교적 다문화로 진행되는 물결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갈등이 있고, 인종차별 문제도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들어오는 외국인들도 아직은 단순 노동과 결혼을 통한 이주가 많지만, 우리나라가 외국에 매력적인 곳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똑똑하고, 능력있는 젊은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비율이 늘고 있다. 어쩌면 이 점이 우리나라의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창업자의 절반이 이민 1세대거나 2세대라고 한다. 결국 이민자들이 여전히 미국의 창의력 엔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등교육을 위해 미국에 유학을 갔던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이 미국의 희망이 되고 있다.

어쩌면 세계는 인재 전쟁에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 나라를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 오더라도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이 모두와 함께 동화되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 땅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다고 느껴서야 이런 생각은 그냥 비현실적인 꿈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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