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의 흔한 반성

얼마 전에 올라온 글과 우연히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네요. 연시에는 이런 글이 저절로 써지는가 봅니다. 제가 처음으로 VCNC 블로그에 올리는 오늘 글도 2012의 배움에 대한 글 입니다. 하나 다른게 있다면 전 회사 차원에서의 배움이 아니라, 이제 막 3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사회 초년생으로서 느낀 개인으로서의 깨달음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 글이 쓰고 싶어지게 된 계기는 저의 천연적인 나태함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전 사실 굉장히 계획 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이제껏 인생에서의 꿈이 뭐냐, 커리어 골이 뭐냐, 5년 후에 뭐가 되고 싶으냐 등의 질문을 받으면 제 대답은 한결 같이 ‘그런 생각 안 해 봤어요’였습니다. 2012 마지막 날, ‘더 이상 이런 무개념 생활은 그만하고 내년 계획이라도 세워 봐야겠다’라는 생각에 꽤 고민을 해봤는데도 마땅히 떠오르는 계획이나 소망이 없어서 대신 한 생각이 그럼 2012에 반성할만한 것을 적어보자 였습니다. 후회됬던 것을 반복하지 않는 것 만으로 그럴듯한 신년계획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후회되는 건 사실 맘 잡고 세어보면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가장 먼저 기억나는 5개만 적고 그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새해부터 너무 자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

1. 남이 틀린 말을 하는 것 같은 때에는 저 말이 왜 틀렸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왜 맞는 말인지부터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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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VCNC로 옮기기 이전에 3년 정도 다른 회사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이건 그 회사에서 제가 좋아하는 팀장님이 해주신 충고입니다.

전 의례히 회의나 미팅 자리에서 남들을 설득하려면, 제 생각이 왜 맞는지 뿐만이 아니라 저와 다른 남들의 의견은 왜 틀렸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저와 반대되는 의견을 들을 때는,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저 말이 왜 틀렸는지를 찾아내는데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청’은 단순히 집중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주변 사람들은 저보다 공부도 더 잘 했고 경험도 더 많은데 틀린 말을 할 확률보다는 맞는 말을 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 귀에 틀리게 들린다면, 그건 다만 그 사람이 자기의 생각을 온전하게 다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고요. 그런 깨달음 후, 제 귀에 틀리게 느껴지는 주장에 반박 대신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질문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이 미팅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직장 뿐 아니라 오랜 유학생활을 끝내고 온 자식이 부모님과 다시 한 지붕에서 적응해 사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거나 (제가 느끼기에는) 크지 않은 이유로 혼을 내는 것 같을 때, 반박하는 대신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쁘셨을까, 왜 저 소리는 맞는 소리일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10분 혼날 것을 1시간을 혼나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2. 하루하루를 살아 한달을 보내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한달을 살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자세 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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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으로 직장을 옮긴 후 제 하루는 이메일 처리, 미팅 하기, 미팅 후 follow up 하기 등을 하고 나면 그냥 다 지나가버리더군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니 한달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제가 무슨 방향성을 가지고 하루 일과를 해내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상태가 되더군요. 분위기가 자율적인 대신, 그 누구도 나를 위해 해야하는 일이 말해주거나 시키거나 우선순위화 해주지 않는 스타트업에서 제가 느낀 가장 큰 challenge 중 하나였습니다.

‘장기적인 전략’ 외에 매일매일 해야하는 과제가 이미 많은 회사가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기업이 왜 큰 돈을 투자해 비전 수립, 성장 과제 도출, 분기별 목표 잡기 등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회사야 당연히 컨설팅 회사를 쓸 수는 없고, 이런 일들을 스스로 해내는게 적당히 돈 잘 버는 회사로 가느냐, 아니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숙제일 것 같습니다.

이건 비단 성공하는 회사 뿐 아니라 행복한 개인이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자세이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하루 살다보니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어요’라고 생각하는건 뭔가 너무 슬프잖아요? ㅠ 2013에는 ‘이러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싶네요. 이때까지 계획 없이 살았던 저이지만 지금 이 블로그 글이 변화의 좋은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3. 기꺼이 돈과 시간을 쓸 용의가 있는 취미나 관심 분야 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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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정한 ‘소비의 기쁨’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고싶은 물건에 대한 욕구 자체도 충동적이고 (내가 왜 그 물건을 가지고 싶은지에 대한 논리적임 이유나 심사숙고가 별로 없고) 어디서 어떻게 얼마를 주고 사야 최적화된 소비를 하는건지에 대한 개념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대개는 가지고 싶은 물건이거나 해보고 싶은 경험이긴 한데 뭔가 비싸게 느껴져서 ‘안 하고 말아’라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의 현상은 이미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바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바쁜 와중에도 좋아하는 게 확실히 있고,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노력들이 너무 귀찮아 보였지만, 결국엔 훨씬 더 풍부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일하고 돈 버는 건 논리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면서 놀고 돈 쓰는 건 대충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 해에는 제가 정말 즐길만한 관심 분야가 생겼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뭘 시도해볼지는 감이 안 잡히네요. 혹시 좋은 추천거리 있으면 알려주세요 🙂

4. 남에게 증명하려고 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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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걸 남들이 당연히 다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내 자신의 가치이던, 내가 놓여진 상황에서 현재 받고 있는 어떤 부당한 처사이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진면목이던 말입니다. 이 모든 걸 남에게 100%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에게 피해주는 일이 생기고 결국 후회하는 선택을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 이런 일은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대학생들은 자신의 열정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모두가 가고 싶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선택하기도 하고, 어떤 직장인은 자신의 성과를 어필하기 위해 남을 폄하하거나 미팅에서 똑똑해보이기 위한 오로지 질문을 위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어떤 젊은이들은 자기의 감정에 대해 확신이 없어 주변 평판을 의식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놓치기도 합니다.

전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떤 면은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어떤 면은 많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면도 처음부터 잘 하진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면에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남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세상은 혼자 살지 않기 때문에 남의 인정이 큰 힘이 되는게 당연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도 들을 줄 아는 밸런스를 잘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5. “후회와 배움”은 한 세트라는 것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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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이 글을 쓰는 것도 2012에 대해 후회되는 점으로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배운 점으로 이어지 듯, 후회는 배움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점이 있을 때 그것에 매몰되는 것보다, 배울 점을 찾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민과 희망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언가 고민되는 이유는, 결국 희망을 가질 것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 희망도 없는 개그콘서트의 소고기 할아버지를 보면 희망 뿐 아니라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고민해 본들, 또는 희망해 본들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앞으로 머리와 맘을 괴롭히는 고민이 생길 때는 ‘내가 뭘 잃을 것이 혹은 얻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 이 고민을 하는거지?’라고 생각해보면 고민을 희망으로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이 외에도 생각했던 건 무수히 많지만, 그리고 생각하고 깨달음이 있었다고 해서 제가 이 모든 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아마도 아니겠지만 이렇게 정리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데 분명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신년 계획을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써내려간 것이 결국 작년에 대한 반성에 그쳤지만, 위에 적힌 마음가짐을 되새기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면 올해가 끝날 때 쯤에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그런 2013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_)(^_^)

글 : sahberin
출처 : http://blog.vcnc.co.kr/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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